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시 수석 합격수기>“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것이 수석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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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시 수석 합격수기>“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것이 수석의 비결”
  • 법률저널
  • 승인 2013.12.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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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희 제31회 법원행시 수석·동국대 법학과 졸업

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제31회 법원행정고등고시에 재시로 최종합격한 김민희입니다.

법원행정고등고시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법률저널에 올라온 합격수기를 편집하여 핸드폰에 담아두고 읽고 또 읽고 하던 것이 두 달 전 일인데, 제가 합격수기를 쓰고 있으려니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욱 묘한 기분이 듭니다. 더불어 법원행시 합격자 수가 적어 정보 기근에 시달리던 제게 유일한 길잡이는 합격수기 뿐이었기에, 제32회 법원행시를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 더욱 상세히 합격수기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글을 시작하려 합니다.
 

Ⅱ. 법원행시 1차 준비과정

1. 첫 번째 도전(2011년)

2010년 사법시험 재시에 합격하지 못하고, 2011년 1차 시험에도 낙방하면서 한동안 방황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6월에 간신히 마음을 잡고 사법시험 1차 스터디를 진행하던 중 함께 스터디를 하던 언니로부터 중간점검 차원에서 법원행시를 한번 준비해보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3명의 스터디원 모두 <법행바이블>로 법원행시를 준비하였고, 시험을 1주일가량 남겨두고는 연도별로 된 법원행시 기출문제를 출력해서 시간을 재며 푸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공부 자체에 몰입하지 못한 상태로 치른 시험이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결과는 역시 불합격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2. 두 번째 도전(2012년)

2012년 사법시험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를 준비하던 중 또다시 공부에 몰입하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할 바에는 공부가 안될 때만이라도 법행 준비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2012년판 <법행바이블>을 새로 구매하여 조금씩 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민법만 간신히 1회 푸는데 그치고, 사법시험 2차 공부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한 채 6월 2차 시험을 치르고 돌아왔습니다.

세 달이 넘는 시간동안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고나니 공부환경을 바꿔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 고시반으로 공부장소를 옮겼습니다.

사법시험 2차 시험 직후 2주간 휴식을 갖고 고시반 사람들 몇 명과 <법행바이블>을 교재로 하여 1시간 가량 함께 문제를 풀고 의문이 나는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방법으로 공부하였습니다. 3회독 까지는 정독하였으나 4~7회독 까지는 틀린 문제만 다시 풀었고, 8~10회독 당시에는 반복해서 틀리는 문제를 노트에 옮겨 적어 시험 당일 그 노트만 가지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10회독이 굉장히 무리한 계획 같아 보이지만 3회독 까지는 오래 걸려도, 4~10회독은 틀린 문제만 보았기 때문에 막판에는 하루에 2회독도 가능하였습니다.

시험 1주일을 남겨두고는 법무사 기출문제를 구해 스터디원들과 시간을 재며 풀었는데, 법원행시보다 난이도가 좀 더 있어서 많이 좌절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1차 시험을 모두 치르고 나서는 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시험 당일 가져간 노트에는 법무사 기출문제 중 틀린 지문도 함께 적어 넣었습니다.) 유형이 살짝 다르긴 하지만 <법행바이블>만 풀 때와는 다른 긴장감을 주어 실수를 줄여주는 효과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의 경우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보았던 기본서 및 판례집 등이 습득되어 있었던 상태였기에, 사법시험이 아닌 법원행시만의 출제영역에 대한 감을 끌어올리는 부분에서 “<법행바이블> 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2013년 1차 시험이 어려웠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있게 “<법행바이블>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 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졌습니다.

다만, 사법시험과 법원행시 공히 기출문제가 가장 좋은 연습문제가 되는 것만은 확실한 듯 합니다. 어느 정도 기초가 되어 있는 수험생이라면 <법행바이블> 만으로도 1차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1차 시험 날. 사법시험과 달리 가벼운 마음으로 본 시험의 결과는 120문제 중 5개를 틀려 평균 95.8점.

