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의 행정학 읽기 / 행정학 속의 정책학(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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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의 행정학 읽기 / 행정학 속의 정책학(9)
  • 박훈
  • 승인 2014.06.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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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의제 설정의 주요 이론 -

 

 

 

 

 

박훈 합격의법학원 행정학 전임
 

1. 정책의제 설정이론의 대두배경

① 1960년대 미국사회의 혼란과 밀접히 관련된다. 즉 1960년대 흑인들이 폭동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게 되자, 정치학자들은 흑인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론은 인종문제가 정책의제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② 그렇다면 ‘왜 어떤 문제는 정부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다른 문제는 공식적인 거론도 없이 방치하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것이 정책의제 설정이론이다. 즉, 정책의제 설정(agenda-setting) 이론은 모든 사회문제 중 왜 일부만이 정책문제가 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2. Simon의 의사결정론과 체제 이론

➀ 사이먼의 이론을 모면, 인간은 인지능력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문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수 없으며, 조직체나 정치체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사회문제 중 정책문제로 채택되는 것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이먼 등의 주장은 무수한 사회문제 중 왜 일부 문제만 정책문제로 채택되는가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답변할 수 있지만, 왜 어떤 문제는 채택되고, 다른 문제는 제외되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➁ 체제이론도 사이먼의 의사결정론과 비슷한 맥락에서 사회체제도 기계적 체제나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능력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치체제는 전체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채택할 정책문제를 줄이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가? 체제이론에서는 체제의 문지기(gate-keeper)가 그러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즉 정치체제와 환경을 구분 짓는 경계선에는 정치체제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이 문에는 문지기(예. Easton 모델의 정당과 이익집단)가 있어서 문지기의 허락을 얻어야만 정치체제에 대한 요구가 체제 내로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체제이론은 정치제제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소수의 사회문제만 정책문제로 채택되는데, 정치체제의 문지기가 선호하는 문제가 정책문제로 채택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문제를 문지기가 선호하는가에 대한 설명은 누락되어 있다.

3. 다원론

다원론은 정치권력이 소수의 엘리트에게 좁게 집중된 것이 아니라, 사회 내의 여러 집단, 여러 세력에 넓게 분산되어 있어 정치권력의 실질적 소재가 다원화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정책의제 설정과 관련하여, 다원론자들은 정치과정이나 정책과정을 지배하는 단일의 엘리트가 존재한다는 견해에 반대한다. 정치적 자원은 널리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엘리트는 다원적이며, 사회 내의 일부 집단이 어떤 문제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면 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 문제를 정책문제로 채택하여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어떠한 사회문제든지 정치체제에 들어올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다원론자들도 정치체제의 능력상 한계를 인정하여, 모든 문제가 다 현실적으로 체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 올 가능성은 다 있고, 실제 정책의제화가 되느냐의 여부는 ‘무작위적’으로 정채진다고 본다.

4. 엘리트론의 무의사결정

(1) 다원론적 정책의제 설정에 대한 비판

다원론에서는 정책의제 설정과정이 본질적으로 무작위적 과정이고, 정치엘리트들이 일반대중의 정책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주장하는데, 1960년대 인종분규는 이러한 다원론의 낙관적인 기대와는 다른 일대 사건이었다. 흑인들이 합법적인 방법이 아닌 폭동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한 데 대하여 미국의 정치학계나 행정학계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고,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연구하게 되었다. 왜 어떠한 문제는 정책문제로 쉽게 채택되는 데 반해 다른 문제는 이것이 억제되어 만성적인 불만의 원인이 되는가에 대해 다른 설명을 찾게 되었다.

