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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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2)
  • 법률저널
  • 승인 2013.10.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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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안녕하세요 박근혜대통령님. 박 대통령께서 지난 여름 휴가지에서 백사장에 쓴 “저도의 추억”을 찍은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무척 찡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찌 보면 “저도의 추억”이 생겨난 그 시절이야말로 박 대통령께 가장 행복했던 청춘, 학창시절이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형제자매와 함께 했을 저도에서의 행복했던 어렸을 적의 여름휴가를 40여년의 세월이 지난 후 대통령이 되어 다시 홀로 찾게 된 것에 만감이 교차하였으리라 생각됩니다. 박 대통령께서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을 백사장에 쓰시면서 비극적 운명을 맞은 부모님에 대한 회한과 형제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의 험로가 떠올랐겠지요. 그러면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못다 이룬 꿈을, 한을 꼭 이루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미루어 해봅니다.


한정된 국가재정 때문에 박 대통령께서 후보시절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공약했던 65세 이상 어르신 모두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의 사퇴파동까지 겹쳐 여러 가지로 힘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곧바로 노인회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치하여 오찬과 함께 기초연금 지급 축소상황을 설명하고, 그분들로부터 괜찮다라는 양해의 말을 들으셨지요. 그런데 하나 아쉬운 것은, 노인회 대표분들은 사실 경제적으로 여유들이 있고 아마 모르긴 해도 대부분 상위 30% 이상의 소득군에 속하여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받지 않더라도 노후생활이 크게 걱정되지 않을 분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분들을 모아 놓고 그분들이 괜찮다라고 한 말을 혹시나 모든 노인분들의 대부분의 마음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생계가 곤란한 많은 어르신, 실질적인 기초연금의 수혜가 필요한 분들을 만나 사과를 하더라도 사과를 하고, 그분들이 괜찮다라고 하는지 아니면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안 되겠으니 공약한 대로 모두 지급해 달라고 간절히 바라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서 말입니다.