예년과 비교하여도 꽤 안정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 커트라인이 생각보다 높아 오히려 합격 발표가 난 후에 마음을 쓸어내렸습니다.

1차 시험의 경우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사법시험의 경우 실수하면 어쩌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에 전날 잠도 자지 못하고 정상 컨디션의 1/3 수준에서 시험을 보곤 했었는데, 법행 1차 시험에서는 다시 한번 실력을 점검해본다는 편한 마음을 가지고 임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의외의 고득점을 받고나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것이 시험 당일의 가장 큰 덕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Ⅲ. 법원행시 2차 준비과정

1. 초시 (2012년)

사법시험 3시 불합격, 4학년 2학기 복학, 과제 및 졸업논문, 4시 준비를 위한 고시반 일정 (동영상 강의 및 스터디), 법원행시 2차 준비.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져 사실상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장용석님이 주도하는 다음 카페에서 진도별로 단문을 선정해보는 온라인 스터디를 하였지만 그 조차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고, 간신히 민사소송법과 행정법만 1회독을 하여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결과적으로 합격권에서 평균 5점 이상을 하회하는 점수를 받았고, 합격권이 아니라는 사실은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실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얻은 것이 있다면, 시험장에서 답안 작성 요령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① 대목차 사이는 두 줄을 띄울 것. (사법시험과 달리 양의 제한이 사실상 없습니다. 앞뒷면을 모두 사용하면 2시간 동안 쓸 수 있는 최대한을 써도 종이가 남을 정도입니다.)

② 되도록 앞면만 사용할 것. (앞뒷면 모두 사용 가능하지만, 채점자 시각의 편의상 앞면을 다 사용하고 맨 뒷장에서 다시 역방향으로 써오는 것이 좋습니다.)

③ 펜은 0.7이나 1.0을 사용할 것. (사법시험 답안지와 달리 한 줄의 높이가 1cm입니다.)

2. 재시 (2013년)

1) 온라인 스터디 (7월 말~9월 초)
사법시험 2차가 끝나고 2주간 휴식을 취했고, 학교 고시반에서는 함께 공부할 사람을 찾지 못해 초시 때 하던 온라인 스터디에서 모티브를 얻어 다시 온라인 스터디를 조직하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작년 최연소 합격생이신 장용석님이 법행2차스터디 카페 장 권한을 저에게 넘겨주셨고, 작년 카페에 남아있던 자료 및 노하우를 새로운 스터디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과목별로 진도를 정해 ① 기출 분석 ② 미기출 부분 예상단문 (형법과 민법은 단문이 출제되지 않을 것 같아 간단히 쟁점만 언급하는 식으로 하였습니다) 을 다섯 개씩 뽑아 간단한 내용과 함께 글을 올리고, ③ 형법과 형사소송법, 행정법 최신판례를 돌아가면서 정리하여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과목보다도 그 세 과목에서 최신판례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스터디원 모두 심우출판사에서 출간하는 법원시험기출문제시리즈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책을 기준으로 진도를 나누고, 기출분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행정법은 심우에서 출간되지 않아 정선균 강사의 행정법 엑기스를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법원행시는 물론 법무사, 법원승진시험 문제가 나와 있는데, 법원승진시험 문제 보다는 법무사 기출이 법원행시와 다소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예상단문을 선정할 때에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강사님이 중요하다고 했던 주제 보다는 법무사 기출에 더 주목하여 반영하였습니다. (실제로 법무사와 법원행시 2차 출제위원의 구성이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단문 선정은 행정법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행정법은 기출이 반복되는 경향도 강했지만, 단문 비중이 높은 과목이라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선균 강사의 핸드북을 기준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배점을 정해 (이 단문은 몇 점정도로 출제될 것 같다는 식) 글을 올려 총 31개의 예상단문을 선정하였습니다.

