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담당관 확대, 법치행정 초석 혹은 변호사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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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담당관 확대, 법치행정 초석 혹은 변호사 밥그릇?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07.0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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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담당관제도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만장일치 필요성 인정…국민 공감대 끌어내야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국회에서 법무담당관 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5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공동으로 ‘법무담당관제도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개념인 법무담당관. ‘법무담당관제도’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법령안 입안, 주요 정책 수립 및 집행과 관련하여 법률전문가의 상시적인 법적 자문 및 검토를 통해 법치행정을 담보하는 제도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정부가 피고인인 소송은 총 4,742건으로 소송가액은 7조 5,458억원에 달한다. 법무담당관 제도는 법률전문가의 사전적·적극적 관여를 통해 이같은 소송을 사전에 축소 내지 차단하고 법치행정을 구현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의 정책 입안부터 집행까지 전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 법치행정을 이끌 법무담당관제의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 안혜성 기자

토론회 참석자 모두 법무담당관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며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인 가운데 일부 참석자는 국민들에게 법무담당관 제도의 확대가 ‘변호사의 밥그릇’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 배출 규모가 급증하면서 변호사들의 직역 확대 움직임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방면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은 상황.

이번 토론회에서는 법무담당관 제도가 취지에 걸맞게 운영되면서도 변호사 직역 확대에 대한 공직 내부 및 세간의 부정적 인식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책 입안·결정에 법률적 검토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설계해야”

주제발표를 맡은 정석윤 변호사는 “복잡다기한 행정 분쟁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기관 내에 변호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법률전문가가 정부기관의 정책 입안·집행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아울러 행정 입법이 주류를 이루는 현실에서 행정부의 법률안 기타 규정의 제정·개정·해석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전제 하에 지난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가 제시한 법무담당관제도 확대 방안을 소개했다. 당시 사개추위는 ①차관보(1급 상당 별정직), 부시장·부지사(1급) 등 직위를 신설하는 방안 ②행정부처와 광역지자체에 실·국장급(2·3급) 보좌기관을 신설하는 방안 ③정책보좌관 제도를 개편해 정책보좌관(2·3급) 중 1인을 법무보좌관으로 임명하는 방안 ④현행 직급 체계를 유지하면서 4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 자격 보유자를 3~4급 계약직으로 임명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 중 ①안의 경우 정책 결정 등 해당 기관의 모든 사항을 관장하게 할 수 있고 경력과 전문성 있는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예산 증가 요인이 크고 법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 법조 직역을 위한 자리 신설이라는 오해, 행정 공무원들의 거부감이 단점으로 꼽혔다. ②안은 ①안에 비해 장점과 단점 모두 적어진다.

③안은 기존 제도의 개편으로 법률 개정의 필요가 없고 고위직급 신설에서 오는 부담을 줄이면서 예산상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 부처간 협의를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④안은 예산 증가 요인이 별로 없고 고위직 신설에 대한 행정공무원의 반대 정서나 직역이기주의라는 오해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제시됐고 단점으로는 고위 직급이 아니므로 주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적극적인 관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 우수 인력 확보에 상대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언급됐다.

정 변호사는 이들 방안 중 ①안과 ②안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는 법무담당관제의 도입 취지를 고려한 기능적 측면에서의 평가로 정 변호사는 “정책 입안과 결정과정에서 법률적 검토가 당연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지자체에서 각 실·국에 의견을 제시하고 이견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미에서 법무관리관 내지 법무조정관의 직위는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변호사 직역의 자리 만들기가 아니라는 점이 충분히 홍보되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점이 같이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법무담당관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행정기관과 광역·기초자치단체의 법무 업무를 재확립하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준법지원인 기능의 일부 차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법무담당관 제도의 확대에 있어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한 법제화의 중요성 및 법무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대한변협에 대해서도 공직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신재홍 법무부 법무과 검사는 과거 사개추위가 추진한 법무담당관 활성화 방안이 시행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논의가 있었던 10년 전과는 달리 현재는 행정작용이 더욱 복잡해졌을 뿐 아니라 법치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권리 의식도 높아졌기에 이제는 다시 한 번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논의의 시의 적절성을 인정했다.

▲ 토론회 참가자 모두 법무담당관제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가운데 변호사 직역이기주의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 안혜성 기자

다만 “법무담당관을 개방형 직위로 도입할 경우 반드시 변호사 자격자로 한정하는 경우 변호사로서의 실무적인 경험과 지혜를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칫 변호사 직역이기주의로 오인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여전히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여진 행정자치부 법무담당관실 사무관은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사무관은 “법무담당관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사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법무담당관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해당 부처에 더 큰 이득이 되고 국민에 대한 행정서비스 강화로 이어져 결국에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위 문제가 공직채용 경로 다양화 등 공직사회 개방화 문제와 함께 점진적으로 연구되고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변호사 직역확대 부정적 시선 극복 위한 공감대 형성’ 중요성 지적

김용섭 전북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국민적 공감대’와 ‘실효성’을 중심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먼저 ‘국민적 공감대’ 문제에 관해 김 교수는 “법무담당관 제도의 확대는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직역확대나 밥그릇 문제로 가면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며 “참여정부 시절 사개추위의 논의는 그래서 실패했다”고 평했다. 비슷한 취지에서 “이런 토론회는 대한변협이 아닌 제3기관에 의해 추진하는 쪽이 국민적 저항도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측면에서는 “5급 공채를 패스하고도 10년 이상 근무해야 업무에 정통하게 되는데 변호사 자격만 가지고 그 부서 업무도 잘 모르면서 관련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던졌다. 이같은 의문을 기초로 “로스쿨이나 대한변협 연수 등에 행정부서로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며 “로스쿨에서의 교육은 좁은 의미의 송무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아울러 법무담당관을 반드시 변호사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에서 “5급공채 합격자 중 법학 전공자가 가도 좋다. 여러 부서 업무에 정통해야 제대로 된 자문도 가능하다. 또 법치행정 강화라는 관점에서 로스쿨 출신이 낮은 자리라도 지자체에 많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나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관해서는 중앙부처의 경우 규모가 법무담당관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에 부족하다는 점, 지자체는 실정에 따라 제도의 적용에 차이를 둬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지원 변호사(공정거래위원회 고객지원담당관)도 법무담당관 제도의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나 변호사는 “오랜 기간 법무담당관제 논의가 답보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은 주된 논거가 법치행정 구현이라는 당위론적 주장에 그쳤고 도입 배경에 변호사 배출 확대에 따른 직역 확대 시도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변호사 자격자의 공직으로의 입직 추세와 재직 현상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공직 사회의 현실이 됐다”며 “이제는 과거의 논의에서 한층 나아가 법무담당관 제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가적 비용-편익을 검토해 논의를 보다 구체화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법무담당관 제도의 확대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면서도 각 기관과 지자체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적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법무담당관제 도입에서 직제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각 기관에서 법무행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지, 어떤 업무에 필요한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어 “법조인들의 일자리 늘리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게 되려면 법무담당관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며 “행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주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조사·연구해야 하고 중앙부처의 상황과 지방정부의 상황을 별도로 구분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방정부에 일률적으로 제도 도입을 강제하지 말고 지역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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