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토종 한국변호사의 美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 합격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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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토종 한국변호사의 美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 합격기(3)
  • 장기영
  • 승인 2017.07.05 10: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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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 한국중부발전 사내변호사 
연수원 38기, 2016년 미국 캘바 합격 
육군사관학교 중퇴, 성균관대 법학사 
신한캐피탈 자산관리부 대리 (2000~2005) 
법무법인 조율 및 대세 (2009~2011) 
조달청·한국수자원공사 사내변 (2011~2013) 
한국중부발전 사내변호사 (2013~ 현재) 

[편집자 주] 미국에서 유학도 한 적 없는 한국변호사가 미국 변호사시험(Bar)을 합격하고 법률저널 독자들을 위해 합격수기를 기고했다. 장기영 변호사가 합격한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은 미국 전역의 바 시험 중에서도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보내온 합격수기를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호에 이은 마지막회... 

8. 숙박장소, 시차, 음식

시내중심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시험장 근처에 있는 대부분의 호텔은 평소보다 약 1.5배 내지 2배의 숙박비를 받는 것 같습니다. 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효율적인 시간활용과 체력안배를 위해서는 시험장소 인근에 있는 호텔을 구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시험장소 중에는 호텔의 강당에서 시험을 치르게 하는 곳도 있는데, 이 경우 해당 호텔에서 묵으신다면 오전 시험을 치르고 오후 시험까지 약 1시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혼자서 편하게 식사를 하시면서 잠깐 누워서 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험을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장장 3일 동안 보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상당합니다. 물론 캘바도 2017년 7월부터는 2일간만 시험을 봅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점심 때에 잠깐 누울 수 있는 장점은 생각하시는 것보다 매력적입니다.

캘바 본 시험은 캘리포니아주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당한 시차를 감수해야 하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미국 동부에서 느끼는 시차보다 서부에서 느끼는 시차가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시간이나 금전에 여유가 있는 분이라면 가급적 1주일 전에 가셔서 시차적응을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시험 시작 2일 전에 도착하였습니다.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시차 때문에 시험을 치르는 중에도 졸리고 멍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차로 인한 고통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줄이는 방안을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잘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음식의 경우 코리아타운에 가까운 호텔을 잡으시면 그냥 사 드시면 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느라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혹시 뭘 잘못 먹어서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햇반, 즉석 국밥, 김, 통조림반찬, 누룽지 등을 준비해 가서 호텔에서 끓여 먹었습니다. 한국음식을 먹어야 배탈이 나거나 소화가 안 되는 등의 문제가 안 생길 것 같아서입니다. 이를 위해 110볼트, 220볼트 겸용 1인용 여행용 전기냄비를 가져갔는데 대단히 유용했습니다. 다들 잘 아시고 계시겠지만, 미국은 220볼트가 아니라 110볼트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엉뚱한 냄비를 가져가신다면 낭패를 당합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돼지코도 준비해서 가시기 바랍니다.

9. 시험 치르는 날

투명한 비닐백에 신분증, 필기구, 자, 클립, 돈, 신용카드 등 모든 것을 넣어가지고 가야만 하며, 휴대폰은 반입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험생이 이 비닐백만 들고 가지는 않습니다. 가방을 가지고 가서 마지막까지 책을 보다가, 시간이 되면 가방은 그냥 복도에 대충 방치해 두고 비닐백만 가지고 들어갑니다.

수험장소에 있는 화장실은 상당히 붐벼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경우에도 소변을 보기 위해 한참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이용이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이는 수험장소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지간하면 용변을 미리 보고 가시고, 중간에 화장실을 가는 것이 허용되기는 하지만 시간이 아까우므로 가급적 시험시간 직전에는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시험장 내에서는 많은 수험생의 랩탑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두드리므로 저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크게 소음으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것이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반드시 ear plug를 준비해서 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본 시험장소는 Pasadena City의 Pasadena Convention Center라는 곳이었는데, Laptop 수험생과 Handwriting 수험생을 큰 강당 안에서 함께 시험을 보게 하고 Handwriting을 하는 수험생은 한 쪽 구석의 줄만 달리해서 배치해주는 게 전부였습니다. 즉 Handwriting 수험생이라고 해서 랩탑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안 들리는 장소에서 시험을 보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이 역시 수험장소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제 자리는 랩탑 수험생의 바로 옆이라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매우 잘 들리는 자리였습니다.