정확하게 예상적중하지는 못했지만, 세 문제는 예상단문 안에서 충분히 쓸 수 있는 문제로 출제되어 행정법은 어렵지 않게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스터디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활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결속력이나 지속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7월 말 5명이 시작하였으나 마지막 까지 함께 스터디를 한 것은 3명이었고, 더군다나 사법시험 합격발표를 앞두고 있어 이마저도 손에 잡히지 않아 9월 말에는 잠시 스터디에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린 합격자 명단에 제 이름은 없었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지옥”이라 부를 만큼 심적으로 힘든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온라인 스터디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도 않은 채 3일을 좌절감에 휩싸여 보내다가 법원행시 마저 놓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신림동 행을 결정했습니다. 공부할 여건은 학교 고시반이 월등히 좋았지만,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심적으로 무너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이 되었습니다.

2) 신림동 오프라인 스터디(10월)
온라인 스터디는 4일 내지 3일에 한 번 기출분석 및 미기출 쟁점 추출만 하면 되었고, 3일에 한 번마저도 1시간 반 남짓 준비한 것이 전부인 상태라 사실상 법행 2차 공부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상태였습니다.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다시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0월 1일 급하게 신림동 방을 구해 이사까지 마치고, 전날 우연치 않게 연락된 동갑인 스터디원을 만나 공부계획을 세웠습니다. 저는 온라인 스터디에서 하던 것과 같이 심우 법원시험기출문제시리즈로 답안작성 연습을 하려고 하였으나, 그 친구는 “법무사 3순환 강의자료”를 가지고 스터디 할 것을 추천하였고, 변호사시험, 사법시험, 법무사, 법원행시 기출문제는 물론, 사법연수원 교재 내용이 반영되어 있고, 판례도 풍부하여 2차 준비에 손색이 없을 것 같아 법무사 강의자료로 스터디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아 회독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오전에는 후3법, 오후에는 민법, 형법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 후 2명이 충원되어 4명이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고, 시험장까지 사이좋게 같이 가는 등 마지막 까지 함께 스터디를 했습니다)

민법과 민사소송법은 박효근 법무사의 3순환 강의자료를,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법무사 2차 대비 최종스크린 특강 자료를 구해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행정법은 따로 교재가 없어 유니온에서 나온 법원행시 기출문제를 구해 보았습니다.

스터디 시간에는 변호사시험을 최우선으로 선정하여 답안지를 작성하였습니다. 최근 사법시험도 그런 경향으로 가고 있지만, 법원행시의 경우 민법과 형법에서 특히 통합형 문제가 자주 출제되어 변호사시험으로 연습하는 것이 실제 시험장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변호사시험 기출문제는 몇 문제 되지 않아 심우 법원시험기출문제시리즈에서 법무사 문제 및 법행 기출문제 중 출제가능한 문제를 뽑아 2시간 가량 답안지를 작성하였습니다.(답안지는 대법원 시험정보 사이트- 시험자료실에서 뽑아볼 수 있습니다.)

스터디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사법시험 준비를 위해 만들어둔 서브노트를 기본서로 하여 보고, 법무사 자료에 있는 판례로 보충하였습니다.

서브노트는 대략 적게는 A4 용지 단면 60p, 많게는 80p 분량이었고, 사법시험 직전까지 계속하여 보던 자료여서 회독수를 늘려도 보는 데에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민법은 윤동환 강사의 civil law, 형법은 이인규 박사의 check back, 민사소송법은 이창한 강사의 핵심정리, 형사소송법은 정주형 강사의 최종정리, 행정법은 정선균 강사의 핸드북을 기초로 서브노트를 정리하였습니다)

법무사 자료에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쟁점이 부각되어 서술되어 있어 출제 포인트를 잡기에 좋았고, 사법연수원에서 실제 출제되는 문제를 접할 수 있어 특히 민법과 같이 사법시험과 시험 경향이 많이 다른 과목을 대비하는 데에 적합했습니다.

