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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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7)
  • 법률저널
  • 승인 2013.11.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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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국빈자격으로 프랑스, 영국 등 유럽방문길에 오른 박 대통령의 외교적 성공을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한 연설은 프랑스 국민들을 무척 감동시켰다면서요? 영국에서는 인사말을 영어로 시작하였다는 뉴스를 보면서 다양한 언어능력을 가진 글로벌한 대통령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느껴집니다. 프랑스어만으로 이루어진 박 대통령의 프랑스 연설을 둘러싸고 국내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만, 양쪽 주장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듯하니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다음에 독일을 가신다거나 아프리카 어느 나라쯤 가셨을 때 그 나라에서도 그 나라 언어로 연설을 하실 요량이라시면 참으로 힘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그 나라 언어로 연설하고, 자기 나라에서는 자기 나라 언어로 연설하지 않고 차별하느냐 하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을 듯싶어서 말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언어보다 아름답고 과학적인 우리말, 우리글을 가지고 있는 문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자긍심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작은 배려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박 대통령께서 화려한 영국 왕실마차에 올라 영국여왕과 함께 신데렐라처럼 버킹엄궁으로 향할 즈음, 국내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청구가 헌법재판소에 접수되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통령후보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화록 이관 관련 수사에 대한 소환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대선에서 이긴 자와 진 자의 극명한 차이를 보게 됩니다. 박 대통령께서 청와대를 비운 사이에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둘러싸고도 다시 여ㆍ야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주장과 의도된 실행이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이 모든 일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 사실인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대통령선거에서의 승패에 따라 이렇게 후보자들의 처지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이런 일들을 예상하였기에 서로 간에 그렇게 치열한 대통령선거전을 치루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필자는 요 며칠 간 시카고의 대로인 미시간 스트리트를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수많은 인종으로 형성된 미국의 힘을 느끼고 있습니다. 불과 200년 남짓의 역사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국이라는 나라는 도대체 언제 이렇게 높고 튼튼한, 아름답고 조화로운 건물을 축조할 수 있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 대해서도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어 스스로 위로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세계 건축물의 상징도시로 불리는 시카고, 그 건축물 사이를 활보하고 있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그들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조직으로 조화를 이룸을 보면서, 단일민족이면서도 위와 같이 내부적으로 사분오열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아픈 현실이 가슴 깊이 느껴져 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8조는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면서 정당에 대하여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국가의 보호 및 정당운영자금을 보조받도록 하고 있으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정당의 해산, 즉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경우 정부로 하여금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 활동보장 및 운영자금보조 등을 규정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무엇보다도 절박하게 인식했던 1986년체제의 합의였던 점도 기억하였으면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께서 5.16 쿠데타를 통해 정당해산을 단행하여 헌정질서를 정지시키고, 유신헌법을 만들려고 헌법적 근거도 없이 모든 정당을 해산하여 버렸던 폭거, 전두환 군부가 12ㆍ12사태를 통해 실질적 정권을 잡자마자 또 다시 모든 정당을 해산시키고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 등 야당정치인들을 정치활동규제자로 묶은 후 어용 야당을 만들어 정상적인 정당기능이 불가능하게 했던 만행 등을 근본적으로 불가하게 만들기 위해 6ㆍ29선언체제를 통해 여야 합의로 만든 것이 현행 헌법 제8조의 정신임도 상기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저 헌법 조문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라는 좁은 의미로만 해석하려 하고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은 경우에 따라서는 자유민주공화국, 사회적 민주공화국, 진보적 민주공화국 등 다양한 민주공화국의 형태를 포섭하는 상위개념일 수도 있는데, 자유민주공화국이어야만 한다는 헌법적 해석이 강제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일부 헌법학자들은 그렇게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해석도 상당수 있음 또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자유민주공화국으로 좁게만 해석할 경우 박정희 대통령께서 유신헌법과 함께 주창하셨던 한국적 민주주의를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격발될 수도 있음에 유념하였으면 합니다. 