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국장
최근 법조단체와 일부 정치인들이 국가이익보다 단체 및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위해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로스쿨 제도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악의적으로 로스쿨 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려는 술책이며, 로스쿨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이끌어 기존 법조인들의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책동에 지나지 않는다.
변호사단체는 로스쿨 배출인원을 현 1,500명 수준에서 800명으로, 사법시험을 통한 배출인원을 150명(2017년 단계별 폐지)에서 200명, 즉 한 해 1,000명의 법조인이 배출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해 법조인 배출 인원을 1,000명 수준으로 법조인의 수를 통제하겠다는 숨겨진 의도임을 알 수 있다.
현 변호사가 2만 명 시대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지만, 국가 성장 추세를 감안한다면 아직도 변호사 숫자는 적다. 더 늘려야 한다. 제1회 사법시험이 치러진 1963년의 무역 수지와 현재를 비교해봤을 때 약 64만 배 증가됐으며, 대학 진학률 역시 33%에 그치던 90년대와 다르게 현재는 80% 이상의 높은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70년대에 16,526명이던 의사와 치과의사의 수는 2010년에 들어 103,073명이라는 523.7%로 증가했다.
변호사 배출 통제 수단인 사법시험 존치의 주된 논리 중 하나는 로스쿨의 사회적, 경제적 취약 계층을 비롯해 일반 서민들은 진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법시험만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제도, 서민을 위한 사다리라는 주장인데 과연 그럴까?
1963년 제1회 사법시험을 시작으로 2012년 사법시험까지 총 696,331명이 출원했으며, 그 중 고작 2.94% 인원인 20,450명이 합격했다. 합격하지 못한 다수는 10년 넘게 고시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로스쿨은 위와 같은 사법시험의 폐해를 방지하고자 설립된 것이다. 사법시험이 ‘시험을 통한 선발’이었다면, 로스쿨은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기본 취지를 바탕에 두고 있다. 특히 지방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권역별로 로스쿨이 설치돼 있으며, 그 지역의 대학에서도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놓았고 이에 따라 학부 교육이 정상화와 기회균등이 이루어졌다.
서민들이 로스쿨에 들어오기 힘들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들어왔을까? 현재 전국 25개 로스쿨에서는 특별전형제도를 통해 매년 입학정원의 5% 이상(지금까지 890명)이 전액장학금 혜택을 받았으며 변호사가 되어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로스쿨에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 중 가구소득이 2,000만원 미만인 학생이 28명으로, 전체(152명)의 18%에 달하며, 결코 부유한 자제들만 입학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다른 로스쿨 역시 비슷한 수준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법조인이 되기에 진입장벽이 낮은 쪽은 누가 봐도 사법시험보다는 ‘로스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과 ‘사다리’를 운운하면서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주장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와 원칙을 져버리는 것이다.
로스쿨은 교육기관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백년 앞을 내다보면서 신중을 기해서 정책을 수립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순된 정책변화에 국가의 미래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