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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산책 135 / 선진화법과 감정평가업계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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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산책 135 / 선진화법과 감정평가업계 선진화
  • 이용훈
  • 승인 2016.09.09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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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9월 1일, 감정평가협회는 감정평가사협회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 날은 감정평가 선진화 3법 시행령의 시행일자이기도 하다. 며칠 전 감정평가사협회 소속 감정평가사는 각 권역별로 모여 ‘부실감정평가 제로’ 서약식에 동참했고, 협회는 새 시대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는 대외적으로 감정평가 선진화법이 9월 1일 일단락되면서 새 질서를 구축했다는 자평이다. 감정원의 존립 근거가 마련된 감정원법에 한국감정원 역시 안도하는 분위기다.

무엇이 업계를 선진화시키고 또 발전시킬까. 제국의 역사, 그리고 각 나라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반추해보면 제대로 된 제도는 그 사회를 지탱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은 ‘시스템’이 운영하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취지를 밝힌 적도 있는데, 담당자가 수시로 교체되고 책임자도 자리를 이동하는 와중 견고하고 정밀한 시스템은 행정업무가 무탈하게 운용되는 역할을 한다. 이번 3법 시행령 역시 부단히 다듬고 보완되겠지만 큰 얼개로 이 업계를 지도할 것이다.

감정평가업계의 선진화는 내부 구성원의 자질과 무관하지 않다. 악화와 양화 사이 평가업계는 그동안 겪었던 부침이 어떠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호시절을 보낸 선배평가사, 내리막길에 들어선 업계에 발을 디딘 후배평가사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다. ‘이 업계를 이 정도 성장시켰다’는 자랑도 맞다. ‘불공정한 경쟁 구도나 관행을 방치시켰다’는 지적도 틀리지 않다. 세대 갈등이 있지만, 새 시대에는 이를 녹여내는 큰 틀의 합의가 요구된다. 이제부터 반칙하지 않고 떳떳한 방식의 업무수주에 나서겠다는 원칙, 전문가로서 부끄럽지 않은 평가서를 작성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정도는 밑바닥에 깔아야 한다.

감정평가사협회의 윤리규정에도 드러나듯, 상호 비방과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그 어떤 편법도 설 자리가 없게 해야 한다. 특정 평가법인이 업무정지나 시가불인정기관 지정을 받게 되면 경쟁 법인은 쾌재를 부른다. 경쟁자에게 ‘반칙자’의 멍에를 얹어 부지런히 참소한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 줘야 하지 않을까. 부실감정의 책임을 이렇게 우회적으로 물리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남들이 모두 준수하는 ‘감정평가수수료기준’을 교묘하게 어긴다든지 편법으로 회계처리 하는 방식은 용납해 줄 필요가 없다. 제 살 깎아먹기를 넘어 언젠가는 이 업계의 암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평가법인이 발급을 거부하는 감정평가서가 특정 법인에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발급된다면 무엇을 의미할까. ‘먹고 살아야 하니 가격을 맞춰줬다’는 변명을 생계위협에 대한 정당방위로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 달리 생각하면 만인에 대한 거짓말이다. 숫자로 말해야 하는 전문가가 특수한 사정이 없었다면 기재하지 않았을 가격을 적어놓은 것이다. 제 3자를 비롯해 감정평가서가 사용되는 용처 모두를 기만한 것이다. 타당성 조사나 표본조사나 그 어떤 것으로도 책잡히지 않을 만큼의 공정성을 구비하지 않은 감정평가사는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 있는 선례도 만들어야 한다. 해운업계의 대마불사 논리가 깨진 작금에, 잘 나가는 평가법인 하나 문 닫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볼 때마다 매번 그 좋은 취지가 왜 사장될까 고민스러웠다. 새 정부는 이전 정권의 잔재를 지우려고 그렇게 뜯어 고친다. 성과주의가 결합된 과욕이리라. 감정평가업계를 선진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의 시행령을 받아 들고 업계 그리고 평가사는 고민해봐야 한다. 이곳을, 제대로 일하고 애쓴 만큼 수확할 수 있는 ‘옥토’로 만들지, 잡풀은 무성하고 독초까지 자라는 ‘묵전’으로 퇴행시킬지를.

잘해야 본전인 일일까. 제대로 가치를 평가하고 조언할 경우 평타를 친 것일 뿐 실수든 고의든 잘못된 평가서는 금세 시장에 노출되니 러프에 빠지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 전문가의 초과수익은 이런 부담에 대한 반대급부다.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고 규모를 키우는 것 못지않게 상식과 기본이 지켜지는 업계를 지향하는 것이 장기 레이스의 목표가 돼야 한다. 그리고 전문성이든 도덕성이든 감정평가사의 자질을 키우는 것을 그 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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