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群盲評象'으로 개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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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群盲評象'으로 개선 안된다
  • 법률저널
  • 승인 2010.07.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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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는 12일 국회도서관에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공동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운영실태와 제도개선 방향'을 주제로 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서 성재호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 로스쿨의 등록금 수입은 전체 운영수입의 34.2%로 각 대학은 등록금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로스쿨은 '돈스쿨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수 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국가가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입학생 정원의 자율적 조정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로스쿨 학생 선발과 관련, "일반 전형의 경우 학부 성적의 상대평가와 관련된 대학들의 통일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며, 법학적성시험(LEET)의 경우 규범적 사고능력과 응용능력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출제방식과 문제유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남근 고려대 교수는 로스쿨 졸업생의 진로와 관련한 제도개선책으로 △검사직을 경력 법조인에게 대폭 개방하고 △기업의 준법감시인 제도를 강제하며 △정부가 충분한 법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가정준 한국외대 교수는 "고시 낭인을 줄이기 위해 설립된 로스쿨을 운영하면서 예비시험 제도를 허용하면 예비시험 낭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현재 로스쿨에서 노정(露呈)되고 있는 여러 문제점과 개선방향이 제기되었지만 한마디로 법률소비자의 안중은 없고 로스쿨 입장에서만 바라본 '군맹평상(群盲評象·장님들이 코끼리 몸을 만져보고 제각각 평을 한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에는 마치 로스쿨만 존재하듯이 국가의 재정지원 확대, 법조직역통폐합, 로스쿨생의 진로 보장 등 무리한 요구로 떼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로스쿨만 살리면 된다는 이기주의 발상이 하늘을 찌른다. 거창한 구호로 로스쿨의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기존의 법대에 '명패'만 바꿔놓았을 뿐인데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외치고 있는 꼴이다. 특히 예비시험 낭인 문제는 한국대학의 고질적인 학사관리의 문제이지, 사법시험이나 예비시험 탓을 한다는 것은 대학이나 교수들이 문제의 본질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외면한 채 엉뚱하게 남의 탓을 하는 격이다.

로스쿨은 교육기간 연장과 학비부담, 법조인력 고령화가 문제의 핵심이다. 또한 애초 로스쿨 도입 당시 내세웠던 특성화, 전문화 등 양질의 법률서비스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대학원 과정의 로스쿨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고서 로스쿨의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생각이다. 대학원 과정의 로스쿨은 심각한 법조인 고령화를 야기할 수 있다. 올해 법학적성시험 지원자의 평균연령이 약 31세에 달한다. 사법시험 지원자보다 1세 높은 실정이다. 사회에 첫 진출하는 법조인이 30세 중후반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인 경쟁력은 차지하더라도 2억원에 가까운 투자비도 보상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학원 로스쿨 체제에서는 결국 기존 사법시험 제도보다 변호사 진출 시기가 늦어져 학생들에게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주고 국가적으로도 고급 인적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법조인 배출 고령화는 전문화도 어렵게 한다. 로스쿨에서 법률가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몇 학점의 특성화 교과목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난센스다. 법률영역에 대한 전문적이고 특성화된 지식이나 기술은 장기간의 경험과 다양한 훈련을 거쳐서 체득되는 것이지 몇 번의 강의와 학점으로 전문화 운운하는 것은 진짜 스페셜리스트를 우롱하는 처사다. 고령화는 서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도 어렵게 한다. 법조인 수를 늘려 무한 경쟁을 시키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줄 것처럼 선전하지만 로스쿨처럼 많은 비용과 고연령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다. 대륙법계에서는 법률서비스를 공공재에 비중을 두었지만 로스쿨 시스템은 법률을 기술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자본축적의 수단인 상품에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률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철학을 바꾸지 않는다면 로스쿨 역시 국민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로스쿨 자체만을 위한 로스쿨로 전락 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 대학원 로스쿨의 실험은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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