지난 호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가난한 서민들, 기초수급이 필요한 분들은 대부분 적지 않은 빚들을 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에게 재정지원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복지정책 중의 하나로 건의드리고 싶은 것은, 지나치게 높은 이자율에 대한 인하정책을 재고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자제한법 및 동법시행율은 최고이율을 연 30%로 제한하고 있고,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최고이율을 연 50%로, 동법시행령은 최고이율을 39%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참 묘해서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신용이 좋다는 이유로 보다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는 등 많은 혜택을 주는 반면, 돈이 없는 사람은 신용이 나쁘다는 이유로 더 높은 이자를 내도록 하여 더 많은 제재를 가하는 사회체제이지요. 그러다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위소득층에 대하여는 금융기관에서 연이자율 5% 위아래로 대출을 해 주는 반면, 신용상태가 좋지 못한 하위소득층에 대하여는 은행에서 연이자율이 39%에 이르기까지 고리대로 대출을 해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없이 사는 하위소득층은 소득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뜯기는 것이지요. 뜯긴다는 것이 어폐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하위소득층, 소위 빚쟁이들은 참으로 고통에 고통을 받으면서 사회체제 때문에 비싼 이자를 감당하는 것에 대하여 제도에 의해 돈을 뜯기고 있다고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물론 신용상태가 불량하면 자금회수율이 낮아 대손처리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높게 이자율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액신용대출을 통해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서민들의 돈줄이 되고 있는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대출회수율이 98%나 된다는 사실을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신용 좋다고 은행에서 저리로 돈을 빌려 간 이들이 은행돈을 더 많이 떼어먹는지, 아니면 신용 나쁘다고 은행에서 고리로 돈을 빌려 간 이들이 더 많이 떼어먹는지 비교해 보면, 솔직히 말해서 신용 좋다고 은행에서 저리로 돈을 빌려 간 이들이 더 많은 은행돈을 떼어먹지 않았나요? 우리가 1997년에 생생히 겪었던 아이엠에프사태 때 얼마나 많은 대기업들이 은행돈을 떼먹었고, 국민경제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는지 말입니다. 신용 좋다고 포장된 이들이 실재로 더 큰 돈, 더 많은 돈을 떼어먹지요. 가난한 서민들은 더러 돈을 못 갚기도 하지만 워낙 빌린 돈 자체가 적은 돈이다 보니 사실 국가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십시일반이라고, 모아 놓으면 큰 돈이 되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제는 조금 발상의 전환을 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래서 돈은 없지만 마음이 선량한 서민들을 조금 믿어보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래서 서민용 금융이자를 과감하게 인하하는 정책으로 전환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한 방법으로 고리사채업자들의 상당수를 소위 대부업법의 규제대상인 대부업체로 등록토록 하여 합법적(?)인 돈장사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고, 그러한 대부업제도가 국가적으로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되는바, 이제는 연 39%나 되는 대부업의 이자상한을 적어도 연 18% 이하로 낮추는 정책적 방안을 모색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신용상태가 양호하다고 인정받은 이들에 대한 대출금리가 연 5%에서 6%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바, 아무리 신용상태가 나쁘더라도 그들보다 세 배 이상 고리의 이자(현재는 6배 내지 7배 정도의 고리이지요)를 받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한 번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경제적 극한상황에 이른 아주 아주 가난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조금 살찌게 해주는 이자정책을 수립해 보시는 것이 어떨지요. 가난한 서민들이 은행 등에 지나치게 높은 고리대를 뜯기고 있으니, 호주머니에 돈이 남아 있을 여력이 없고, 그러니 버는 것보다 빌린 돈 이자 갚느라 나가는 돈이 더 많아 허리띠를 졸라매어 보지만 생활은 갈수록 더 나빠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니 자포자기하여 충동자살에 이르거나 아 나도 모르겠다 하며 범죄로 나아가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이자제한법시행령상의 연 최고이율 30%도 현재로서는 너무 높지 않은지요. 그러니 이 최고이율도 현 경제상황에 맞추어 연 18% 정도로 낮추어 은행권의 연 6%대로 운영되고 있는 이자율의 3배 정도에서 제한하는 것이 정황상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데, 대통령께서 동의해 주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부동산가격이 오르지 않고, 은행권에는 여유자금이 남아 돌고 있는 이때야말로 이자제한의 효율성을 도모해야 할 때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자제한법 제8조를 엄격하게 적용하여 주었으면 합니다. 이자제한법 제8조는 동법이 정한 제한이자율 30%를 초과하여 이자를 받는 이에 대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택하거나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적정한 이자율의 인하 후 동 조문을 엄격하게 적용 시행하여 서민들이 고리의 이자지급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경감해 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서민들이 이자율을 초과하면 형사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으니, 이를 공익광고 형태로 홍보하는 것은 어떨까요? 만일 케이비에스나 엠비시 같은 공공방송의 공익광고를 통해 금융기관의 이자나 개인 사채 등의 이자가 높게 책정될 수 없다는 것과 높은 이자를 받을 경우 형사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홍보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고리대가 많이 개선되어 서민들의 경제적 사정이 좀 호전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넉넉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에세이스트이신 박 대통령께 고영 시인의 시 한 편을 이 가을에 들려 드리고 싶네요. “풀을 뽑다 손가락을 베었다// 풀잎도 날을 곧추세우면/ 한 자루 훌륭한 劍이 된다는 것을/ 손가락 피를 빨며 알았다// 풀은 드러나지 않게/ 바람에 맞선다/ 제 한 몸 지키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풀은 검을 뽑는다// 풀은 공격적이지 않고/ 다른 영역을 탐내지 않고/ 풀은 풀을 베지 않는다” (고영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에 수록, “心劍” 전문).


박정희 대통령께서 5ㆍ16을 통해 정권을 잡고, 18년 동안 노심초사하며 국가경제를 살리려 애를 쓰셨지요. 아마 마음이 대단히 바빴을 겁니다. 하루 빨리 경제를 발전시켜 선진국이 되면 보릿고개로 눈물 흘리는 국민들이 없어지겠지 하는 바로 그 마음이 너무 강했을 것이니까요. 그러니 바삐 가고자 하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야당이 비능률적이라 생각되어 거추장스럽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반동 대 반동이 충돌되면서 현대사의 비극이 잉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니 박 대통령께서는 너무 급히 서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 이제는 국민들도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절차가 타당하기를 바라는 민주의식이 함양되었거든요. 그리고 대한민국도 G20국가 중의 하나로 살림이 전반적으로는 많이 나아졌잖아요. 박정희 대통령께서 원하셨던 나라는 경제적으로 융성하고, 정치적으로 민주적이고, 제도적으로 복지국가가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너무 급한 마음에 야당을 지나치게 무시하거나 적대시하지 마시고, 정치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여 타협과 협상을 통한 통합의 정치를 해 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지금 대한민국에 지나치게 많은 북소리가 울리고 있지 않나요?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격조 있는 신나는 북소리가 아니라, 정제되지 못한 꽹꽈리 같은, 소음 같은, 귀를 아프게 하는 찢어진 북소리 말입니다. 고영 시인은 “心劍”을 통해 제 한 몸 살아남기 위해 바람에 맞서는 풀잎조차 손가락을 벨 수 있는 검이 될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너무 서둘지 마시고, 낮은 이자로 상징되는 서민정책을 좀 더 과감하게 시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수필가이신 박 대통령의 감성이 심검이 되어 국민의 아픈 생채기를 도려내어 새 살이 돋게 하는 치유의 정치가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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