2주에 걸쳐 허술하게나마 1회독을 끝내고, 10월 18일부터 시험 전날 까지 3회독을 목표로 막판 계획을 세웠습니다. (민소 3-행정 2-형소 2-형법 1-민법 1 / 행정-민소-형소-민법,형법 / 시험 전날 행정, 민소,민법-형법,형소)

3회독 당시에는 서브노트를 무한 반복하여 단문에 대비하였고, (온라인 스터디를 통해 뽑아놓은 예상단문 리스트를 참고하여 서브노트에 체크해두었습니다) 법무사 자료를 통해 많은 판례를 접하고, 사례문제에 대한 감을 익혔습니다.

또한 답안작성 스터디는 끝났지만, 같은 구성원으로 아침 8시 출석체크 스터디와 오후 2시 민법, 형법 자습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그 외에도 3명이 같은 독서실을 사용하여 스터디를 하지 않는 시간에도 함께 공부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사법시험의 실패로 힘들어 하던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정적으로 큰 위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3) 법원행시 2차 시험 당일 (10월 30일 ~ 11월 2일)
시험은 11월 1일, 2일 양일간 치러지나, 신림동에서 일산까지 오가며 시험을 보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아 사법연수원 근처에 고시텔과 독서실을 잡기로 하였습니다.

짐이 많아 10월 30일 새벽 택시로 사법연수원 근처까지 움직였고, 고시텔, 독서실에 자리를 잡은 후 간단히 밥을 먹고 점심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함께 스터디를 하던 사람들과 같은 고시텔, 같은 독서실을 쓰면서 신림동 공부환경과 유사하게 공부하였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힘들지만 유쾌한 상태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시험 전 날이었습니다.

법원행시 1차, 초시까지는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 시험을 보는데 부담이 없었는데, 낭떠러지에 간신히 매달린 기분으로 보는 재시가 갑자기 무섭고, 견디기 힘들만큼 외로웠습니다. 내게 기회가 남아 있을까? 내게 주어진 자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공부는 뒤로 미루고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했습니다. 다이어리에 수 없이 많은 심경을 쓰고, 나를 달래고, 스트레칭을 하고, 입 꼬리에 힘을 주어 일부러 웃고, 클래식을 들으며 눈을 감고 명상하고...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려 노력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글귀를 적어 눈 앞에 붙이고 나서야 비로소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용기가 생겼습니다.

정작 시험장에서는 정신없이 답을 적어내려 가느라 외롭다거나 도망가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행정법과 민사소송법을 제법 잘 적었다는 기분이 들자 “어쩌면 합격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조금은 할 수 있었습니다.

이튿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로가 누적되어 온갖 약으로 버티며 시험을 보았습니다.

형법까지는 그럭저럭 잘 버텼지만, 형사소송법 시험 중간에 약 10초정도 졸다가 화들짝 놀라 깨기도 하였습니다. 답안작성 역시 형법, 형사소송법 모두 망쳤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합격이 요원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이번에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넘은 확신(?)까지 들었습니다.

많은 합격수기에 나오는 말이겠지만, 시험에 대한 주관적 평가는 잠시 무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법시험의 경우 민법에서 고득점을 하여 합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3문의 점수가 19점. 총점 2점이 부족하여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법원행시의 경우 행정법과 민사소송법 덕분에 합격하였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두 과목은 60점 초반대 점수를 받는데 그쳤고, 오히려 망쳤다고 생각한 형법은 최고점인 80점을 받았으며, 형사소송법은 69.5점을 받았습니다.

첫날 시험을 망쳤다는 주관적 평가가 스스로 들더라도, “이렇게 망쳤다는 기분이 드는걸 보면 점수가 엄청 좋게 나오겠는데” 라는 생각으로 다음날 공부를 하시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므로.

Ⅳ. 법원행시 3차 준비과정
2차 준비를 하던 기존의 다음카페를 이용하여 면접스터디를 진행하였습니다.

하루에 2명이 돌아가면서 면접 주제로 나올만한 주제를 선정하여 올리면 나머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 의견을 개진하는 방법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역시 장용석님이 운영하시던 카페에 있던 면접자료가 중요한 소스가 되었고, 면접자료는 스터디 사람들과 모두 공유하였습니다. 면접 직전까지 올려둔 자료를 편집하여 출력하였고, 면접장에 가지고 들어가 계속 읽으며 대기시간을 보냈습니다.

