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조인과 또 다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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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조인과 또 다른 꿈
  • 이종건
  • 승인 2015.01.30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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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 변호사(대우증권 이사)

신림동 고시촌에서 한참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1994년 어느 날, 지금은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후배를 신림동 고시촌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법대생으로 나와는 띠 동갑일 정도로 한참이나 어린 후배가 서울대 학생이 아닌데도 학교에서 먼 신림동에서 고시생이 되어 생활하겠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고시 낭인이 되어 가고 있던 내 입장에서 대학생활과 수험생활을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것저것 많은 얘기를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배는 자기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소망을 져버릴 수가 없어 법대로 진학해서 고시를 준비한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 후배에게 두 가지 소망을 다 이루면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 해주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그 후 디자인에 관한 공부를 해서 법조인 출신의 디자이너가 되면 오히려 세상의 이목을 끌 수 있으니 금상첨화일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아쉽게도 그 후배는 변호사도 디자이너도 되지 못했지만 만약 법조인 출신의 디자이너가 되었더라면 얼마나 멋졌을까?

우리 법조인들 중에는 본연의 법조 관련 업무 이외에도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쪽 방향으로 진출하여 탁월한 능력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다. 대학의 교수가 되신 분들도 많이 있지만 그와는 전혀 다르게 회사의 경영자가 되신 분도 있고, 문화 예술에 능통하신 분들도 있다. 사내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나로서는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조차도 벅차고 퇴근해서는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집안일을 돕기에 급급해 하루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도 모른다. 그 분들은 언제 어떻게 시간을 내서 공부하고 노력해서 그런 능력들을 발휘하여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지 정말로 존경스럽다.

몇 년 전 50대에 접어들게 되자 문득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새로운 일에 대한 갈증으로 고민하게 되었고 무엇을 하면 다른 분들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 고심 끝에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이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강의를 수강하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거의 70세에 가까운 분도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고위 법관을 지내셨던 분도 대학원의 교수가 아닌 학생으로 대학원에 입학하여 젊은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내 생각이 틀렸음을 단번에 알게 되었고 나 역시 이 좋은 공부를 왜 늦게 시작하였는지 후회스럽기까지 하였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도 법조인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부족한 능력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뒤늦게라도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다행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졌다.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법조관련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옛날 띠동갑 후배에게 권유하였던 것처럼 변호사이면서도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소질이 있고 노력한다면 굳이 못할 것도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에게 하루 24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져 있는 것이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법조인이었으면서도 다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시는 분들은 소질이 있고 관심을 많이 기울이기도 했겠지만 틀림없이 많은 노력들을 하셨을 것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함에 있어 변호사 또는 법조인이라는 타이틀은 성공하기에 너무나 좋은 든든한 배경이라 생각된다. 사람들의 시각을 끌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 뭔가 다른 꿈을 꾼 것이 있었다면 법조인이 된 후 언제라도 시작해보기 바란다.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그 분들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뒤늦게라도 시작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빠른 것이라는 진리를 몸소 실천해 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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