미국은 어느 동네의 어느 장소를 가던 마찬가지인 것 같기는 한데, 시험장소의 에어컨을 트는 강도는 상상 이상입니다. 더위를 많이 타시는 분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가급적 얇은 남방이나 스웨터를 준비해가시기 바랍니다. 상당히 추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반바지도 입지 않으실 것을 권합니다.

첫날에 오전 Essay 3문제, 오후 PT 1문제를 쓰고 나왔는데, PT 문제에서 기록을 잘못 읽는 바람에 (보다 정확히는 읽고 형광펜으로 칠까지 한 부분을 망각하는 바람에) 이미 작성한 답안의 2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삭제하고 5줄을 쓰고 나오자 매우 허탈하여 다음 날 시험 볼 기운이 잘 나지 않기도 했습니다. PT 문제는 약 15에서 40페이지 분량의 기록을 던져주고 메모랜덤 등을 쓰라는 문제인데, 읽다 보면 앞에 읽은 부분을 잊어버리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메모를 하면서 읽어야 하고, 상당한 주의를 요합니다. 메모의 편의성에 있어서도 역시 랩탑이 우위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원어민의 경우 기록을 읽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3시간 중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만 겨우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PT에서는 Writing도 중요하지만 Fast and Accurate Reading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읽지 않으면 내용을 파악할 수 없고, 내용을 모르면 쓸 수가 없으니까요.

둘째 날, 오전 100개, 오후 100개의 객관식 문제를 각각 3시간 동안 풀었습니다. 막상 해보시면 상당히 지치고, 문제가 워낙 많아 도대체 이걸 언제 다 읽고 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객관식 문제를 풀면서 시간이 모자란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셋째 날, 역시 첫날과 마찬가지로 오전 Essay 3문제, 오후 PT 1문제를 써야 합니다. 미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먼 여행길의 노독과 시차라는 핸디캡이 있는데다가 그렇지 않아도 백인이나 흑인보다 약한 체력인지라 이 셋째 날이 대단히 힘듭니다. 저는 이런 준비를 못 했는데, 홍삼 등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가서 드시면 버티는데 좀 낫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험을 치르고 Pasadena Convention Center 근처에 있는 Cal Tech에 가보고자 하였으나 그럴 기운도 없었고, LA 공항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자다가 비행기를 놓칠 뻔 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이 3일간의 시험이 사법시험 4일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이제는 2일간만 시험을 보니 셋째 날의 체력문제는 없겠지만, 노독과 시차 문제는 여전히 동일하게 남을 것입니다. 체력안배에 신경을 많이 쓰셨으면 합니다.

10. Moral Character Determination

이 절차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일종의 신원조회와 같은 것입니다. 먼저 캘바 홈페이지에 가서 상당히 긴 내용의 서류를 온라인으로 작성하셔야 합니다. 이것이 별로 즐거운 과정이 아니며, 상당히 번잡합니다. 작성한 온라인서류를 출력해서 캘바에 보내야 하고, 보낼 때는 캘바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서류를 첨부해야 합니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이 FBI에서 제공하는 양식에 지문을 떠오라는 것인데, 어떻게 하는지를 몰라 캘바에 먼저 합격한 주위 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걸 왜 미국에서 하고 오지 않았느냐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지문 뜨자고 또 돈과 시간을 들여 미국에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어이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국내 아무 경찰서에 가면 무료로 지문을 떠준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저는 국내 경찰서에서 했습니다. 경찰서 과학수사팀(좀 작은 경찰서에서는 강력팀)에서 무료로 해줍니다. 오히려 미국에서 지문을 뜨신다면 지문 뜨는데 약 50달러 정도를 지불하셔야만 합니다. FBI 지문 용지는 이메일로 캘바에 보내달라고 요청하시면 무료로 보내줍니다.

