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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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4)
  • 법률저널
  • 승인 2013.10.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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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듯합니다. 설악산 중청봉에 금년 들어 첫눈이 내렸다니 감기에 걸리지 않으시도록 건강에 조심하셨으면 하네요. 아무리 건강하시더라도 연세가 연세인지라 육십이 넘다보면 저절로 뼈가 삭고 기력이 떨어지기도 하는 게 몸의 이치니, 국사에 매진하시더라도 건강에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요즘 정치판을 보면 진짜 식을 줄 모르는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주파수 잡히지 않는 고장난 확성기처럼 시끄럽고, 뚫리지 않는 도로에서 매연 내뿜고 달리는 낡은 대형화물차처럼 소통이 되지 못한 채 엉망진창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왜 이렇게 죽자살자판이 되어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거의 공포 수준의 쌈박질을 해대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시인인 필자의 눈에 비치는 저들의 행동거지는 어찌 보면 국민들의 정서에 크나큰 상처를 안기는 거의 악귀 수준의 막말과 패악질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거짓말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나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필자가 가장 경계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절대”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장 경계하는 사람이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거나 “나는 남의 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십중팔구, 아니 백중 구십구, 아니 천중 구백구십구, 아니 만중 구천구백구십구는 “진짜 거짓말쟁이”더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거짓말에는 하얀 거짓말도 있습니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선의의 거짓말을 아주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거짓말은 아주 나쁜 것입니다. 객관적 사실을 호도하여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객관적 진실을 진실로 말해 놓고 이를 지키지 못함으로써 행위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물론 상황변화에 따라 과거의 진실이 현실의 거짓이 되기도 하니, 과거의 말을 무조건 그대로 따르라고 하는 것은 오늘 또 다른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 되어 어차피 둘 중 하나가 거짓이 될 바에는 어제를 거짓으로 만들더라도 오늘 진실을 말하는 것이 더 정의롭고 옳다는 생각을 갖고는 있습니다. 물론 오늘 거짓이 되어 버린 어제의 진실을 배신당한 이들은 마음이 아플 것이니 그들을 위로해 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서 말입니다.


외람됩니다만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 중 스스로를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고 평가받는 것에 대해 혹시 그 말을 진정 믿고 싶어 하시는 것은 아닌가 여쭈어 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믿어서도 안 되고 스스로 말씀을 그렇게 하셔도 아니 됩니다. 시를 쓰고, 그러다 보니 단어 하나에 천착하여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혼자 낑낑거리는 비생산적인 일에 매달리는 경우가 허다한 필자로서는 박 대통령께 전지전능하신 듯 신뢰와 원칙을 꼭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우상”이 만들어 질 때 거의 알레르기 수준의 거부반응이 생기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거든요. 많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실수를 하더라도 그 실수가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실수를 깨달을 때 멋쩍은 듯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을 어찌 미워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끝까지 자기 고집을 내세우고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고 실수를 사과하지 않는 이는 결코 예쁨을 받을 수가 없지요. 학교 선생이다 보니 자꾸 잔소리가 많아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지만 또 잔소리를 하고는 합니다.


김성조 시인이 이 가을에 “영웅을 기다리며”라는 따끈따끈한 시집을 보내 왔는데, 거기에 수록되어 있는 시 한 편을 봅니다. “그 여자는 사랑할 줄을 모른다/ 사랑받을 줄만 안다/ 그 여자는 사랑받을 줄을 모른다/ 사랑할 줄만 안다/ 넝쿨손 초록 계절을 기어오르는 동안에도/ 수심水深의 절반을 닫아건다// 그 여자를 흐르는 빛이/ 무인도를 닮아있는 것은/ 태생의 전설 낯설기 때문이다/ 여자는 맘껏 바다를 이고 살지만/ 태양을 품은 죄로 고립의/ 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때로 섬이 날개를 단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한다” (“그 여자를 흐르는 빛” 전문, ‘도서출판 지혜, 계간시전문지 애지’ 출간)


김성조 시인은 무인도에 관한 시를 여러 편 썼습니다. 박남희 문학평론가는 김성조 시인의 이 시집에 대해 “편애와 결벽증 사이를 떠도는 섬”이라 평하며, 위 시 속의 여자를 섬의상징화로 보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섬에 갇힌 바다”라는 장편소설을 쓰기도 했던 필자는 섬과 바다의 미묘한 관계를 괜히 혼자 깊이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수많은 섬을 보며 살다 보니 나이 들어 생긴 버릇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전히 섬과 바다는 내게 있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이기도 합니다.


