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동아투위 해직기자에 손해배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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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동아투위 해직기자에 손해배상 인정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05.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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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정리법상 손해배상 및 국가의 신뢰 위반 인정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과거 언론탄압에 맞서 몇 차례 수호운동을 벌인 데 대한 정부의 탄압으로 광고 해약 및 언론인 대량 해임 사태를 맞았던 동아일보 언론인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됐다.

타 기관에서 이미 보상을 받은 일부 원고들에 대한 판단과 청구의 시효가 도과되었다고 본 원심 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파기자판 및 파기환송을 한 끝에 지난 9일 대법원 제3부(재판장 박병대, 주심 김신)는 이같이 결정했다.

원고들은 정부가 주요 일간지에 사죄광고를 실어야 한다고도 청구했으나 그 점은 끝내 기각됐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14년 대한민국 이름으로 <동아일보 해직 언론인에 대한 사과문>을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바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67년경부터 각 언론사에 중앙정보부 직원을 출입하게 해 기자들에 대한 감시·감독을 수시로 해왔고 1971년 말경부터는 대한민국 산하 문화공보부가 직접 신원조회를 해 기자들의 자격을 심사한 후 기자증을 발급해 주는 프레스카드제를 시행했다.

이에 동아일보사 소속 기자들은 1971년 정부의 언론탄압에 저항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언론자유수호선언을 했고 이 선언은 한국일보, 조선일보 등 전국 각지 14개 신문, 방송사, 통신사 소속 언론인들의 언론자유수호선언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1971년 12월 6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비상사태 하에서 대통령은 국가안위, 국론분열 및 사회질서 혼란을 조장할 위험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언론·출판을 규제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제8조)’는 내용의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공포·시행했다.

또 1972년에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를 규정한 기존 헌법 제18조 조항에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라는 개별적 법률유보를 달아 보장의 정도를 격하시켰다.

그럼에도 여러 언론사들의 언론자유수호 운동은 계속 이어졌고 1974년에는 데모 기사를 내보낸 것과 관련, 동아일보사 편집국장과 사회부장, 지방부장이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다.

이에 대항해 동아일보사 편집국·방송국·출판국 기자 등 180여 명이 자유언론실천선언문을 채택,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자 중앙정보부는 1974년 12월 초부터 동아일보사 주요 광고주들을 불러 광고해약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주요 광고주인 모 약품회사가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광고동판을 회수해 간 것을 시작, 그로부터 한 달 만인 1975년 1월 23일에는 동아일보 상품광고의 98%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광고탄압이 시작된 지 약 2개월 후인 1975년 3월에는 신임 주필이 선임됐고 당시 외무부장관은 신임 주필에게 동아일보의 논조를 후퇴하는 조건으로 정권과 타협할 것을 제안했다.

얼마 안 있어 동아일보사는 경영악화를 내세워 심의실, 편집국의 기획부, 과학부, 출판국의 출판부 등 1실 3부를 폐지하고 소속 사원 18명을 사전 통고도 없이 해임했다.

이에 해직사원 20여 명의 복직과 신임 주필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동아일보사 소속 기자 등 언론인들이 편집국, 공무국을 점거하고 신문과 방송의 제작을 거부하자 동아일보사는 17명의 언론인을 추가로 해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보름 뒤에는 언론인 12명을 해임 또는 사표수리를 하는 등 동아일보사는 총 7차례에 걸쳐 49명의 언론인을 해임하고 84명을 무기정직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1975년 7월경 동아일보사 사장과 중앙정보부 차장이 ‘광고탄압을 해제하는 대신 동아일보의 편집국장 이상 인사에 대해서는 중앙정보부와 상의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함으로써 종결됐다.

2006년 4월, 원고 언론인들을 포함한 50명은 과거사정리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동아일보 사태 관련 부당한 공권력 개입이 있었는지에 관해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피고는 광고탄압이라는 방법으로 동아일보사를 탄압했고 동아일보사 역시 위법한 공권력의 압력에 굴복·순응하여 정부의 요구에 따라 언론자유 수호에 앞장 선 언론인들을 대량 해임·무기정직 시켰다. 따라서 광고탄압과 언론인 대량해임은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정책에 따라 자행된,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이다”라며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이러한 결정에도 불구, 피고 대한민국이 피해회복을 위한 입법 등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자 원고들은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원심은 손해배상청구의 시효가 도과했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파기 환송 후 원심은 “국가가 과거사정리기본법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피고 산하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해 피해자가 상당한 기간 내 권리를 행사할 경우 피고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이 때의 ‘상당한 기간’이란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해 단기간으로 제한된다”면서 부득이한 경우 3년까지 연장된다고 판단했다.

6년이라는 힘겨운 소송 끝에 얻어낸 이번 판결에 따라 원고들은 드디어 응당 받았어야 할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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