개별면접은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자기소개서에 솔직하게 적은 내용을 꼼꼼히 읽고 들어가는 것 정도만 준비했습니다.

또한 사기업 면접을 본 경험이 없어 학교에서 운영하는 면접 컨설팅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자세나 시선처리를 교정 받고, 모의면접을 진행하였는데, 개인적으로 3차면접을 준비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Ⅴ. 공부 전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1. 1차 객관식
세밀하고 정확한 암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헌법의 경우 지문을 끊어 읽거나 차근차근 읽지 않으면 중간에 놓인 함정 sentence를 놓치기 쉽습니다. 귀찮더라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암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1차 시험지는 사법시험과 달리 스테이플러가 찍혀있어 위로 넘기도록 되어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제가 아는 분은 스테이플러를 떼어내고 풀었다고 하시는데, 큰 종이를 넘기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그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다만, 제재하는 감독관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스테이플러가 있는 채로 문제를 풀었는데 시험 직전에 잘 넘어갈 수 있도록 접히는 부분을 미리 꾹꾹 눌러 접어놓았습니다.

문제를 푸는 순서도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저의 경우 형법-민법-헌법 순으로 풀었습니다.

형법과 민법의 경우 문제가 어렵지 않고 답도 금방 보이는 반면, 헌법의 경우 헌정사나 부속법령 문제와 같이 금방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어 시간안배 차원에서 이렇게 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헌-민-형 순서로 된 시험문제를 시험지 넘기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거꾸로 풀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면 헌-민-형 순으로 푸셔야 할 것 같습니다.

2. 2차 주관식
반드시 기출 분석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법시험과 과목이 같다고 하여 사법시험과 같은 방법으로 공부할 경우 저득점에 그칠 수 있습니다. (저는 실제 초시에 그와 같은 우를 범하였습니다) 출제 포인트가 달라 법원행시만의 포인트 감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2차를 준비하면서 저는 특이한 판례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수험생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판례와 주제를 중심으로 답안지에 현출할 수 있을 만큼 문장을 가다듬어 시험에 대비하였습니다. (실제로 형법의 경우 너무 뻔해서 나오기 힘들 것 같았던 부동산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악의인 사안이 출제되기도 하였습니다.)

작년 합격수기에 “법원행시는 기초를 묻고 싶어 하는 시험인 것 같다”고 쓰인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저 역시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는 것이(적어도 법행에서 만큼은) 가장 좋은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과목 보다는 행정법이 단문 비율이 높고, 올해는 심지어 4문제 모두 단문으로 출제되어 행정법만큼은 따로 단문 서브노트를 만들어 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성격이 꼼꼼하지 못해 기본서만 읽어서는 단문대비가 더욱 어려웠던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답안 작성과 관련하여 목차 제목에서 인상을 남기면 좋다고 하여 연습할 때 몇 차례 시도해보았으나, 실제 시험에서 목차의 차별화는 실패하였습니다. “판례의 태도”를 “판례의 변화 양상” 정도로 고치는 것에 그쳤습니다.

다만, 작년 합격수기를 참고하여 입법론 내지 제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써줄 수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놓치지 않고 써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소송법의 경우 전체 소송절차의 흐름을 익히면서 공부하려고 했고, 특히 개정법의 경우 반드시 시험에 나온다고 생각하고 입법 배경, 취지를 꼼꼼히 살펴 역시 전체 소송절차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내려고 했습니다. 답안지에 그대로 현출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답안을 쓰는 과정에서 입법론을 제시할 수 있는 주제가 나왔을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민법, 형법 보다는 후3법에서 이런 부분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글의 시작인 목차, 글의 마지막인 입법론 내지 제도가 지향해야 할 방향. 이 두 가지만 차별화를 하셔도 충분히 눈에 띄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3차 면접
집단면접의 경우 사법행정과 관련된 주제들을 많이 선정하여 준비하였는데, 실제 주제는 이와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어서 적잖이 당황한 기억이 납니다.