그 여자는 사랑할 줄을 모른 채 사랑받을 줄만 알고, 사랑받을 줄을 모른 채 사랑할 줄만 안다는 김성조 시인의 의식은 아주 칼날이 되어 독자인 필자의 심장을 후벼 팝니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어야 하는데,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을 따로 쪼개어 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이 여자, 이 섬은 한 번도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어찌 보면 박 대통령께서 사랑한 대상과 그 대상의 박 대통령에 대한 사랑이 이렇게 운명적인 엇박자처럼 서로 스쳐지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자꾸 듭니다. 요즘 시국상황을 보면서 말입니다.


어려서부터 청와대 속의 공주였던 박 대통령의 의식 속에는 지금도 “공주의식”이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요? 예전에도 한 번 글을 썼습니다만, 공주의 투정은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신비로운 마술피리입니다. 공주가 투정을 부리면 신하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 주니까요. 그런데 신하들이 왜 공주에게 모든 것을 다 해 줄까요? 그 뒤에는 엄청난 권력을 가진 임금님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 임금의 호령과 분노 후의 보복이 무서워 앞장서서 모든 것을 다 해주지 않을 수 없어서 해 주었던 것을, 공주는 자기의 투정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술피리였다고 착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김정은에 대한 대북한정책이나, 아베 총리에 대한 대일본정책이나 혹시 그런 의식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투정만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뭇 궁금증이 생겨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제 공주가 아니라 이 나라의 대통령이므로 스스로 무서운 권위를 가지고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스스로의식”의 주인이 되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 뒤에 어떠한 다른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힘이 되었으니, 그 힘을 올바른 곳에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모든 것이 자신의 투정 하나로 해결되어 왔다는 공주의식의 가장 무서운 함정은 “자신의 투정은 항시 옳다.”라는 자기기만의 올가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박 대통령께서 옳다고 생각하는 진영에 대한 사랑은 편애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고, 거의 오직 일념의 단계에 다다라 있지 않나 싶은데, 그것에 대해 객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거든요. 그런데 박 대통령께서는 스스로의 결정을 “무오류의 완벽”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어 많이 염려가 됩니다. 뭐 구태여 말씀드릴 것 없이 김창중, 김병관, 김용준, 김학의 등등 수많은 인사정책의 실패와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원칙의 후퇴 및 기초연금으로 상징되는 복지정책의 후퇴 등 재임 7개월이 채 못 되어 수많은 정책적 오류와 잘못이 되풀이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국정원의 댓글을 통한 선거개입, 최근에는 국방부장관의 직속부대인 국군사이버사령부 소속 현역군인과 군무원들의 대선개입으로 의심되는 댓글공작까지 불거져 정권의 정당성까지 흔들리는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세상에 어디 완벽한 인간이 있겠습니까? 인간의 조상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던 순간부터 그런 꿈과 이상은 실현될 수가 없게 되고 말았을 거니까요. 노아의 홍수를 통해 의인만 살아남고, 소돔과 고모라성의 멸망으로 의인만 살아남고, 예수의 십자가로 의인만 살아남았더라도 여전히 세상은 잘못하는 이들로 넘쳐나고 있지 않습니까. 예수가 강론한들, 부처가 설파한들 부족한 중생들은 여전히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살아가는 사바세상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기에 박 대통령께서 자존심이 몹시 상하시겠지만, 공주의식에서 제발 벗어나셔서, “나도 오류의 인간이다.”라는 인식의 대전환을 해보시면 어떠실까 싶습니다. 그냥 편하게 내가 실수한 것이 있는데 미안하게 되었다고 사과하시고, 내가 많이 부족하니 많이 도와달라고 여태 적으로 생각해 왔던 상대방에게 손도 내미시고, 심리상담사와 허심탄회하게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어두었던 아픔을 내어놓고 대화하시며 펑펑 울어도 보시고 하시면 참으로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힐링이 대세라고 하는데, 진정한 힐링은 웃음에 있는 게 아니라 울음에 있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강해야 살아남는다는 잘못된 강박에서 벗어나, 부드러워야 살아남는다는 진실 앞에 겸손해지셨으면 좋겠네요. 부드러워 살아남을 때, 살아남았기에 강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겠습니까? 김성조 시인이 갈파하듯, “태양을 품은 죄로 고립의 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그러나 때로 섬이 날개를 단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한다.”라는 무인도의 내적 자아인식의 깨우침이 박 대통령께도, 제게도, 모든 독자에게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인물 중 보수꼴통들이 없는지 한 번 되돌아보시고, 박 대통령께서 마음의 문을 열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을 먼저 척결하고, 그냥 좌고우면함이 없이 유능한 인재들로 채워보심이 어떠실까요? 김성조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영웅을 기다리는” 수많은 백성들에게 박 대통령께서 진정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다리는 영웅”으로 환영받기를 바랍니다. 진짜 건강 조심하십시오. 차가운 바람은 스스로 칼날이 되어 인간의 육체를 찌르니까요. 독감예방주사도 맞으시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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