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국정원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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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국정원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대한민국
  • 법률저널
  • 승인 2013.07.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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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2013년 7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기한 현상을 하나 들라면, 나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국가정보원을 이제 국민들이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들겠다.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두려움소멸현상”은 지난 이명박 정권과 지금 박근혜 정권이 이룩한(?) 커다란 업적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숀 코네리로 상징되는 영국 첩보영화 007 시리즈,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CIA요원 맷 데이먼을 주인공으로 한 본 시리즈, 톰 크루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미션임파서블 시리즈 같은 영화 속 요원들은 참으로 멋지게 포장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임무는 자국의 이익에 반대되는 적국 또는 자국 내부의 반대파 제거를 위해 불법적 방법을 총동원하여 사람을 죽이고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이고, 또 죽인다. 시설을 파괴하고, 또 파괴하고, 또 파괴한다. 그들은 그들의 자국 시각에서 보면 정의의 집행이지만 중립적 시각에서 보면 그들은 암살범이고 파괴범이고 테러범이다. 영화일망정, 정보요원들은 언제나 국가이익을 전제로 적국 또는 배신자들을 처리하는데 불법방법을 총동원하여 임무를 수행한다. 그 속에서 언제나 정의가 승리한다는 착시현상을 관객들에게 강요하며, 그럼으로써 영화의 흥행, 즉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한다. 하지만 상대국 입장에서 보면 숀코네리는 암살범이고 테러범일 뿐이다. 이처럼 모든 현상은 상대적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정원은 어떠한가?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그리고 현재의 국가정보원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해온 면면의 행위를 보면 국민을 겁박하고 불법연행하고, 체포하고, 각종 국내법을 위반하여 국민들을 미행하고 도청하고 국내정치에 불법적으로 관여해 온 정황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소위 국정원댓글녀사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국정원의 제18대통령선거에 대한 불법선거관여는 “대한민국헌법 제1조를 유리한 범죄행위”로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대학교수에서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깨어있는 지성이 시국선언을 하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민주시민이 국정원의 불법선거범죄행위에 대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서 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하여 침묵을 지키고 있다. 침묵하지 않아야 할 순간에 침묵하는 인내력은 대단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 침묵할 수 없는 순간에 침묵할 수 있음도 보통사람들로서는 하기 어려운 면벽수행 같은 일이다. 침묵을 통해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파 하는 내면의식의 고달픔이 보인다. 느껴진다. 그렇지만 국정원의 불법관권선거에 침묵하는 것은 명백한 대통령의 직무유기이다.


