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존중 받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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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중 받았습니까?
  • 민규남
  • 승인 2015.05.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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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남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얼마 전 “존중 받았습니까? 자살률 최고 한국, 행복 수준은 최하위”라는 기사를 보았다. 갤럽에서 2014년에 143개국 각 나라의 15살 이상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나 대면 인터뷰 조사를 한 결과 대한민국은 118위로 행복지수가 최하위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 조사항목은 ‘① 어제 편히 쉬었는가? ② 어제 하루 존중을 받았는가? ③ 어제 많이 미소 짓고 많이 웃었는가? ④ 어제 재미난 일을 하거나 배웠는가? ⑤ 어제 즐거운 일이 많았는가?’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비해서 자살률은 세계보건기구에서 17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위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인접국가인 중국은 43위, 일본은 83위로 중간 순위에 해당했다. 갑자기 씁쓸해졌다.

그 조사항목 중에 ‘어제 하루 존중을 받았는가’는 유일하게 다른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해당한다. 기자는 아마 최근에 사회문제화된 ‘갑질’을 의식해서 “존중 받았습니까?”라는 문구를 제목으로 끄집어냈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어제 하루 존중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을 ‘어제 하루 존중을 해줬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꾼다면 어땠을까. 질문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과는 같아지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마당에 내가 존중받을 생각은 아예 접어두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존중하지 않게 된 것일까?

좀 쌩뚱맞을 수 있지만, 이런 생각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자동차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있을 때는 그 횡단보도 앞의 정지선에 정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할 때도 일시정지해서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

앞의 얘기는 그럴듯한데, 뒤의 얘기는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는지. 그런데 앞의 얘기도 잘 보면,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나 자동차의 신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다시 말하자면, 보행자가 도로를 횡단할 때는 그곳이 횡단보도가 있는 곳이든 없는 곳이든 불문하고, 보행자가 횡단보도 신호를 위반해서 도로를 횡단하고 있더라도 자동차 운전자는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 이것을 위반한 것이 적발되면 2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우리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제5항, 그리고 제156조 제1호를 쉽게 풀어 쓴 말이다. 그런데 이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운전면허시험 준비를 하고 시험에 합격하면서도 어찌 보면 아주 중요한 이런 규정을 모를 수가 있을까?

우리는 어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보행자를 존중해줬는가? 교육문제까지 다루게 되어 너무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는 스크린도어 등 보안문 설치로 인해 민원인의 출입이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일단 법원가족들이 출입할 때 잠시 문이 닫히기 전의 극히 짧은 시간을 이용해 일반인이 아무런 제지 없이 보안문을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민원인이 우연히 그런 방법으로 출입제한 구역에 들어왔다고 해도 나가기 위해서는 다시 보안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맘대로 나갈 수는 없다. 올해 3월 초경 부장판사님과 함께 인사차 법원건물을 돌다가 2층 통제구역에 있는 중년의 남성 민원인과 마주쳤다. 한 손에는 소송관련 서류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서류봉투를 든 채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이곳에 가뒀다면서 큰 소리로 듣기 불쾌한 말씀을 쏟아내고 계셨다. 대하기가 아주 꺼려지는 상황에서도 부장판사님은 상대방의 불쾌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아주 친절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엘리베이터까지 함께 타고 1층 보안문 바깥까지 직접 안내해주셨다. 그 민원인은 1층 보안문에 이르렀을 무렵부터 갑자기 흥분이 가라앉았고, 보안문 밖으로 나가게 되자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처음에는 존중받지 못했는데, 내가 존중하자 결국 나도 존중받았다는 것이다. 내가 태도를 바꾸면, 우리나라도 쉽게 행복지수 상위권인 나라가 되지 않을까.

<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소통광장 법원칼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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