(2) 무의사결정

Dahl로 대표되는 다원론에서는 엘리트의 다원성과 일반대중의 간접적인 영향력을 주장하였다. 이를 비판하고 나온 것이 신엘리트론의 ‘무의사결정론’(non-decision making theory)이다. 무의사결정은 공중의제(public agenda) 혹은 체제의제(systemic agenda)가 중요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왜 공식의제나 정부의제(institutional or governmental agenda)로 등장하는 데 실패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신엘리트론자들은 다원주의자들이 정치권력의 한 측면만 파악하고 다른 측면은 파악하지 않고 내린 결론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본래 정치권력은 두 얼굴을 지니는데, 밝은 측면은 정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고, 어두운 측면은 정책결정 과정에 선행하는 정책문제의 채택(즉 정책의제 설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에게 불리한 문제는 아예 정책문제로 거론되지 않도록 봉쇄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의하면 달과 같은 다원론자들은 이 후자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후자의 국면이 바로 무의사결정이다. 즉 무의사결정이란 의사결정자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에 대한 잠재적 내지 현재적 도전의 억압 내지 좌절로 귀착되는 결정이다. 예를 들어,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에서 노동문제, 환경문제, 복지문제 등은 당시 정치엘리트들 사이에 팽배한 경제성장제일주의나 수출지상주의와 같은 정치이념에 의해 진지한 검토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3) 무의사결정에서 사용하는 전략

➀ 정치과정에 진입하려는 요구를 제한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의 행사이다. 예를 들어, 테러리즘, 폭력을 수반한 집회 등을 통해서 특정 쟁점이 정부에 상정되지 못하게 한다.

➁ 정책의제화를 요구하는 주장자들이 현재 누리는 혜택을 박탈하거나 다른 이익을 제공하여 매수(co-optation)하는 방법이다.

➂ 기존의 규칙이나 제도적 과정을 사용한다. 즉 부각된 혹은 부각될 쟁점이나 갈등을 처리하는 전략으로 제도화된 사회의 각종 위원회 및 자문회의를 통해 현안에 대한 구체적 연구나 전문적 자문을 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각된 쟁점의 비윤리성 혹은 반국가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쟁점의 제도적 진입을 제한한다.

➃ ‘예견된 반응’을 미리 공표함으로써 무의사결정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의사결정 주도집단이 그 쟁점에 부정적인 판단을 가지고 있음을 알림으로써 비록 일부 계층이 그 쟁점의 의제화를 요구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움을 알게 하여 쟁점 제기를 단념케 한다. 이는 가장 우회적인 방법이다.

(4) 무의사결정 전략이 작용하는 국면

무의사결정은 정책의제 설정과정을 전제로 나온 것이지만, 실제로는 정책과정 전반에 걸쳐 일어난다. 만약 정책의제화를 막지 못했다면,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책대안의 내용을 제안함으로써 실질적인 효과나 내용이 없는 명목상의 정책이 결정되도록 노력한다. 만약 이 단계에서도 실패한다면, 이제 정책집행 단계에서 새로운 저지 활동을 벌인다. 예컨대, 집행에 필요한 예산 및 인력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집행단계에서도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면, 이제 정책평가에서 그 정책의 효과가 없거나 매우 비효율적임을 강조하여 차기에 다시 거론하지 못하게 방해하고자 한다.

(5) 무의사결정론의 비판

무의사결정론은 본질적으로 정책문제화되지 않은 문제나 표면화되지 않은 갈등의 국면을 전제하고 이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정책의제화가 되지 못한 측면을 분석하는 것이 정확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막연한 짐작이나 편견만을 가지고 무의사결정이 많이 존재한다고 하여 정책의제화가 엘리트에 의해 음성적으로 지해된다고 판단하는 게 무리한 점이 있다.

5. Kingdon의 정책의 창 이론

Kingdon의 ‘정책의 창’(policy window)이란 정책주창자들이 그들의 관심대상인 정책문제에 주의를 집중시키고, 그들이 선호하는 대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열려지는 기회이다. 이러한 정책의 창은 기본적으로 ‘문제의 흐름’(problem stream), ‘정치의 흐름’(political stream), 그리고 ‘정책의 흐름’(policy stream)이라는 3가지 흐름의 변화에 의해 열리게 된다.

