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유환 이대 로스쿨 교수 “로스쿨 들어오기 전 법학 접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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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유환 이대 로스쿨 교수 “로스쿨 들어오기 전 법학 접해봐야”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8.24 10:30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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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관리 철저하던 학생들이 처음 C 받고 좌절”
“법학 미리 접하고 오면 로스쿨과정에 도움될 것”
“법학의 위기 분명하지만, 실무접목 등은 긍정적”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오는 27일 치러지는 법학적성시험을 시작으로 내년도 로스쿨 입시를 위한 전형절차의 막이 오른다. 이번 법학적성시험에 원서를 접수한 인원은 총 10,206명.

이들은 로스쿨 관련 커뮤니티나 선후배, 학원 등을 통해 정보를 얻으며 입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일부 적극적인 학생의 경우라면 일면식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망하는 학교의 교수에게 면담을 요청, 필요한 정보를 직접 얻어가기도 한다.

법률저널은 현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에서 공법을 담당하고 있는 김유환 교수를 만나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청해 들어봤다.

교수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있는 학생들의 고충은 무엇인지, 학생들이 로스쿨에 들어와서 보다 성공적으로 생활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또 이들이 로스쿨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 나왔을 때는 어떤 자세가 요구될지 등에 대해 김 교수는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쏟아냈다.

한편 김 교수는 한국법제연구원장, 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행정법이론실무학회 회장 등을 역임, 현재는 한국규제법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내년 1월부터는 공법학회 회장직을 수행할 예정에 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 4년 동안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던 그는 규제개혁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대표적인 규제법학자로서 규제법학의 기반을 조성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그로부터 로스쿨 전반에 대한 생각, 법학에 대한 시각, 규제법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차기 공법학회 운영에 대한 구상과 공법학 대표 화두인 개헌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울러 들어봤다.
 

 

로스쿨생들의 ‘멘붕’ 어디서 오나...

“법전원은 학부 과정이 아니고 대학원 단계이기에 학부 때와는 학생들의 분위기가 확실히 다릅니다. 학부 법학이 교양 교육의 차원이었다면 법전원의 법학은 직업교육 단계죠. 학생들이 보다 현실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여러 가지로 들떠 있는 학부생들과, 뚜렷하게 목표를 정한 상태인 로스쿨생들은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유환 교수는 “법전원에서의 첫 1년은 법대생과 비법대생 간 적응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학을 처음 접해 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방황하는’ 과정을 통과의례처럼 거친다는 것.

법대생들은 이미 그 시기를 겪어봤기에 법전원에서의 처음 1년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1년 정도가 지나면 그 차이가 점차 사라진다”고 말했다. 1년을 ‘열심히’ 했다면 말이다.

“비법대생들이 법학을 처음 접하고서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법학의 양이 다른 학문에 비해 많다는 것. 또 하나는 다른 학문과 달리 법학에서만 요구하는 특유의 사고방식이 있다는 점이죠.”

로스쿨에 입학하자마자 로스쿨생들은 이른바 ‘법학 융단폭격’을 맞게 된다. 일반적으로 법학의 한 과목 분량은 다른 학문에서 두세개 과목 이상을 합쳐놓은 분량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양에서 먼저 치이는 것이다.

“로스쿨에 들어온 학생들이 대체적으로 학업에 있어 다 성실하고 우수했던 학생들입니다. 이들이 어떤 시험을 준비하면서 ‘시험 범위를 다 공부하지 못하고’ 시험을 치른 경험 자체가 거의 없어요. 그런데 로스쿨에 들어와서는 범위를 다 공부하지 못하고 시험 보게 되는 일들을 겪는 겁니다. ‘멘붕’이라고 하죠. 학생들이 충격을 받아요.”

한편 로스쿨은 상대평가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출신 대학에서는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던 학생들이 로스쿨에 와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학점을 받아보게 된다.

김 교수가 말했다. “C 이하의 성적도 누군가는 받아볼 성적입니다. 그게 충분히 내가 될 수 있어요. 학생들 중에는 자신이 그런 학점을 받았다는 사실에 깊이 낙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넘기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너무 좌절감에 빠져 있어서는 안되겠죠.”