자유민주공화국에서의 자유는 국민에게 자유를 보장해 준다는 의미일진대, 유신헌법은 참으로 국민의 자유를 많이 제한했던 민주공화국을 전제하고 있어 진정한 자유민주공화국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주권(국회의원을 뽑을 권리)이 국민에게 100% 있는 것이 아니라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이상한 대의기관을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어 그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국회의원 3분의 1, 즉 유정회의원이라고 불리던 국회의원을 뽑도록 하여 근본적으로 국민의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도록(나머지 3분의 2 국회의원도 한 지역구에서 두 명을 뽑도록 하여 여야가 각각 1명씩 동반당선되도록 하였기 때문에 어떤 선거에서도 야당 국회의원이 국회의석의 3분의 1을 사실상 넘을 수 없도록 교묘한 장치를 하였지요) 규정한 유신헌법체제에서의 대한민국을 진정한 자유민주공화국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우리 헌법재판소도 유신헌법 전체를 위헌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긴급조치를 남발하도록 한 조항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독소조항에 대하여는 위헌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선언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극도로 제한하였던 긴급조치 1호, 4호, 9호에 대해 모두 위헌임을 결정하였음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은 사항이기도 합니다. 헌법이 추구하는 천부적 인권의 기본가치를 전제하였기에 나올 수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현행 헌법체제 하에서 정당의 위헌성을 논함에 있어 조심해야 할 점은 정당의 목적과 활동 및 개별적 정당원의 목적과 활동을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정당원의 목적 및 활동과 정당의 목적 및 활동이 겹치기도 할 것이어서 이를 명쾌하게 구별해 낸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당과 정당원의 목적 및 활동은 서로 다른 개념이므로 구별할 필요가 있고, 그러한 구별이 전제된 후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여부가 결정되어져야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법리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어서 첨예한 법리 논쟁이 전개될 것이고, 이러한 정당해산이 유례가 없는 것이어서 좋은 헌법적 가치가 정립될 것으로 보지만, 만에 하나 헌법적 법리가 아닌 정치적 힘에 의해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까 심히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이석기 의원의 시대착오적 언행에 대해서는 필자도 그 황당함과 돈키호테적 어리석음에 대하여 비판적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만, 이석기 의원 개인의 그러한 일탈행위를 통합진보당 전체의 문제로 보아 이를 동일시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법률가로서의 필자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죄에 대한 법원의 사법적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박 대통령 정부에서 서둘러 정당해산신청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이석기 의원 개인의 일탈행위를 통합진보당 자체의 행위로 확대해석하게 되면, 그러한 논리의 확대는 경우에 따라서는 새누리당으로 불똥이 튈 우려조차 있습니다. 이미 잊혀져 버린 디도스사건이나 차떼기정당의 오명을 안겨준 불법선거자금조달행위, 국정원,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부정선거행위는 이미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혐의가 기소된 것처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기소되어 있어 동일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박 대통령 정부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부나 당의 조직적 행위가 아니라 해당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주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새누리당에서는 전 정권 하에서의 일탈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위의 일탈행위는 전 정권이 아닌 현 정권의 행위와 동일한 행위라는 것을 법리적으로 부정할 수 없음도 유념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같은 당이고(법리적으로 동일한 사람의 이름표가 바뀐 것일 뿐이지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는 같은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은 것이므로 결국 같은 당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갑이라는 사람이 살인을 범한 후 이름을 을이라고 바꾸었다고 하더라도 이름이 바뀐 을이 여전히 살인범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조직적인 선거부정만큼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논리가 계속된다면 새누리당이야말로 해산되어야 할 정당이라는 야당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 속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화라든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신청 등의 문제는 자꾸만 대한민국 사회를 갈등과 반목의 세상으로 내모는 듯합니다. 박 대통령께서 꿈꾸는 대한민국의 완성을 위한 마음이 너무 급하셔서 상대방을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구석으로 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도망갈 곳이 없으면 쥐도 고양이를 물게 되어 있습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야당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무 내색하지 마시고 포용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박 대통령께서 통치하는 5년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보면 너무나 짧은 순간, 진짜 찰나에 불과합니다. 그 5년에 일을 하시면 얼마나 하시겠습니까? 조선시대 정조대왕의 탕평의 정신을 다시 한 번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카고의 미시간대로를 걸으면서 청와대 앞 광화문대로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통합의 한마음으로 서로 손잡고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박 대통령께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을 향해 웃었던 그 환한 미소를 박 대통령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이나 국민들에게 보여주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봄눈 녹듯이 상대방을 녹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승리 아니겠습니까? 박 대통령의 5년은 유구한 역사 속의 한 점에 불과한 짧은 기간입니다. 너무 조급해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많이 가지고 계시는 떡,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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