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에는 복마전(伏魔殿)인가. 고시촌에 둥지를 터고 영리활동을 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경쟁이 과열되어 '나'만 있고 '동지'는 없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고시촌 수험시장은 그동안 학원들간의 강사 스카웃전, 출판사와 서점간의 이해관계, 강사들간의 순위싸움, 작전세력의 개입 등으로 '복마전'과 같은 양상을 보여왔다. 이제 고시촌의 난맥상은 바닥을 모를 정도로 얽히고 있다는 느낌이다.
더 문제인 것은 고시촌의 치부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고시촌업계내에서는 아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선 "고시촌은 복마전이 아니라 지뢰밭이다"라고 오명을 씌우기도 한다. 경쟁이 치열한 좁은 고시촌의 시장이 손바닥을 보듯 훤히 보이다 보니 무슨 일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뜻에서다.
동종간의 경쟁은 차치하고라도 서로 다른 업종간에도 과당 경쟁과 상호 불신의 벽이 두텁다. 연수원생들의 강의 금지도 결국 학원들간 경쟁의 결과로 비춰져 수험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강사들간 흠집내기는 물론 서점들간의 할인 경쟁으로 서점의 생존이 위태롭고 강의 테잎과 관련하여 잡음이 들리는 등 그간의 신림동의 시장질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상호 반목을 키워왔고 심지어는 공개적인 비방도 서슴지 않는 실정이다. 고시생의 입장에선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라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모든 사회가 그렇듯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선의의 경쟁이 그 사회를 발전시키는 초석이다. 그러나 고시촌의 이런 행태는 지켜보는 고시생들에겐 안쓰러울 뿐이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인 고시생들이 그 폐해를 일정부분 안게 되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어느 곳이든 도려내야 할 환부는 있게 마련이다. 환부가 드러났으면 대책을 세우는 게 마땅하다. 고시촌의 업계라고 예외일 수 없다. 고시촌 업계간에 모임의 장을 만들어야 하고 이 틀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야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도 자정(自淨)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소비자인 고시생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런 주장에 대해 '과장'이라고 강변할 업주, 스타의 자리를 지키거나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경쟁을 넘어 작전에 길들여진 강사, 나만 생존해야 한다는 독점적인 업주들이 버티고 있는 한 고시촌의 고시생들은 고시촌의 불공정한 상혼에 저당잡히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수험생 김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