반면에 침묵해야 할 순간에 분노를 폭발하는 것은 또 다른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침묵해야 할 순간이라고 판단되는 두 가지 사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정현 청와대홍보수석을 통해 민주당대변인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에 대한 비난”과 “이해찬 의원의 ‘당신’ 발언에 대한 비난”에 대하여 “순간 발끈”하였다. 엄청난 분노를 발산하였다. 국가권력 최고의 공직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공적 임무 수행에 철저하게 침묵하는 부작위로 나가면서, 사적 이해, 특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에 대하여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작위로 나가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국가최고통치자로서 대한민국헌법 제1조가 국가정보기관에 의해 불법적으로 농단된 사태 앞에서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며 계속해 침묵을 지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민주교육을 받은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반듯하게 줄그은 후 저쪽 일이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강변하는 것은, 자신의 뇌에 유리벽 같은 경계선을 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발상이라고 할 것이다. 비극적 가족사를 가지고 있는 이의 트라우마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을 이분시키는 무의식경계선을 만들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러한 이분법적 사고가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살인범이 늘어도 강간범이 늘어도 나하고는 상관없다며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통령이라면 국가정보기관의 불법관권선거라는 민주주의압살행위에 대하여 목숨 걸고 시시비비를 밝혀야 할 공적 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이를 철저히 방기한 채 “나하고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사적 문제”로 공적 임무의 문밖으로 몰아내 버리는 것은 참으로 엉뚱하다. 이런 논리라면 대통령 자신과 관계되는 일은 “밥 먹고 잠자는 일”밖에 없지 않게 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예전 같으면 국정원 하면, 다시 말해 우리의 각인된 뇌리에 떠오르는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는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학생들과 노동자 인권을 주장하는 민주시민들을 불법연행하여 감금하고 고문했던 기관임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포심에 사로잡혀 “어떻게 하면 내가 붙잡혀 가지 않을까? 불법연행당하여 고문당하거나 감금당하면 어떡하지?”하는 자기검열 내지 자기불안에 사로잡히게 된다. 부지불식간의 두려움에 대한 간접교육을 받아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의 제18대대통령선거에 대한 불법관권선거개입사건으로 인하여, 민주주의가 의식화과정을 통한 관념적 문제가 아니라 생활화과정을 통해 몸에 익숙해져버린 민주국민들이 이제 더 이상 “국정원을 공포의 대상”이 아닌 “개혁의 대상”으로 보게 되었으니, 이는 엄청난 자각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인식의 대전환은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사회가치변화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정원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정원이 잘못하면 피켓을 들고 “네가 잘못 했어” 라며 1인 시위를 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제 국정원도 함부로 음지에서 007시리즈나 본시리즈, 또는 미션임파서블시리즈 같은 영화 속 흉내를 내며 국민들에게 함부로 불법을 저지르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해 왔던 국정원이 “국민 무서워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은 이번 국정원사태를 통해 우리가 얻은 의외의 수확이다. 국민은 이제 국정원을 공포의 대상으로 두려워하지 않게 됨으로써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기성찰이 이루어졌고, 그 반작용으로 “잃어버린 대한민국헌법 제1조”를 되찾아야겠다고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 구체적 행동이 작금의 1인시위이고, 시국선언이고, 촛불집회인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러한 사회의식의 대전환, 국민들이 대한민국헌법 제1조를 되찾아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모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국가를 확립”하겠다는 “시민의식개혁운동”을 일부 야당의 선거불복종 내지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문제정도, 다시 말해 여태까지 해왔던 여ㆍ야간의 정쟁정도로 인식하고 있음은 참으로 잘못된 인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정쟁의 문제로 모든 것을 희석시키고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의 대화록에서 “포기하지 않은 엔엘엘포기발언의 왜곡된 해석”과 “홍익표 민주당 전 대변인인의 ‘귀태’발언”과 “이해찬 의원의 ‘당신’발언에 대한 딴지걸기 정도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얄팍한 인식에 머물러 있으니 한심하다 못해 무능력해 보이고, 더 나아가 의도적 조작이 엿보여 교활해 보일 뿐인 것이다.


본질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본질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공적 조직인 심리국을 통해 70여명의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당시 여당후보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야당후보인 문재인 의원에게 불리하게 여론조작”을 한 범죄행위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주 미세한 차이로 야당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후보가 그 선거결과에 대해 어떻게 정치적 판단을 내려 사과해야 할 것인가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국정원의 불법적 국내정치관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활동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이다.


사실적으로 한 치의 양보 없이 실효적 지배를 계속하고 있는 엔엘엘(서해북방한계선) 문제(실제로 전혀 포기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데)가 본질이 아니며, 귀태발언이나 당신발언이 본질이 아닌 것이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기간이 벌써 3분의 1이나 경과되었음에도 아직 제대로 된 첫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아마 새누리당은 국정조사결과의 파급력을 두려워하여 국정조사를 가능한 한 늦추거나, 실시하더라도 부실하게 되도록 시늉만 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깨어 있는 민주시민의식은 망망대해의 등댓불처럼 어둠을 밝힐 것이고, 조사결과가 미흡하면 엄청나게 저항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불행한 사태가 되고 만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사태가 도래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진실한 사실에 대한 확정”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이 되었든 민주당이 되었든 국정원의 불법관권선거개입사실에 대한 진실규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대한 지상명령인 것이다.


국정원은 여전히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싶은 강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옛날이 좋았다.”며 “아~ 옛날이여”를 노래하며 꿈꿀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속된 말로 지난 선거기간 동안에 자주 등장하였던 단어 “간”을 봐 버린 국민들은 통이 커질 대로 커져 이제 국정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를 국정원의 자업자득이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모르겠다. 내면의 두려움이 사라지면, 누구나 용감해진다. 떳떳해진다. 자신의 존재가 자랑스럽고 대견해진다. 무엇보다 진실 앞에서 웃게 된다. 이제 국민들은 웃으며 1인시위를 하고, 촛불시위를 하고, 즐긴다. 두려움이 없기에 시위는 격렬하지 않다. 분노를 분노하지 않으며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참 좋은 세상이다. 국정원이 이를 알아야 하고, 새누리당이 이를 알아야 하고, 청와대가 이를 알아야 하고, 민주당도 이를 알아야 한다. 오직 진실만이 모두를 승복시킬 수 있고,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들끓는 민심을 잠재울 수 있다. “저들만이 자신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라고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로마병정들을 향해 던진 예수의 마지막 한 마디가 생각난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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