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대 정문서 고시생 3명 삭발식 가져
“사시존치, 밥그릇 싸움 아닌 기회균등 문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사법시험을 존치해 달라”며 삭발식을 가졌다.
7일 서울대학교 정문에서 박원호(여, 만 30세)씨와 김종근(남, 만 24세)씨, 박정민(남, 만 35세)씨가 삭발에 참여했다. 이들 3인은 각자의 환경과 나이, 사법시험 준비를 한 기간도 달랐지만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함께 자리에 나섰다.
박원호씨는 현재 영산대학교 법률학과 2학년을 휴학하고 한국고용정보 소속으로 직장생활을 하며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법시험에는 지난해 처음으로 응시했다.
김종근씨는 명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법조인이 되기를 꿈꿔 왔던 김씨는 군대를 제대한 후 바로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로스쿨에는 갈 수 없다고 했다.
박정민씨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집안 사정으로 포기했던 법조인의 꿈을 다시 품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다. 그는 경기도 연천에 있는 집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하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하는 삭발식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서울대학교까지 달려왔다고 전했다.
박정민씨는 “로스쿨에 들어와서 법조인이 된다고 하지만 로스쿨에는 나이와 학벌에 제한이 있고 경제적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며 “30세가 넘는 사람 중에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한 인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나이도 30세 이상이고 3년간 1억에 달하는 로스쿨 학비를 부담할 경제적 여건도 되지 않는다”며 “로스쿨에 들어가서 공부할 기회도 주지 않으면서 사법시험을 없애고 로스쿨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7년의 기간을 줬는데 다시 4년을 더 주는 것은 ‘떼법’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는 로스쿨 측 주장일 뿐 2013년에 예비시험이나 사법시험 존치 등에 관해 부대 논의하기로 국회에서 이미 합의가 된 것인데 국회가 지금까지 방치해 온 것 뿐”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로스쿨생들의 집단자퇴와 학사일정 거부 등 반발에 대해 “국회와 교육부, 법무부, 대법원 등 유관기관의 합의를 로스쿨생들이 가로막으면 안 된다”며 “국민 여론이 원하는 사법시험 존치를 왜 가로막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정민씨는 “사법시험 존치 문제를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가는데 고시생에게는 밥그릇이 없다”며 “변협이나 로스쿨생들은 밥그릇 싸움을 하는지 몰라도 고시생들은 그저 기회를 조금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사법시험의 존치를 호소했다.
이들은 삭발식을 마친 후 사법시험의 존치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로스쿨 법학관 앞으로 이동 서울대 로스쿨 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