양적인 면에서든 사고과정의 측면에서든 조금이라도 법에 대한 적응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법대생들이라면 입학 전에 미리 법학을 접해 보고 오는 게 좋다고 그는 조언했다.

특히 사고의 전환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가능하지 않은 만큼, 법학에서 요구되는 법학적 사고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입학 전 법학에 대한 학습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법학은 체계와 논리, 근거 등을 중시합니다. 법학만의 사고 방식이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이 법학적 사고 자체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학을 조금이라도 경험하고 입학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졸업생들 적극적 자세 요구돼”
“변시는 자격시험화 돼야“

 

 

김유환 교수는 로스쿨을 수료하고 사회로 나간 졸업생들로부터 고민 상담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법조현실이 녹록지 않고, 그간 들인 노력에 걸맞는 처우를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들을 주로 토로한다는 것.

김유환 교수는 먼저 현재 변호사 수가 많다는 점과 이전에 비해 변호사업계가 어렵다는 현실 인식 자체에는 공감을 했다. 변호사 직역확대 등 그에 대한 개선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지만 각자의 개별적인 노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졸업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들을 때면 그런 조언을 합니다. 법조계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이전과는 다른 상황을 맞았고, 앞으로도 지형 변화는 계속 일어나겠죠. 이런 환경에서는 자기 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요.”

김유환 교수는 구체적인 사례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들었다. 미국 같은 경우 연예인의 활동에 법률가들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법률가의 일이라고 보지 않는 사항들까지 일일이 계약서에 넣거나 법률문제로 만들어 취급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예인이 해외에 갔을 때 ‘어떤 음료수를 먹을 것인지’ 같은 사항까지 계약사항에 넣습니다. 법률가들이 스스로 자기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 즉 법률 문제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죠. 법률가 개개인의 이런 적극적인 자세들을 통해 크게는 법치주의가 신장되고 작게는 전체 변호사들의 직역이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한편 그는 로스쿨의 변호사시험이 일종의 고시처럼 변질 되어가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로스쿨 교육의 이상을 형해화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변호사시험제도는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에 비추어 문제가 있습니다. 로스쿨시험제도가 원래의 취지대로 가려면 먼저 ‘현장에 나가 변호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한 기본적인 역량이 무엇이냐’를 우리가 직시해야 합니다. 이미 고시처럼 암기된 지식을 묻는 시험이 되어버린 변호사시험에서 몇 프로 이내에 들어 통과했느냐를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 아닙니다. 리걸마인드를 갖췄는지, 기본적인 법률문제 해결능력과 Skill을 갖췄는지, 리서치 능력을 갖췄는지, 로스쿨 체제하에서는 이런 점들이 주요한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변호사시험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격시험화 되어야 하고 학생들은 로스쿨 과정에서 변호사시험 과목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강의들을 들으며 변호사로서 다양하고 풍부한 기본 역량을 함양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유환 교수는 나아가 학생들을 더 믿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변호사시험에서 과제수행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게 되면, 변시가 진정한 의미에서 자격시험화 된다고 해서 전체 법률가들의 질적 저하를 우려할 것은 없다는 의견이다.

“법학, 우려되지만 보다 풍성해진 측면 있어”
“규제개혁은 정부개혁”...규제법의 역할은

로스쿨 체제 이후 법학의 운명을 걱정하는 이들이 늘었다. 법학의 성격도 달라졌고 학문의 명맥을 이을 후속세대 양성이 부쩍 어려워졌다는 주장이다.

김유환 교수는 이에 대해 십분 공감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법학 학문 후속세대 양성에 대해서는 관련 주체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전국 주요대학에 로스쿨을 설치하면서 법학과를 폐지해 국가적으로 법학이 미치는 영향력이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에 법학부를 병행 설치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보였다.
 

 

한편 김유환 교수는 ‘법학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양가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먼저 “법학이 종래 판례에 대한 비판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판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좌표 역할을 해줬다면, 지금의 법학은 보다 실무적 성격을 갖게 되면서 판례 그 자체를 하나의 가치로 수용하는 성격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간의 법학이 현실과 다소 유리되어 있으면서 법학만의 논의에만 머물렀다면, 로스쿨 출범 이후 법학은 보다 현실에 가까워지면서 세부영역의 전문성이 더 증진됐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자연과학이나 의학, 전기통신 분야 같은 영역을 들 수 있습니다. 사회에는 어느 분야에나 법이 개입할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법학 전공자들끼리는 그런 세부적인 영역을 논의할 때 접근의 깊이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로스쿨에는 각 영역을 전공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모였고, 그래서 이런 전문적 영역에 대한 논의들이 보다 심도 있게 이루어지게 됐습니다. 법학이 풍성해졌다고 할까요.”

