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특별전형, 빛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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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특별전형, 빛좋은 개살구?
  • 법률저널
  • 승인 2012.07.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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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로스쿨생은 조건부수급자”
주40시간 자활사업 참여해야 생계급여 지급

 

올 초 모 로스쿨에 특별전형 장학생으로 입학한 A씨. 그는 지난 4월부터 관할 구청으로부터 6월 1일부터 조건부수급자 자활사업에 참여하라는 통보서를 받았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9조 제5항 및 시행령 제11조 규정에 의거, 기초생활수급자라도 대학원에 재학 중인 수급자는 근로능력이 있는 한, 지역자활사업에 참여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 본인의 생계급여의 일부 또는 전부가 중지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장애를 가진 한부모를 두고 있는 그는, 학창시절부터 기초수급의 수혜자로서 법조인이 되어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픈 마음에 로스쿨에 진학했지만 느닷없는 ‘주 5일 40시간’ 지역자활센터에서 일하는 ‘조건부수급자’ 자활사업 참여 이행 통보서가 황당하고 당혹스럽기만 했다.


어쩔 수 없어 최근 지역자활센터에서 자활인큐베이팅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마저 적성에도 맞지 않고 작업환경 및 육체적 피곤함도 말이 아니어서 그의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


그에게 다른 대안은 있다. 로스쿨을 졸업해 일자리를 잡을 때까지 약 3년간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월 60여만원이상을 벌고 이를 증명하는 소득원을 관할구청에 제출하면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때에는 현재의 가족 전체 현금 생계급여 99만여만에서 이를 제한 30여만원이 국가에서 지급된다.


문제는 현 로스쿨의 교육과정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의 신분은 유지할 수는 있지만 로스쿨 학사관리 엄정화에 따른 학점 경쟁, 교수들의 수업과 과제, 조별 발표, 실무수습, 수시 평가·중간·기말 평가시험 등으로 학업에만 매진해도 벅찬 상황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한다는 것도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자활사업에 참여하자니 매일 출근해야 하는 자활사업과 학업시간이 상충하고 참여하지 않잖니 생계비가 삭감·중지되고 결국 학업 유지가 상당히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것.


현재 전국의 모든 로스쿨은 경제적 취약자의 보편적 교육권 및 법조인 진입을 위해 국민기초생황보장수습권자(기초생활수급권자) 또는 그 자녀에 대해 특별전형 선발과 함께 전액 장학금을 면제해 주고 있다.


또 선택적으로 차상위계층 해당자(또는 그 직계비속 또는 그와 세대를 같이하는 직계비속) 등에 대해서도 대다수 로스쿨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보장정도는 △입학년도에 전액 장학금 제공, 입학금을 면제 △전학년 전액 장학금 제공, 입학금 면제 △입학년도 전액장학금(입학금 포함) 면제, 그 이후 수급자자격이 계속 유지될 경우 매 학기마다 전액 등록금 면제 △입학년도 전액장학금(입학금 포함) 면제하되 평균평점 몇점이상 유지 시 전학년 전액장학금을 제공하는 등 실제 운영형태는 차이를 두고 있다.


A씨가 다니는 로스쿨은 매 학기마다 장학금을 타려면 기초생활수급자격 증명원과 함께 일정 학점 이상을 취득해야만 하다 보니 그의 갈등은 남들과 같지 않다.


그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들어왔으면 모를까, 전혀 모르고 들어왔기에 당혹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는 것.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시행령에 나와 있는 경제적 취약계층에도 보편적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규정과 현실사이에 괴리가 생긴 셈이다.

 

그에게는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특별전형이 빛좋은 개살구 같아 보여 얄밉기만 하다.


특별전형 선발은 로스쿨 인가 과정에서 총 정원의 5%이상을 각 로스쿨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약속했고 그 결과 2009년 1기 합격자 중에서는 6.25%, 2010년 2기 5.80%, 2011년 5.93%, 2012년 6.41%로 매년 120~130여명을 선발해 왔다. 그 중 상당수가 경제적 취약자인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대학원생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초기인 2000년부터 조건부수급자에 해당해 자활사업 참여를 조건으로 생계급여가 지급되어 왔다. 올해 들어 특별히 시행이 강화됐다는 것.


하지만 A씨와는 달리 지난 3년간 대다수 기초생활수급 로스쿨생들은 이같은 애로에도 불구하고 학교 및 교과부 등에 드러내지 않고 갈등 속에서 알음알음 스스로 해결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B로스쿨의 한 관계자는 “경제적 취약자 중에서는 대다수가 차상위계층이지만 1기 중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1명 있었지만 특별한 애로를 전해들은 바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 C로스쿨의 관계자 역시 “기초생활수급자가 현재에도 몇 명이 재학 중이지만 그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주무부서인 교과부, 로스쿨협의회 등에서도 인지해 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관할 구청 및 보건복지부는 “고급인력에 해당하는 대학원생은 충분한 근로능력을 갖고 있고 이들에게까지 국가가 생계비를 조건없이 지급하는 것은 사회형평상 문제”라며 “대학 재학생은 보편적 교육에 해당되어 조건부가 없지만 대학원생은 그렇지 않아 제외되어 있다”고 제도 취지를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관계자는 “최근에서야 이같은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들의 수급신분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로스쿨 장학금은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교과부로서는 특별전형 장학금에 대해서는 관할에 속하지만 생계비 수급은 보건복지부의 관할”이라며 “보건복지부로서도 나름의 취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는 “법조인이 되는 것도 좋지만 이마저 국가에 떼를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대학원생으로서 선택과 노력의 문제” 등과 같은 부정적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지난 6월 27일 트윗을 통해 “이건 웬 일인가요. 기초수급자 전형으로 로스쿨 뽑아놓고서는 입학하자마자 기초수급비 다 깎는다고 연락오는데.. 가난한 사람은 로스쿨 다니지 말고 일해서 가족들 부양하라는 건가요”라며 “그럴거면 기초수급자 전형은 왜 만들건가요”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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