집단면접을 준비하실 때에는 사법행정 관련 주제를 훑어보는 것도 좋지만, 대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대법원 소개 페이지를 찬찬히 여러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법원이 원하는 인재상을 파악할 수 있고, 현재 대법원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 실제 면접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개별면접의 경우 자기소개서를 꾸밈없이 적고, 그 내용과 모순되는 발언만 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없이 치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소개서 이외의 내용도 묻기는 하지만, 주로 ‘실무에서 의견충돌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와 같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또한 면접 분위기도 일반 사기업의 ‘압박면접’과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면접자가 당황하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려는 것이 느껴져 힘들지 않게 개별면접을 보고 나왔습니다.

4. 수험 생활
1) 저의 경험을 먼저 말씀드리면 2007년부터 본격적인 수험생활(사법시험)을 시작하였는데, 대체로 신림동 고시촌에서 수험생활을 하였습니다. 학원수업과 모의고사 준비만으로는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스터디를 많이 활용하였습니다. 특히 1차 시험 직전 스터디 무리에서 빠져나와 한 달간 혼자 독서실에 다니며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임에도 나태하게 보내게 되어 굉장히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혼자 공부할 때에는 나태에 빠지기 쉽다는 저의 공부패턴을 파악하고, 이후 시험부터는 시험 전날까지 스터디원들과 점심도 같이 먹고 공부도 같이 하는 등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 공부하며 불안감을 다스리고 공부의 양도 타율적으로나마 늘리려고 하였습니다.

4시를 준비하면서는 학교 고시반을 활용하였습니다. 강의 및 모의고사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고, 재정적으로도 지원받을 수 있어 신림동 보다는 다소 편안한 수험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새벽공부가 가장 잘되는 저에게 학교 고시반은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 공부가 잘 되는 시간에 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신림동에서는 독서실 개방시간에 맞추어 6시에 일어나고 12시에 자곤 하였는데, 학교에서는 4시 30분에 기상해서 5시에 독서실 출근. 고시반 출석체크 시간인 10시 퇴근하여 10시 30분에는 잠드는 생활패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 법률저널 홈페이지에 법원행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마다 공부 스타일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되도록 법원행시를 준비하는 사람끼리 스터디를 꾸려 공부하시기를 권합니다. 사법시험 경험이 없는 분이라면 함께 학원 강의를 듣거나 동영상강의를 들으며 스터디와 병행하셔도 좋고, 사법시험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기존에 공부하던 자료에 <법행바이블> 내지 법원행시 기출문제집을 더해 스터디를 진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합격 인원도 적고, 외부에 드러난 정보가 많지 않아 자칫 오랜 기간 헤매기 쉬우나, 적은 정보나마 여러 사람이 취합하면 아주 양질의 정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혼자 공부했다면 수석은커녕 합격선 근처에도 못 갔을 것이란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이 신림동에 돌아와 스터디를 꾸려 함께 공부한 일이라 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

3) 공부장소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림동은 수험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지만, 사법시험 준비 인원이 급격히 줄어감에 따라 분위기가 예전만 같지는 않습니다. 그에 비에 학교 고시반은 재정적으로든 공부 환경면에서든 신림동보다는 객관적으로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신림동으로 돌아오고자 마음먹은 것은 함께 공부할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시반이 좋을까, 신림동 독서실이 좋을까 고민하신다면, 나와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공부를 함께 하는 동료가 있는 곳이 가장 좋은 공부장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4) 생활패턴에 대해서는 누구나 추천하듯, 아침형 학습이 실패확률이 가장 적습니다. 위에 적은대로 5시부터 일상이 시작되면 정오까지 7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그 시간만 충실히 보내고 나면 오후 4시까지는 밀린 잠을 좀 자거나, 사람을 만나 담소를 나누어도 공부량이 충분히 확보됩니다. 오후 6시부터는 식곤증을 잠재우고, 10시까지 마감효과를 이용하여 집중도 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신림동 독서실 패턴에 맞추려면 7시-11시로 하면 좋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양질의 잠” 이 가장 좋은 휴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화책이나 예능프로, 드라마는 토요일 오후로 미루시고, 주중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쪽잠을 자거나 조금 일찍 집에 들어가서 자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Ⅵ. 끝맺으며