그가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규제법에 대한 설명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규제법이라는 과목 자체가 생경한 느낌을 준다’는 기자의 생각을 전하자 “오늘날의 행정 현상은 대부분 이 규제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그가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규제라는 개념 자체는 영미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관련 연구도 영미권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규제 개념으로 정부 역할을 이해할 때에는 전통적인 행정법학에서 행위형식위주의 논의를 하는 것보다 사회의 실질적 운영, 환경이나 안전문제에 대한 대응, 기업 비즈니스 환경 조성 등 국가 전략과 정책의 형성, 이와 관련한 사법적 통제 등을 더 중요하게 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규제법이 행정법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규제와 관련되는 한 사법이나 공정거래법 등도 다 그 영역으로 포섭된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규제, 토지규제다.

김유환 교수는 “적절하고 좋은 규제란 것이 사실은 참 어려운 것이고, 모든 정부가 ‘규제개혁’을 말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어요. 규제개혁이란 ‘정부개혁’과 같은 말입니다. 정부가 제 살을 스스로 깎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어려운 것입니다”라고도 덧붙였다.

차기 공법학회 “중심 잡는 역할 할 것”

차기 공법학회 회장인 김유환 교수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그에게 공법학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포부를 물었다.

“공법학회는 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있는 ‘학회’입니다. 정치모임이 아닌 학회는 국가 담론의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학회에서의 담론은 누가 봐도 ‘치우치지 않고 국가적으로 유익한 논의’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법학회가 내년에 다루게 될 많은 중요한 논의들을 해 나감에 있어 이 점을 중시하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특히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개헌의 화두는 오롯이 공법학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개헌이 국가적으로 차지하는 중요도 못지않게 공법학에서의 중요도도 상당히 크다.

김 교수는 관련 포럼과 논의의 장을 최대한 마련해 정부와 시민사회에 시사점과 방향성을 꾸준히 던져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회에는 여러 정파가 있으므로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아요.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이상 찬성’ 요건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자기중심성을 버리고 국가를 위한 자세로 접근할 때 개헌도 가능할 것입니다. 국회가 하지 못하면 정부가 나서는 모양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됐든 공약수는 찾아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따라야 합니다.”

인터뷰 김주미 기자, 사진 조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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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ㄱㅋ 2017-09-21 14:58:39
책임을 학생에게 전가시키는...^^
법무조무사양성하는건 교수들 탓이 제일큼

뭐여 2017-08-27 07:39:13
법무조무사라는 말이 왜나왔는지
그리고 그 단어를 생성시킨 교수들도 지금은 아니어도 훗날 평가가 이루어지겠지요. 그날을 지켜보겠습니다.

2017-08-26 20:41:16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것이 '일부 적극적인 학생들이 사전에 교수들에게 접근해서 정보를 얻어간다'는 부분이네요. 컨텍이니 뭐니 일반대학원에서는 묵인될 수 있는 행동인지는 모르지만, 자격증과 관련된 전문대학원에서는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충분한 행동입니다. 양식있는 교수님들이라면 '적극적인 학생'들에게 성심껏 상담해주더라도, 만약 동일한 학생이 자신의 학교에 지원한다면 그 동기를 의심해서 단호하게 탈락시켜야 합니다.

로스,쿨은 망국적인 제도 2017-08-25 11:51:26
로스쿨 비리가 사라질수가 있나요?
조선 오백년간 매관매직이 사라지지 않았던 나라였고 음서제도 때문에 나중에 조선의 과거시험도 온갖 비리로 나라가 통으로 망한것이 우리역사입니다.
로스쿨비리는 점점 더 지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알고 현실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양심을 시궁창에 버린 법학교수들이여 당신들은 반드시 천벌받을것이야!!!!!!

그냥웃지요 2017-08-24 19:24:20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냥 그렇게 말한거

이런것들도 가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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