이러한 3가지 흐름이 하나로 합쳐지면 정책의 창이 열린다. 여기서 정책의 창이란 특정 정책대안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기회’이며, 이 기회를 이용해 특정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모든 정책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정책대안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선호하는 해결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게 된다. 그들이 선호하는 문제해결방법이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받게 되면 그들은 자신들의 해결방법을 사용해서 문제해결을 하게 된다. 이 경우 킹던은 ‘정책의 창이 열렸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정책의 창이 열리는 계기는 정권교체, 의회의 변동, 국민감정의 변화, 시급한 공공문제의 대두, 극적인 사건의 발생 등이다. 특히 정권교체와 극적 사건은 정책의 창을 열게 하는 양대 점화장치로 작용한다.

6. 단절적 균형 이론

엘리트론과 다원론은 논거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점증적’인 정책의제 설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러나 현실의 정책의제 설정은 점증적이 아닌 급격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일례로 1960년대 한국에서 수출지향적 산업화 정책이나,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 정책이 그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정책의제 설정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단절적 균형 이론(punctuated equilibrium theory)이다.

단절적 균형 이론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정책이나 제도가 특정 시점에서 급격하게 변한 후 새로운 균형상태가 유지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체계화한 Krasner에 따르면,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제도가 전쟁이나 공황과 같은 외생적인 사건에 의해 촉발된 ‘결정적 전환점’(critical juncture)에 이르러서는 기존의 경로에서 벗어나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전환점이 결정적인 이유는 그것이 제도적 장치를 본질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경로 내지 궤적에 놓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절적 균형 이론의 논리에 의한다면, 정책이 만들어지는 결정적 전환의 순간과 정책이 안정적인 상태의 시기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요컨대, 단절적 균형 이론은 정책의제 설정을 기본적으로는 안정적 균형을 유지한다고 설명하되, 특정한 시점에서는 균형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설명하고, 새로운 균형점 하에서 다시 안정성을 유지한다고 보는 통합적 정책의제 설정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7. 동형화 이론(Isomorphism Theory)

DiMaggio와 Powell에 따르면 어떠한 조직이든 생성시에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유형으로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동질화의 압력이 나타나게 되어 동형화가 이루어진다. 의제설정 과정도 이러한 동형화의 압력을 받는다. 정책의제의 경우 어떤 정책의제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 경우 정당성의 수준에 근거해서 정책의제가 채택될 수밖에 없다.

동형화 이론을 통해 정책의제설정 과정을 설명하면, 첫째,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정책아이디어의 전파를 의미하는 정책전이(policy transfer) 현상을 정부들 간의 동형화로 이해할 수 있다. 동형화에는 모방적, 강압적, 규범적(전문성)인 방법이 있다. 둘째, 정당성 확보와 강화는 정책의제 설정에 영향을 준다. 모호한 정책목표를 추구하는 정책과정의 첫 단계인 정책의제설정에서 정책당국은 관련 이해당사자들(stakeholders)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의제를 채택할 것이다. 따라서 어떤 정책의제가 실제로 국가적으로 시급한 현안이라도 이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약하거나 과거의 선례가 없다면 이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발전에 시급하지 않은 정책의제라도 이를 다른 국가에서 널리 채택할 경우 이미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한 의제이기 때문에 정책당국이 특별한 부담 없이 이를 채택할 수 있다.

8. 사회적 구성론(Theory of Social Construction)

사회적 구성론에 따르면, 특정 사회에서의 정책의제설정은 행태주의 접근이 강조하는 것처럼 인과관계에 의하여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행위의 연관성 속에서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구성물이다. 이 이론은 정책의제가 형성되는 배경과 이를 둘러싼 문화와 정치환경과 같은 맥락 속에서 정책행위자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특히 ➀ 정책문제와 ➁ 정책대상집단이 어떻게 정의되고 이미지화하는지에 따라 정책의제설정 과정은 상당히 다르게 구성된다. 이때 정책대상집단은 사회적 또는 문화적인 사회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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