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사법시험 존치를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지난 19대 국회에서 6건이나 발의됐지만 로스쿨과 야당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3개 법안이 다시 발의됐지만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이를 두고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의 제1소위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지난 19대 국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24일 이를 포함한 41개 법안 심사를 위한 회의일정이 잡혔지만 사시존치 법안이 고의적으로 순위가 뒤로 밀렸다는 불만에 4인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터에 정회를 거듭하다 산회했다.
28일에는 그 순위를 앞당겨 논의가 시작됐지만 제1소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부정적 소신에 부딪쳐 다음 번 회의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박범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로스쿨법안을 만든 입장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쉽게 용인하기 어렵고 또 국민적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뒤로는 사시존치측의 강력한 법안통과 운동을 저지할 수 있는 지원사격을 해 달라며 로스쿨측에 요청했다는 전언이다.
최순실 국정논단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현실에 무슨 사시존치 법안을 두고 호들갑이냐고 나무랄진 모르겠다. 하지만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 청춘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며 돌아가는 형국이 마치 작금의 국정농단 해결에서의 난맥상과 판박이어서 우려부터 앞선다.
모름지기 국가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이라면, 특히 1소위를 책임지고 있는 간사라면 더욱더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해야 하는 법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위원간 공론을 통해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는 책무가 있기 마련이다.
사법시험 존치여부를 두고 법학계, 법조계가 갈라서고 로스쿨생과 사법시험 준비생들간 험악한 대립이 이어온지가 어느 덧 만8년째다. 국회는 그동안 눈치만 보며 잇속을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그래서 이미 이번 1소위에서 결판을 두고 치열하게 논의를 했어야 했다. 특히 박 의원은 8명의 위원으로 이 문제를 다루기에는 벅찬 사안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일단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그래도 벅차다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구하면 될 일이다. 이젠 사법시험을 존치하든가 말든가 결단을 내리자는 것이다.
로스쿨을 출범시킨 정당의 간사로서, 로스쿨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사법시험을 존치시킬 수 없다는 소신은 나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확실한 공언을 통해 대외적으로도 입장을 밝힐 것과 정면돌파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국민적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책임회피일 뿐이다. 지난 8년간 공론화는 충분했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토론회, 공청회, 세미나, 심포지엄 등 숱한 이름으로 수많은 공론을 펼쳐왔고 여론조사도 적지 않았다. 간사가 바뀔 때마다, 법사위원장이 교체될 때마다 원점에서 공론화를 다시 해야 한다면 국회 기능의 연속성을 스스로를 부정하는 꼴이다.
정치인은 여론을 먹고산다고는 하지만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면 자신의 소신과 판단을 통해 오히려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입법과 정책을 꾸려나가야 한다. 지나친 여론의지 발상은 직무유기임에 분명하다. 그럴 것 같으면 국회의장 1명만 두고 모든 법안과 정책을 여론조사를 통해 국회업무를 대신하면 될 일이다.
2007년 7월 로스쿨법 제정과정에서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공론화를 거쳤기에 2009년 초, 채 1년 반도 지나지 않아 사법시험 폐지를 담은 변호사시험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까지 됐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공론화 타령은 소모전일 뿐이다. 이젠 전체 국회의 결단만이 남았다고 거듭 주장하는 바다. 2007년 로스쿨 통과가 국회의 합의였다면 “2013년 예비시험 재논의” 부대의견도 국회 합의였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젠 실천만 남았고 의지만 남은 셈이다. 사법시험, 로스쿨간의 대척적 갈등을 언제까지 방기할 것인지. 1소위 논의가 부담스러우면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그래도 결정이 어려우면 국회 본회의에 붙이는 것이 순리다. 그래서 그 결과에 따르면 될 일이다. 법학계, 법조계, 청년들이 서로 대치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