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래硏의 ‘5급공채·입법고시 등 폐지안’ 비판
“내 새끼, 우리 당, 우리 로스쿨만 뽑겠다는 것”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그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내놓은 ‘공무원 인사개혁안’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2017년 대선 핵심 아젠다’의 하나로 토론회를 통해 발표된 이번 ‘공무원 인사개혁안’은 5급 공채와 입법고시, 국립외교원, 경찰대학, 경찰간부시험 등 각종 고시제도를 폐지하고 민간특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급 공채와 입법고시,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없애고 7급 공채로 통합 선발하며 대신 민간경력채용을 4급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개혁안이 발표되자 수험생들은 “기득권층, 특권층 자녀들을 고위직에 낙하산으로 꽂으려는 의도”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로스쿨 제도와 연계돼 로스쿨 출신 고위층 자녀들이 고위 공무원을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서울대 학내에는 개혁안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기도 했다.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서울대 모임은 대자보에서 “더미래연구소 등은 세월호, 메르스, 최순실 사태의 원인을 관료 집단으로 지목하고 과잉제도화라는 막스베버의 개념을 인용해 5급 공채 등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머리맡에 놓인 19세기 사회학자의 책 한 권을 붙들고 상상력에 기반해 한 나라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집단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잉계급화가 문제’라며 공채는 폐지하고 특채만 확대하고, 공무원의 보신주의가 문제라면서 승진에만 목매는 공무원을 만드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이번 개혁안은 헌법 제7조 제2항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내 새끼, 내 제자, 우리 당, 우리 로스쿨만 뽑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특히 개혁안과 로스쿨의 연계성에 주목했다. 더불어민주장 박범계 의원이 지난해 11월부터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통과를 막고 있으며 박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신설 법안에는 법학 교수가 변호사 자격이 없어도 공수처장이 될 수 있는 점,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변호사 자격이 없는 법학교수가 헌법재판관,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행시 폐지와 사시 폐지, 로스쿨과의 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수험생연대는 “법학 교수는 변호사 자격증이 없어도 대법관이 되고 로스쿨 변호사는 3년만 배우고 경력직 특채가 되는데 가난한 청년은 무엇을 하라는 것이냐”며 “모두가 경력직만 뽑으면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청년 세대는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청년세대가 공직에 매달리고 고시에 매달리는 것은 무의미한 스펙 경쟁, 극심한 취업난, 불안정한 고용환경 등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적 조건이 청년들로 하여금 정상적인 삶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라며 “학부과정을 모두 마치고 또 다시 3년의 대학원 과정을 기회비용으로 헌납할 수 있는 가계가 얼마나 되며 돈과 배경으로 만든 스펙 경쟁을 이겨내고 언제가 될지 모를 경력직을 위해 청춘을 바칠 구직자가 얼마나 되겠냐”고 물었다.
수험생연대는 “헬조선에서 고시와 공시는 청년들이 맨손으로 자기 삶을 일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며 “선발 제도가 아닌 선발 이후의 문제, 특권층과 정치권이 협심해서 벌여놓은 헬조선의 병폐를 청년세대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편 수험생연대는 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더미래연구소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식 싱크탱크가 아니며 산하 기관도 아니고, 더미래연구소가 내놓은 개혁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당론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