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란목사/내적치유상담소장(011-216-6629)/jesumylord@hanmail.net
B양은 3년여 고시공부를 하다가 그만 두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고시공부보다 더 소중한 자신을 잃어 버려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S대 약대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취직을 할 수도 있었고 아니면 계속 진학하여 그 분야를 공부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의 생각은 달랐다. 고시 공부하기를 바라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실직하신 이후 사실상 가장이 되셨다. 초등학교 교편을 잡으셨던 경력으로 학습 지 교사로 출발해서 지점장까지 오르셨다. B양의 어머니는 남편이 조기 퇴직한데 대해 불만이 많으셨다. 그토록 뒷바라지를 열성적으로 했건만(남편이 뒤쳐질까봐)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배신감 뿐 이었다. 특히 남편과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아직 회사에 건재할 뿐 만 아니라 승진까지 하여 그 중 한 사람은 올 해 사장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이 최근에 들렸다.
그녀는 남편의 성격에도 불만이 많았다. 남편의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이었더라면...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남편과 자식들에게 분노를 터뜨렸다. 남편에 대한 실망은 그녀를 자식들에게 집착하게 했다. 자식들 중 B양이 학교성적이 우수하자 특히 맏딸인 B양에게 거의 목숨을 걸었다. S대를 합격한 후 B양은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 드린 것이 무엇보다도 기뻤고 어머니에게 빚진 것을 드디어 갚은 것 같아서 후련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부터였다. 자신은 공부보다 취직을 하여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고 그 후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면 공부를 더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생각이 달랐다. 그녀가 하루 빨리 고시를 패스하고 판검사가 되어 자기가 당한 억울한 일을 복수하고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기를 원했다. 어머니의 이 같은 바램과는 달리 그녀는 거푸 거푸 1차에서 실패를 하고 고시공부를, 아니 공부 자체를 놓아 버렸다. 공부가 지긋지긋해 졌다.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엄마 뿐 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어 놓은 가해자들처럼 여겨졌다. 그녀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다. 신경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한참 꿈에 부풀어 인생을 살고 있어야 할 B양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머니의 과도한 집착을 딸을 통해서 이루어 보고자하는 이러한 자기 투사는 우리나라문화에서 종종 발견된다. 성경은 부모의 일과 자식과는 엄격히 구분한다. 좀 다른 내용이기는 하지만 다음 구절은 자식이라도 부모를 대신할 수 없음을 교훈하고 있다. ‘아비가 신포도를 먹었으므로 아들들의 이가 시다 하지 아니하겠고’ (렘31:29) 장성한 자식은 부모로부터 정신적 영적 육체적으로 독립된 인격체로서 분화되어야 함을 교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