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법개혁의 방향
상태바
[칼럼] 사법개혁의 방향
  • 이관희
  • 승인 2014.11.07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관희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 / 대한법학교수회장

우리나라에 있어서 진정한 법치주의 구현은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본란에서 여러 차례 지적되었듯이 로스쿨 도입 등으로 법치주의 기반인 법학교육 자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고, ‘세월호’ 사건 이후 그 특별법제정 과정이나 지난달 말 끝난 국정감사 행태를 보면 국민의 대표이자 입법기관인 국회가 과연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거기에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재판 즉 사법기능도 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단적인 징표가 대법원에 일년 상고 건수가 꾸준히 증가해서 2009년 3만 건이 넘었고 드디어 2012년부터는 3만 6천 건이 넘었다는 것이다. 대법관 1인당 일년에 3천건 정도 해결해야하니 합의제는 원시적불능인 셈이다. 최소 3천만원든다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 선임을 하지 않고는 하나마나하다는데 얼마나 하급심 판결에 대한 불만이 많으면 이 지경에 이르렀으랴!

따라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고사건 중 중요사건은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관이 맡고, 일반사건은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으로 구성된 신설의 상고법원이 맡아야 한다는 제안은 보다 근본적인 사법개혁 차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즉 사법개혁의 핵심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하급심 재판을 만드는 것이다. 년초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회원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전관예우가 존재하느냐”는 문항에 80% 이상이 “그렇다” 는 답변이 있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법조 스스로도 재판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법관의 평균 재임 기간이 10년도 채 안된다는 통계로도 뒷받침되는데, 대부분의 법관들이 조만간 퇴직하여 변호사를 할 것을 전제로 재판업무에 임하고 있는 매우 후진적인 시스템인 것이다. 대법관조차도 6년 임기를 마치면 극히 예외를 제외하고 어느 로펌갈까 고민하는 상황에서 재판이 제대로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소위 G7 선진국은 모든 법관들이 정년 내지 종신까지 근무하고 퇴직 후 변호사를 하지 않도록 사법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정년까지 근무하는 법관은 거의 없는(0.1% 정도) 형편인데, 법원인사가 법원의 고유 문제라면서 이러한 사법시스템 개혁을 반대하고 오히려 그것을 고착시켜온 대법원 특히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법원장들은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법원조직법 개정(2011. 7.)으로 판사는 10년 이상 변호사 등의 직에 있던 사람 중에서 임용(다만 3년,5년,7년의 경과규정 있음)하는 법조일원화를 도입했고, 대법관 70세 법관 65세로 정년을 연장해서 선진국 사법제도를 지향했다. 그러나 이를 보다 심화하여 한번 법관은 평생 법관으로 죽을 각오를 할 수 있도록 근무성적 평정은 사건처리율, 항소율, 파기율, 파기사유 등 객관적 자료를 기초로 합리적으로 하고 본인 동의없는 전보도 제한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합의재판의 실질화이다. 독일의 경우 중요한 사건에 대하여는 3인의 합의제 외에 5인, 7인의 합의제도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 2심 합의재판이 사실상 형해화되어 있는데 재판경력이 대등한 법관들로 구성하여 실질적 합의를 이끌어내어 항소심이 사실심의 최종심으로 기능하도록 하고 대법원은 법률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기하는 법률심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하급심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상고(上告)제한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미국의 경우 지금도 연간 상고허가 신청사건은 1만건을 넘지 않으며 70여건만 전원합의 판결의 대상이 되고 있다. 9명의 대법관 중 4명이 동의해야만 상고심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법관의 숫자를 늘려서 부담을 줄이고 재판의 질을 높일 곳은 상급심이 아니라 하급심이다. 이것이 우리 사법개혁의 방향이고 법치주의 확립의 지름길인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