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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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98)
  • 박준연
  • 승인 2017.09.0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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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의 인간관계

잠시 내가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원래 친구의 수도 많지 않은데다가,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핑계로 우리나라, 우리나라 밖에 있는 친구들, 지인들과의 연락이 뜸해지기 일쑤이다. 또한 직업을 바꾸면서 다른 회사원들보다는 생활, 특히 일하는 시간이 불규칙해지다보니 시간이 나지 싶어서 정했던 약속도 막판에 일이 생겨 취소하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누군가가 로펌 변호사는 시간이 나면 마치 스팸메일처럼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남발하여 닥치는대로 약속을 정하고는 직전에 일 때문에 취소하는 과정을 되풀이하여 미움을 사기가 일쑤라는 농담을 했는데, 이게 반드시 농담만은 아니다. 하지만 뉴욕의 로스쿨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학업과 장래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로스쿨에서 인간관계,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귈지를 고민한 입장에서 고민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로스쿨 첫학기 시작 후 느낀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외국 학생이 적고 외국 학생이 있어도 로스쿨 전, 학부 과정에서 미국 유학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었다. 모두들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헤매는 수업보다도, 수업을 마치고 잡담을 나눌 때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장벽이 넘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안심을 한 것은, 평균적으로 로스쿨 학생들은 나와 비슷한 성격이 많다고 느껴서이다. 물론 지나치게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외향적인 성격보다는 내향적이고, 생각이 많은 타입의 학생들이 로스쿨에 많다는 느낌이었다. 예전 회사의 파트너 변호사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여럿이서 시끌벅적 시간을 보낸 이후에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많이 공감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라온 환경과 가장 익숙한 문화가 달라도, 같은 로스쿨 학생들과는 말이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 시작 직후에는 같이 외식을 하거나 차를 마시러 가자는 이야기를 들으면, 시간을 내어서 갈 마음의 여유가 있었지만 학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는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공유하는 로스쿨 경험이 길어질수록, 처음에 느꼈던 장벽은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NYU 로스쿨은 뉴욕에 위치한 학교 치고는 JD 과정에 유학생이 적은 대신, 큰 규모의 LL.M 과정이 있다. 100명 남짓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필수 수업만 수강했던 1학년때보다는 수업 선택의 여지가 생긴 2학년때부터는 수업에서 만난 LL.M 학생들과 교류를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온 LL.M 학생들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도, 같은 유학생 입장이라서 그런지 JD 동기들과 또다른 의미에서 이야기가 통했다. 모국에서 변호사 경험을 쌓고 유학을 온 LL.M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배우는 것도 많았다. 한편, 로스쿨을 벗어나 NYU의 한인 학생회 행사, 학교에서 주관하는 NYU 전체 대학원 유학생 모임 등에도 얼굴을 내밀어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생활 리듬이나 학업의 환경이 비슷한 로스쿨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다. 또 1학년 2학기부터는 수업 외의 활동, 로스쿨 저널 편집 활동, 모의 법정 참가 준비, 그 외에 끊이지 않고 개최되는 로스쿨 행사들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을 처음 만나기도 했다.

미국에서 고립의 두려움, FOMO (fear of missing out)라는 표현이 유행한 것은 내가 로스쿨을 졸업한 후였지만, 유학생으로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면 이 FOMO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는 한편, 외로움을 곱씹을 여유도 없이 수행해나가야 하는 과업이 닥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혼자 행동한다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지만, 역으로 혼자서 행동할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로스쿨 생활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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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 2019-04-06 00:32:55
저는 제이디 엘엘엠 둘다 했는데, 엘엘엠 친구들이랑 더 말이 잘 통하더라구요. 물론 제이디할때는 막 미국 도착한 터라 마음의 여유가 하나도 없어서 친구 사귀는데 더 힘들었던것도 있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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