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간경력채용 시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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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간경력채용 시험에 대하여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6.08.04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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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지난 7월 23일 계리직 시험에 이어 7월 30일 민간경력채용 5급 시험 취재를 간 기자는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지 그들의 열망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계리직과 민간경력채용 시험은 치르는 과목도 다르고 선발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딱 짚어서 어떤 사람들이 시험을 본다고 말할 수 없지만 직장인들의 지원이 타 공무원시험 대비 높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민간경력채용이 경력채용이라해서 꼭 근무 경력요건만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지원이 당연하다고 볼 수는 없다. 자격증, 학위 등 요건으로 지원하는 사람도 적잖기 때문. 하지만 시험장에서 만난 응시자 다수가 직장인이었고 이직을 위해 이번 민간경력채용에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기자는 시험 후 응시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간만에 마음이 짠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자와 인터뷰를 했던 한 응시자는 오랫동안 공부를 하던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 스스로 뭉클했던 탓인지 인터뷰 중간부터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이고 목이 메어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어갔더랬다. 더 이상 말을 이으면 원치 않게 그가 눈물을 흘려버릴 것 같아 기자는 모른척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고 다시 그와 눈을 마주쳤을 땐 파이팅을 외치면서 발길을 돌렸다. 차라리 엉엉 울어버리면 그냥 그런가 싶을텐데 성인 남성이 나오는 눈물을 애써 삼키려 하는 게 더 슬퍼서 기자도 마음이 좋지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내가 그린 이상과 일치한다면 누가 삶이 힘들다고 할까. 기자는 이날 아주 간만에 인생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민간경력채용 시험장 취재 뒷얘기를 쓸까말까 하다가 이런 수험생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몇 자 적어봤다.

민간경력채용 시험 말이 나와서 말이다. 민간경력채용은 지난 2011년도부터 5급을 뽑아왔고 지난해부터 7급까지 확대됐다. 고시를 보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스펙만으로 5급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뜻 보기에는 고시보다 쉽게 공무원이 될 것 같지만, 민간경력채용 5급에 합격할 정도면 그 수준이 고시출신 못지 않다는 점에서 결코 만만하게 봐선 안될 것 같다. 인사혁신처에 맞먹는 기업이 삼성이라고 치자면 적어도 삼성채용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과 스펙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도 최근 민간경력채용 지원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고시출신과 경채출신은 다른 방식으로 선발이 되지만 고시출신은 그 나름대로, 또 경채출신은 그 나름대로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중앙부처 곳곳에 자리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뤄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민간경력채용 5급의 경우 올해 5년째 이어졌고 채용에 있어 이렇다할 부작용이나 이견은 두드러지게 있지는 않은 듯 하다. 고시출신 2명이 할 업무를 민간경력채용에서 선발된 1명이 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탁월하다는 말도 들린다.

5급은 그렇다하더라도 민간경력채용 7급에 대해서는 이 선발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선발이 이뤄진 민간경력채용 7급에 대해 일부 공무원들은 왜 7급까지 경채로 뽑아야 하는지 자못 의아해하고 있는 듯 하다. 지금은 인사혁신처장이 바뀌었지만 민간경력채용 7급 선발을 도입한 지난해에는 전 삼성출신이 처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기업에 있던 체계를 공직으로까지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서도 크게 서류와 적성검사, 면접 등으로 시험이 이뤄진다. 많이 변했다고 해도 지방대생은 서류에서부터 여지없이 걸러지게 된다. 서류에서 걸러져 다음 시험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경력채용은 필기, 서류, 면접으로 진행되고 토익 900점같은 스펙이 없어도 응시요건만 갖춘다면 필기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민간경력채용 7급 시험이 공무원에 꼭 뜻이 있다기 보다 기업 공채를 못 뚫는 사람들에게 대체용으로 응시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시간선택제 선발도 그러하다. 국가직에서는 시간선택제를 경채로 뽑고 있는데 이 역시 기업에 취직을 못하거나 전일제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이 호구지책으로 시간선택제에 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시간선택제 7급 선발에 대해서는 굳이 7급을 시간선택제로 뽑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시간선택제 선발은 워낙 취지가 좋기 때문에 선발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데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 뛰어난 사람을 제외하고서 중상위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민경채, 시간선택제에 몰리면서 나름대로 높은 경쟁률을 형성하고 있다. 기자는 이전에도 공채든 경채든 공무원 선발이 양보다는 질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민간경력채용 7급, 시간선택제 7급 등 크게 실효성이 없는 선발이라면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필요시에는 서류전형에서 검증 절차를 강화해 인사혁신처 총괄이 아닌 부처별로 뽑는게 낫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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