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에 티를 남긴 사법시험 '복수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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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 티를 남긴 사법시험 '복수정답'
  • 법률저널
  • 승인 2010.03.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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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난도를 유지하면서 대체로 문제의 수준이 고급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법시험 제1차시험이 올해도 결국 '복수정답'이라는 옥의 티를 남겼다. 올해 사법시험은 과거 기출문제의 정형화된 지문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판례를 그대로 갖다 붙이는 출제를 지양하고, 단편적인 암기보다는 법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각을 요하는 문제가 출제되면서 상당한 호평을 얻었다. 올해 출제경향의 변화가 앞으로 출제경향의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터에 이번에도 복수정답이 나옴으로써 다소 실망감을 안겼다.

복수정답이 나오기까지 그 과정을 보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1차 정답확정회의에서 이견이 없었는데도 2차로 넘어가 뒤집혀졌기 때문이다. 기본삼법 중에 헌법의 '회기계속의 원칙'과 형법의 '상해 동시범'도 정답 시비가 일었지만 제1차 정답확정회의에서 위원들은 수험생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정답가안대로 최종정답을 확정했다. 반면 민법의 '통정허위표시' 문제는 1차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2차로 넘겨졌다. 헌법과 형법처럼 민법도 1차 정답확정회의에서 출제위원이나 다른 위원들도 별 이견이 없어 1차에서 확정했어야했지만 법무부가 추가합격자를 우려해 좀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는 차원에서 2차 회의로 미루면서 상황이 급반전 됐다. 결국 2차 회의에서 이견이 노정(露呈)되자 법무부는 추가로 교수들에게 의견을 구한 끝에 복수정답으로 결정했다. 행여 나중에 추가합격으로 시험행정에 더욱 어려움을 겪니 차라리 지금 털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흠결이 전혀 없는 문제가 출제되길 바라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법학이라는 특성상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의제기는 불가피하고, 정답 시비가 이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복수정답으로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이의제기된 문제에 대해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송으로 뒤집혀지지 않도록 좀더 유연한 접근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복수정답 결정은 일응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합격선에 수험생들이 몰려있는 경우가 많아 복수정답으로 인해 당락이 뒤바뀔 수 있어 그간 복수정답은 시험의 공정성을 크게 헤쳤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았다. 특히 출제자의 의도대로 문제를 풀어 맞춘 수험생들이 복수정답으로 인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 또한 복수정답에 해당되지 않은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입게되는 불이익 등을 고려하면 복수정답은 없어져야 한다. 모든 시험의 가장 기본적 원칙은 공정한 경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더 이상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고, 정답시비의 논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역할이 막중함을 상기시킨 바 있다. 올해는 문제 출제에서부터 검토에 이르기까지 시험출제 과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형법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 정답확정위원회에서 1문항 복수정답이 인정된데다 행정심판위원회에서도 한 문항이 복수정답으로 인정돼 무려 275명이라는 추가합격자가 발생하면서 사법시험의 신뢰성과 공정성은 상당한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명확한 표현으로 정답 시비의 여지를 남겼다는 것은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 법무부 모두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젊은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막중대사(莫重大事)가 고시다. 출제 잘못으로 인생이 바뀐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나라 미래의 주역들이 인생의 한판 승부수를 두는 고시가 더 이상 출제오류의 논란이 일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험당국, 출제위원, 검토위원 3자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는 것이다. 시험을 주관하는 법무부는 출제과정을 재삼 점검하고 대오각성의 자세로 복수정답을 없앨 근본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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