온라인서류에는 자신의 Reference Check를 위해 변호사 등의 지인들을 기재해야 하는데, 캘바에서 기재된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이 사람이 미국변호사를 해도 괜찮을 정도의 사람이냐를 묻는 것입니다. 캘바 홈페이지에는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공지되어 있으나, 제 경우에는 약 3개월이 소요되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소요시간이 다르겠지만, 아마 컴플레인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넉넉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공지하는 것 같습니다.

11. Multistate Professional Responsibility Examination (MPRE)

이 시험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법조윤리 시험인데, 2시간 동안 약 60문제의 시험을 푸는 것입니다. Scale된 점수(당해 시험별로 응시자간 획득점수를 비율로 하여 매긴 점수)로 150점 만점 중 캘바의 경우 86점을 맞으면 합격합니다. 저는 110점을 맞기는 했는데, 이 시험의 난이도는 MBE를 초과하는 것 같습니다. 대단히 헷갈리게 나오는데다가, 지문도 매우 길어 시간 내에 다 풀려면 상당한 긴장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MBE와 달리 (이해는 안 가지만) 손목시계도 갖고 가지 못 하기 때문에 시간안배가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시험종료 전 1시간, 1시간 반, 5분 등의 단위로 남은 시간을 알려주기는 합니다만, 시계를 갖고 있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은 자명하지요. MPRE 시험을 우습게 보다가 두 번을 보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니, 이 시험도 긴장하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 만에 합격해도 문제는 없지만, 역시 또 비용이 소요됩니다.

MPRE 시험을 보실 때는 아예 가방을 갖고 가시기 어려우니, 필요한 물건이 담긴 비닐봉지만 가져가셔야 합니다. 만약 시험장에 입장하기 직전까지 뭔가를 보시겠다면, 인쇄하든 손으로 쓰든 sub-note를 가져가셔서 보시다가 시험장에 입장하시기 전에 보던 것을 쓰레기통에 버리시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저도 이렇게 했습니다.

12. 선서 절차

캘바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캘바 본 시험과 MPRE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Moral Character Determination의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위 절차들이 다 끝나면 선서를 해야 하고, 선서를 해야만 정식으로 Admission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선서를 하기 위해서 굳이 캘바가 있는 San Francisco나 Los Angeles로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서울에 있는 미국대사관이나 부산에 있는 미국영사관에 가시면 됩니다. 온라인으로 시민과 업무 중 공증 (Notary)업무로 시간 예약을 하시고 방문하시면 간단한 절차를 걸쳐 선서가 끝납니다. (https://kr.usembassy.gov/u-s-citizen-services/make-an-appointment) 캘바에서 보낸 준 등록카드에 대사관의 부영사가 서면하고 Seal을 한 다음, 등록카드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바에 보내면 이제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참고로 선서에 필요한 수수료는 50달러입니다. 물론 나중에 인상할 수도 있겠지요. 잊지 마셔야 할 것은 선서하러 가실 때 반드시 여권을 가지고 가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민등록증만 갖고 가셨다가는 두 번 걸음을 해야 하실 수도 있습니다.

13. 맺는 말

여기에 있는 정보들은 저 혼자만의 경험으로 모은 것이 아닙니다. 물론 제가 직접 경험한 것도 있지만,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여기저기 이메일로 물어도 보고, 온라인으로 검색도 해보고, 전화도 해보면서 수집한 자료들입니다. 그러니 다른 분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 정도로 수집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제가 캘바를 준비하면서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그 분들께서 이 글을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지면으로나마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 분들이 싫어하실 수도 있어 실명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아무쪼록 이 글을 통해 캘바든, 미국의 다른 바시험이든 미국변호사시험을 준비하시는데 작으나마 도움을 얻으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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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2017-07-05 15:03:44
바시험에 관심이 있어 1부부터 정독한 독자입니다 시험볼 생각에 앞이 깜깜하기도 하나 상세하고 유용한 정보에 감사합니다 필자의 미국변호사로서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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