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로스쿨에 대하여 연재하기에 앞서 미국의 법학학위제도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법률교육제도는 법과대학 4년(학사), 법과대학원2년(석사) 및 그 후 박사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미국은 학부(undergraduate)과정에 법학과가 없으며 대학원(graduate school)에 해당하는 law school에서 법률교육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law school에서는 보통 J.D.(Juris Doctor), LL.M.(Master of Laws), J.S.D.(혹은S.J.D. - Doctor of the Science of the Law)의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J.D. 과정은 학생을 법률가로 양성하는데 기본 목표를 두고 있으며, 전반적인 법 지식을 3년간 배우게 됩니다. 미국인은 LL.M.이나 J.S.D.학위를 취득하기 전에 반드시 이 과정을 수료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학위를 ‘미국 법학박사’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한국의 법학박사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유념하여야 겠습니다. 근래 이 과정 진학을 준비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졸업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외국 변호사 자격으로 국내 로펌에 취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한국어도 어느 정도 능통하고 영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미국 교포출신들이 우선 순위로 국내 로펌에 채용되기 때문에 순수국내파의 경우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면 상당히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입니다.
LL.M은 1년 과정이며, 외국인으로서 미국 J.D.과정에 해당하는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유학을 가시는 분들은 이 과정에 진학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J.D.과정 학생들이 받는 수업들 중에서 18학점 정도를 골라서 수강하게 되며, 수료 전에 논문(thesis)을 제출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State)에 따라서는 외국인 LL.M. 수료자에게 미국 변호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국내 로펌의 경우 국내 변호사 자격이 없는 미국 LL.M. 수료자를 변호사로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J.S.D. 는 가장 높은 학위이며, 어떤 대학은 J.S.D.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자기 대학에서 1년간의 LL.M.과정을 수료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이 학위가 우리 나라의 박사학위에 보다 가깝다고 하겠지만, 미국의 법과대학 교수들 중에는 J.D. 학위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위가 없다고 해도 법률 실무 경험이 많고 유능한 사람은 교수로 임용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LL.B. (Bachelor of Laws)는 예전의 J.D. 과정에 해당하며, 현재는 없어진 학위입니다. 나이 많으신 미국 교수님들의 프로필에 보면 가끔 LL.B. 학위를 가지신 분이 있습니다.
로스쿨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로스쿨에서 무엇을 전공해야 좋을까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LL.M.의 경우에는 기간이 1년이고 졸업 전에 thesis를 교수에게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진학 전부터 자기가 전공할 분야를 염두에 두고, 그 분야에 뛰어난 교수가 그 학교에 있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진학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J.D. 과정의 경우 전문가보다는 Generalist를 양성하는 것을 기본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LL.M.과 같이 특별한 주제를 정하여 공부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제도는 없습니다(단, 일부 학교에서는 independent study라고 하여 교수의 지도 아래서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실무의 예를 보면,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변호사(미국, 한국 모두 마찬가지일 것입니다)도 자기가 전문으로 하는 사건만 다루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자기가 취급하는 사건의 30% 정도가 어느 특정분야에 속해 있다면 보통 그 분야의 전문 변호사로 인정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화는 학교에서 3년간 어떤 분야를 공부한다고 해서 간단히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로스쿨(3년제)을 졸업하면 바로 법률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오해는 지금 빨리 털어 버리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은 취업 후 실무 현장에서 체득하게 되는 것이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명문 로스쿨 졸업생이 고액의 초임(미국 6만 - 14만불 정도, before tax)을 받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들을 고용하는 측 입장에서는 그들이 전문가로서 그만큼 돈 값을 한다기 보다는 그들이 로스쿨을 졸업할 때까지 투자한 엄청난 기회비용 손실을 보전한다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다음 기회에는 미국의 개별 로스쿨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정연박전문기자· 제44회사시합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