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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은의 '부동산 경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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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은의 '부동산 경제' 8
  • 차경은
  • 승인 2016.07.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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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은 경제학 박사

범죄의 경제학

올해 9월 1일 시행 예정인 󰡔한국감정원법󰡕 시행령안 제12조 ‘한국감정원의 업무범위’ 대부분의 항목에서 한국감정평가협회와 국토교통부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논란의 한복판에는 ‘담보평가서 검토(제12조 제5호)’가 자리한다.

담보평가서는 감정평가업자가 금융기관의 의뢰를 받아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작성한 감정평가서다.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사적시장에서 전문가에 의해 작성된 담보평가서를 검토한다는 것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권한 행사라는 것이 한국감정평가협회의 주장이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의 적정성 조사․관리 업무가 󰡔한국감정원법󰡕에 규정되어 있고, 부실한 담보평가로 인하여 대출관련 사기사건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담보평가의 적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의견이 설득력이 높을까?

최근 발생한 몇몇의 부동산 대출사기사건 등으로 국가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정서도 곱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국토교통부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담보평가서 검토’를 시행령안의 내용으로 포함시키기에는 뭔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주장은 ‘담보평가서 검토’ 항목의 범죄예방비용을 국민 부담으로 추가 투입하면 범죄수와 피해자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예방비용과 범죄 수 및 피해자 비용간의 강력한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는 한 범죄 예방비용자체가 사회적 손실일 수 있다. 따라서 법률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은 경제적 측면의 ‘효율성’과 ‘실효성’이 검증될 때 비로소 충분조건이 완성된다. 달성해야할 목적이 있으나 이를 실현할 수단의 효과 자체가 없거나 미미한 경우뿐만 아니라, 결과로 얻는 효용에 비해 과다한 투입비용이 드는 비경제성을 보이는 경우, 수단의 적합성을 고민해봐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담보평가서 검토’의 필요성으로 지목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부동산 대출 사기사건 등은 엄연한 범죄이다. 이 경우 범죄분석에서 자주 사용되는 경제학적 접근 방법을 활용하여 한국감정원의 업무 범위로 예정된 ‘담보평가서 검토’의 충분조건을 살펴볼 수 있다.

범죄 없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과, 사회적으로 실현가능한가? 또는 실현해야 하는가? 는 또 다른 문제다. 옛말에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탄 다 태운다’라는 말이 있듯이 범죄 수를 제로로 만들기 위한 범죄 예방비용이 너무 높아 사회적 손실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계 사회적 범죄예방비용과 한계 피해자 비용이 만나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밖에 없는 최적 범죄수가 결정된다. 물론 범죄로 인한 피해자 비용이 클수록 범죄 수를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사회는 높은 범죄 예방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다수의 서민을 범죄의 피해자로 양산하는 부동산 분양사기사건 등과는 달리 부동산 담보 대출사기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금융기관으로 한정된다. 물론 소수의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다수의 서민에 비해 피해자 비용이 더 낮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금융기관의 피해규모가 더 클 수 있다. 다만, 대출이 주 업무인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대출 사기사건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위험이므로 위험관리방법에 따라 피해자 비용이 낮을 수 있다. 부동산 대출사기사건으로 금융기관이 도산했다는 이야기도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국토교통부는 ‘담보평가서 검토’의 가정과 충분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부동산 담보 대출 사기사건이 높은 피해자 비용을 야기 시킨다는 것, 현재 부동산 대출 사기사건의 범죄 수가 피해자 비용에 비해 현저히 많다는 것, 범죄 예방비용 증가가 현재의 범죄수를 크게 감소시킨다는 것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담보평가서 검토’가 위의 조건을 만족시킨다 하더라도 대출 사기사건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율적 수단인가에 대한 고려가 요구된다. 범죄 수는 범죄자가 부담해야할 범죄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도 감소될 수 있다. 범죄자는 예외 없이 처벌된다는 확실한 믿음, 상당한 처벌기간과 과중한 처벌 강도는, 범죄예방비용의 증가 없이 범죄자의 범죄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범죄비용을 증가시키는 것만으로 ‘담보평가서 검토’와 유사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면 현재 시행령안보다 더 효율적인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자원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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