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한 30대 중반의 직장인이 있습니다. 그는 대학을 나온 후 뒤 늦게 법조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 가정형편이 어려워 특수대학을 나왔습니다. 직장생활을 통해 조금의 돈을 모아 사법시험에 도전한 지 몇 해가 되지도 않아 사법시험 폐지 소식을 접고 꿈을 접었습니다. 수년전 다시 회사에 취업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가졌지만 그는 법조인의 꿈을 도저히 접을 수 없어, 로스쿨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4번이나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리트와 영어 성적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특화된 대학전공과 다년간 사회경력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합격의 문턱은 높기만 했습니다. 그는 합격을 해도 골머리입니다. 직장은 서울, 지원 로스쿨은 지방입니다. 직장을 3년간 접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저 같은 이를 위해서라도 사법시험은 100~200명 정도라도 존치돼야 합니다”고 말합니다. 11일 금번 로스쿨 입시 발표가 있다고 합니다. 합격을 기원한다며 그를 응원했습니다.
또 한 명의 지인은 40대의 늦깎이 나이에 현재 로스쿨에 다니고 있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는 예고에 따라 결국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로스쿨을 욕하지 말라”며 기자에게 무언의 압력을 넣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어디 있느냐”며 “로스쿨에서도 자기하기 나름이며 열심히만 하면 장학금도 받고 꽤 좋은 곳”이라고 자랑합니다. “제도 변화를 믿고 로스쿨에 왔으므로 사법시험 존치는 절대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모두 일리 있고 맞는 것 같습니다.
10일 겨울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는 전국 5천여명의 로스쿨 재학생들이 사법시험 유예를 반대한다며 시위를 했습니다. 바로 옆에서는 몇몇 고시생들이 초라한 모습으로 삭발식을 거행했습니다. 내리는 비와 눈물이 한데 섞여 감정이 복받쳐 우는 모습이 보입니다. 같은 시간에 멀리 떨어진 국회 의사당 앞에서도 ‘사법시험 존치를 촉구하는 총 국민연대’가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며 집회를 가졌습니다.
이에 앞서 전국 로스쿨생들은 자퇴서를 던졌습니다. 남은 학사일정을 모두 거부하고 다가오는 변호사시험까지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이 중 일부는 청와대, 국회, 대법원 등 앞에서 사법시험을 존치해서는 안 된다며 릴레이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사시생 일부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교수들도 나뉘었습니다. 로스쿨 교수들은 변호사시험, 사법시험 출제 거부를 선언했고 법과대 교수들은 학자의 의무를 포기했다며 비난하며 자신들이 출제에 참가하겠다며 간접적으로 로스쿨을 압박합니다.
로스쿨생들의 자퇴서 제출에 사시생들은 이를 수령하라며 해당 로스쿨을 찾아 갑니다. 그래도 로스쿨생들은 끝까지 집단행동을 이어 가겠다고 합니다. 로스쿨생들은 “사법시험을 폐지하기로 했으므로 정부와 국회는 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로스쿨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텅텅 빈 강의실 사진과 함께 올린 “돌아오지 않는 학생들”이라는 종강사가 심금을 울립니다. 사시생들은 “2009년 변호사시험법 통과할 때, 2013년에 예비시험 등을 재논의한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도 이를 기다려 왔다”고 강변합니다. 법조인들도 양측으로 갈려 찢어지고 갈라섰습니다. 국회는 눈치 보기 바쁘고 소신없는 법무부는 된통 혼줄이 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변호사시험이 불과 25일 남았습니다. 졸업예정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시험 재수 이상자도 9백여명이나 있습니다. 이들은 이번 시험을 위해 1년, 2년, 3년, 4년을 기다려 왔습니다. 이들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로스쿨생들은 일단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사시생들도 다가오는 시험에 전념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급한 불부터 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후 다시 소신들을 주장했으면 합니다.
교수님들도 제자리로 돌아가시고 법조단체들도 잠시 휴전을 했으면 합니다. 이런 우리의 법학계, 법조계가 너무 서글픕니다. 모두, 조금만 쉬었다가 갔으면 좋겠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상호불신이 쌓인 것에 정치권, 정부기관, 법학계 관계자님들의 책임이 큽니다. 깊게 반성들 하셔야 합니다. 특히나 “우린 빼앗길 밥그릇조자 없다”고 울먹이며 삭발하는 고시생들의 모습을 차마 더 이상 못 보겠습니다. 그리고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이 끝난, 오는 3월 결사항전의 자세로 서로 머리를 맞대되, 필히 결론을 내려 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