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언제까지 거짓말을 계속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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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언제까지 거짓말을 계속 할 것인가?
  • 법률저널
  • 승인 2012.05.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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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이번 주초 거의 같은 시기에,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황우여 대표체제의 정상적인 당의 모습을 갖추었고,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대표체제의 막을 내리고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회체제로 전환하였다. 지난 연초 보수진영의 아이콘인 새누리당은 혹시라도 자신들의 기득권이 무너질세라 한마음 한뜻으로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여 비당원 외부인사들로 구성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4ㆍ11총선에 일사분란하게 올인하여 결국 과반의석득표라는 자신들조차 놀랄 만한 성과를 이루어내었다. 그리고 이제 보란 듯이 친박계로 알려진 황우여 원내대표를 당대표로 선출하고 비상대책위원회제도를 청산하였다. 대표적인 진보진영인 통합민주당은 지난 4ㆍ11총선에서의 당내 경선과정에서의 부정투표시비로 고성이 오가고, 마치 뒷골목 깡패집단처럼 “이 새끼, 저 새끼, 사람 새끼, 개새끼”하는 육두문자가 오가더니, 그러고도 성이 차지 않는 듯 사람 멱살을 잡고, 뒤통수를 치는 등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가며 개난장판을 이루더니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심상정, 유시민 등 집단대표체제의 구성원들이 사임하고 강기갑 의원이 비상대책위원회의 책임을 맡게 되었다. 일사분란은 고사하고 치고받고 싸우는 깡패집단이상의 난투극을 벌린 결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으나, 소위 구당권파는 또 다른 별도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결국 두 개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였으니, 비상대책이 비상대책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정치현상을 보면서, 많은 당원들이 통합진보당의 복잡한 내부권력구조와 그들의 권력투쟁에 환멸을 느끼고, 당지도부의 폭력적ㆍ비민주적 행태 앞에 기가 막혀 탈당까지 불사하겠다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통합진보당, 아니 진보세력을 살려야 한다며 적극적 입당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물결 중 어느 물결이 최종적 주류 물결이 될지 현재로서는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정당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당시의 새누리당은 모두 살아야겠다며 자신들의 지난 모든 잘못을 순간봉인한 후 시치미를 뚝 떼고 친박친이로 분류되던 양대 당내세력이 권력투쟁과 비방을 순간에 멈추어 버렸다. 적의 외침보다 아군의 분열을 막아야한다는 본능적 생존본능에 의해 자신들의 내부 하자를 감추어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통합진보당은 지금 죽자 살자 하고 내부권력투쟁을 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행태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보내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치열한 내부투쟁을 벌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진보정당이니까, 저렇게 잘못된 것을 서로 도려내겠다며 치고받고 싸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저처럼 철저한 내부투쟁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기 살기 위해서 자신들의 냄새나는 부패의 뚜껑을 서둘러 덮어버리는 보수보다는, 썩은 냄새 진동하는 자기의 모든 치부를 드러내 보이면서도 무언가 개선하겠다며 사정없이 권력투쟁을 벌리는 통합진보당이 오히려 옳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조차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당내 의사결정과정에 폭력이 난무하여서는 아니 되며, 강제적 물리력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우선해서는 아니 된다. 그게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 가치와 덕목이어야 한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사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절차가 정당하지 못하면 어떠한 선한 목적도 철퇴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이자 생명인 것이다. 그러한 잘못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구속수감된 지원관실 진경락 과장으로부터 압수된 문건에 의하면, 공직지원윤리관실은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 “형식적으로 총리실 소속으로 하되, 특명사항은 비선서 총괄지휘”하는 이원체제를 유지해온, 말하자면 청와대의 불법사찰조직이었음이 밝혀졌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브이아이피(VIP, 대통령)께 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이라는 등의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황당한 표현을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내부문건에 의하면, 지원관실을 총리실 소속으로 두면서 이명박대통령을 위한 특명사항은 총리실의 통제를 받지 않는 이원적 친위조직을 만든 뒤, 국민들에게는 총리의 지휘를 받는 법령체계상 정당한 조직인 것처럼 보이게 한 뒤 실제로는 “공직사회를 포함한 각계의 고급정보 활용”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철학 