“찬란한 빛을 보려면, 나는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한다. 그 것은 찬란한 빛을 맞이한 모두에게 있는 경험. 터질 듯한 불안감. 그게 어디 나 혼자 느끼는 감정일까. 모두가 그렇다. 모두가 함께 겪고 있다”

시험 직전 다이어리에 쓴 글귀 중 하나입니다. 돌이켜보면 ‘나만’ 못하고, ‘나만’ 힘들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험 앞에서 모두가 공평하게 외롭고 힘든 자기와의 싸움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지만 계속 되뇌지 않으면 자꾸 ‘나만’ 힘든 것처럼 느껴집니다.

혹시 지금 세상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더라도, 혼자 버티지 말고 누군가와 함께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찬란한 빛을 함께 맞이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두운 터널을 저와 함께 건너 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나를 응원하고 지원해준 사랑하는 아빠 엄마, 서른을 코앞에 둔 동생에게 넌 아직 젊다며 용기 준 멋진 우리 언니, 지분이 많은 우리 이모들, 할머니, 모든 가족들. 감사합니다.

큰언니처럼 담담하게 고민 들어준 희성언니, 함께 있으면 늘 유쾌한 주원언니, 언니 같은 현이오빠,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소중한 인연 소영언니, 은혜언니. 소울 친구 노짱, 답안작성 스킬 끌어올려준 유진언니, 심심할 새 없이 스터디 함께 해준 영섭씨, 혜연이, 우현선배, 인숙언니, 닮은 점이 너무도 많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했던 정혜언니, 훨씬 더 많은 꿈을 꾸게 해준 혜영씨, 내년 법행 수석 예약하신 선호씨, 동씨.(내년에 꼭 합격하세요!!) 모자란 저와 함께 공부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김대일 변호사님. 매달 잊지 않고 보내주신 후원금은 제게 금전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더욱 악착같이 공부해서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다짐했었는데... 이제야 보여드리네요. 고맙습니다. 더불어 인욱 오빠에게도 감사인사 덧붙입니다.

힘들어하는 제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 김경제 교수님, 임규철 교수님, 다시 찾아뵐 수 있어 감사한 이희정 교수님. 안종준 부사감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의 든든한 응원군 태경선배, 짱보, 신보(결혼 축하해!!), 미란이, 하나언니, 태우, 경식이, 자기 일처럼 상담해준 인성선배, 상근선배, 혜성선배, 상선선배, 합격을 함께 기뻐해준 혜령이, 혜진이, 정이, 얼짱.. 아니 최PD, 문정이, 츄, 여주, 유징. 그대들 없었으면 너무 힘들었을거야 ㅠㅠ

작년 카페 권한 넘겨주신 장용석 사무관님. 만나면 다시 한번 감사인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함께 법행 스터디 함께해주신 김경순님, 승균씨, 원주씨, 정수씨, 심병준님, 31기 동기분들께도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욱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나의 짝에게.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함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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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2021-05-25 11:38:56
동국대엔 법행고시반 있나보네요 자퇴하지말걸그랬나
이곳에서 동국대 선배의 수석 합격수기를 보게되어 반갑습니다

천사 2016-10-19 01:21:02
합격자들이 만든 단권화된 수험서 보세요 www.hybook.co.kr

세상살자 2014-03-05 09:13:04
다른 수험생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하고 겸손한 마음이 돋보이는 합격수기네요, 법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내용들입니다, 훌륭한 공무원이 되시고 합격 축하드립니다,

누미잘 2014-03-03 03:13:37
잘 읽었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법원에서 뵙겠습니다.

낮은수험생 2014-02-03 22:39:54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이렇게 글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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