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리포트]연수원에서의 100일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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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리포트]연수원에서의 100일을 보내며
  • 법률저널
  • 승인 2003.07.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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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에 첫 출근을 한 것은 2003년 3월 3일이었습니다. 새로 산 구두에 헤라를 끼워 가벼운 손놀림으로 신발을 신은 후 아침 공기가 아직 찬 기운을 머금고 있는 골목길을 힘차게 걸어 나갔던 기억이 바로 어제 같습니다. 매일 타던 전철도 어찌 그리 새롭던지요. 힘들었던 수험기간을 끝내고 이제 예비 법조인으로 첫 출발하던 그 날의 아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가는 길에 혼자서 루이 암스트롱의 달 착륙 당시 남겼던 발자국을 생각하며 사법연수원에 첫 발을 내딛는 발이 왼발일까 오른발일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했었지요. 왼발이었습니다.

자기가 진정 원하던 일을 이루면 큰 기쁨이 오지만 한편으로 허탈함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연수원에서 100일을 지낸 지금 시점에서 저 역시 다소간의 허탈함을 느껴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100일을 보내면서 숨 가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았고, 예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인간관계의 형태도 접해 보게 되었습니다. 또 전혀 새로운 형태의 법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낯설음과 이질감이 연수생들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법연수 첫 날 받았던 오리엔테이션 교재에는 친절하게도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사법연수원은 법조인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므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였습니다. 이럴 때는 주변의 도움을 받으라는 조언과 함께 말입니다. 마치 담배를 한 갑 살 때 그 옆에 붙어 있는 미성년자와 임산부에게 해롭다는 취지의 문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건 우연이었을 겁니다.

◇ 법조인에게 성실함은 기본

연수생활 예전처럼 여유롭지 않습니다. 1000명 합격생 시대가 오고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는 것이 불편한 점이 있지만, 최소한 고시 준비할 때 가끔 들던 ‘내가 평생 독서실에 처박혀 살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은 안 듭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분명 나름대로의 보람도 있습니다. (틀렸다는 붉은 줄이 좍좍 붙기는 하지만요 ^^;) 꽉 짜여진 학사 스케줄 때문에 숨 막힌다는 연수생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그 점은 동의합니다. 법조인에게는 성실함이 기본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 아마도 이런 빡빡한 학사 스케줄 역시 성실한 법조인을 배출하려는 연수원의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선해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적지만 일정한 월급까지 받으면서 하는 공부 인만큼 감사하다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아마도 제가 100일간 겪어 보았던 사법연수원의 생활이 고등학교와 유사하다고 느끼는 것은 본격적인 시보교육이 개시되기 전 단계이기 때문 일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연수생활을 막 시작한 상태에서 사법연수생활은 ‘이런 것’이라고 딱 꼬집어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나이도 적지 않은 분들이 고등학교처럼 생활하는 곳은 여기 외에는 아마 없을 거란 건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래서 특이하게 재밌는 일도 가끔씩 있지요. ^_^;) 아마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며’ 라는 표제의 글을 쓰게 될 때에는 연수생활은 이런 것입니다! 라고 확실한 답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차 시험 보신 분들 넘 수고하셨어요 ^^;
김주완전문기자·제44회사시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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