구현을 유리”하게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해야 한다고 하여, 음험한 비밀조직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모든 권한은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정당하며, 형식적인 업무분장에 구애됨이 없이 활동하여 추후 레임덕 현상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 더 나아가 “전 정권 말기에 대못질한 코드인사 중 엠비(MB) 정책기조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저항하는 인사에게 사표제출 유도(9월, 공기업 임원 39명)” 등 반대세력 제거를 당면과제로 삼고 있는 대목에서는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대통령의 친위조직이라 하지만, 어떻게 민간인 불법사찰을 공공연히 할 수 있으며, 대통령의 특명사항은 정상적인 보고체제나 지휘체제 밖에서 불법감찰, 불법미행, 불법감청 등을 통해 사적인 약점들을 잡아내고, 그 약점들을 공갈과 협박수단으로 사용하여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들을 하나둘 제거하고, 자기들의 이해관계 있는 자들을 곳곳에 심어 실세를 만들었을 것이니, 설마 그러지를 않기 바라지만, 새로 임명되는 자들로부터 임명과정에서 부정한 뇌물을 받지는 않았는지 부정한 이권을 챙기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임명된 자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임명되었음을 자랑하며 자신이야말로 이 조직의 실세임을 내세워 그 조직 내에서 월권을 행사하며 모든 사항을 전횡해온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저렇게 입수된 비밀문건에 수록된 모든 사항이 거의 100% 가깝게 실현되었음이 밝혀졌다. 실제로 지원관실 직원들은 “감찰”이라는 합법적 명분을 내세워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을 불법적으로 솎아냈고, 이 대통령을 비방한 백원우 의원이나 이석현 의원 같은 야당의원은 물론이고, 청와대의 독선을 비판해온 정두언 의원이나 현기환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불법사찰을 자행해 왔음이 밝혀졌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행위는 성역 없이 이루어졌고, 그 끝가는데를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물론 지금 이렇게 밝혀져 곤욕을 치루고 있지만 말이다. 이 문건에 의하면, 당시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과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군데군데 나오지만, 여전히 청와대는 오리발이다. 정말 오리발이다. 이 문건을 작성한 진경락 전 과장은 사찰과 증거인멸, 특수활동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중이다. 그는 구속되기 전 지인들에게 “내가 입을 열면 엠비가 하야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청와대를 겁박하고 자신의 신변을 보장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온 것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검찰이 과연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버금가는 정책을 추진해 와, 그 정책만 놓고 보면 차이점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던 프랑스의 사로코지 대통령이 며칠 전 있었던 프랑스대선에서 낙선하였다. 17년만에 프랑스 진보정당 후보인 올랑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렇지만 한국의 진보정당은 두 개의 비상대책위원회로 상징되듯 분열과 혼란에 빠져 있다. 그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것만큼 치열하게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고치고 제정신을 차릴지, 아니면 회생불능의 식물정당이 되거나 또 다시 분파되는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원래 진보정당 사람들의 치열성, 투쟁성, 단독성, 선동성, 행동성 등등 다양한 속성들이 결합되어 “썩은 것을 여기 썩었소!”라고 모든 치부를 내보이며 또 자생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본다.


보수정당 새누리당은 이제 새로운 대표체제를 갖추어 비상대책위원회체제를 청산하였다. 그러자 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사이에서 당내 대통령후보경선시스템을 두고 현행 경선제도를 고수하자는 안과 오픈프라이머리제도로 국민경선을 실시하자는 안을 놓고 또 다시 대립하고 있다. 제19대의원 과반수 득표를 통해 이제 살아났으니, 다시 내부적인 문제에만 치중하며 총선에서 약속했던 것들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하여튼지 간에 진보의 두 비상대책위원회의 시작과 보수의 비상대책위원회의 종결을 보면서, 어느 쪽이 지혜로운 건지, 어느 쪽이 옳은 건지, 옳은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지혜로운 것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던 모두 자기생존의 본능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그 속에서 국민들이 잊혀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적법절차만 지켜진다면 그 과정이 조금 소란스러운들 무슨 상관이랴? 민주적 적법절차를 청와대가 제일 앞장서서 어기고 있는 대한민국, 100일이 넘는 엠비시를 비롯한 공영방송들의 공정방송쟁취투쟁을 메아리 없는 진공상태로 빨아들이고 있는 청와대는 식물청와대인가? 아니면 딴나라 청와대인가? 이문만 남기면 “밑지고 판다.”는 거짓말을 공공연히 하는 장사꾼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청와대는, 이제 석고대죄하며 국민에게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며 “죽을 죄를 졌습니다.”라고 빌고 또 빌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아직도 그때가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도대체 언제까지 거짓말을 계속할 것인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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