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저인터뷰]행정고시 기술직 수석 이성민씨
상태바
[법저인터뷰]행정고시 기술직 수석 이성민씨
  • 법률저널
  • 승인 2009.12.11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기술 선진화 기여하는 공직자 될 터
‘스터디’ 통해 깊고 넓게 이해…합격에 주효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신을 구현하는 공직자가 되고 싶습니다. 공직자로서 청렴한 정신을 실천하고 학문 연구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다산의 삶이 기술직 공무원으로서 본받아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올해 행정고등고시 기술직 최종 합격자 가운데 수석을 차지한 이성민(32)씨는 “업무차 갔던 관공서에서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모습에 매력을 느껴 행정고시에 도전하게 됐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총 1,690명이 출원해 약 27:1의 경쟁률을 보인 이번 시험에서 시설직렬에 응시해 90.66점으로 2차 시험에 합격, 최종 수석의 영예를 안은 이 씨(일반토목-전국)에게 수석합격 비결과 공부 방법,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공무원, 다시 보니 매력 있는 직업”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토목·환경공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토목공학과 응용역학을 수학한 이 씨는 자신의 전공의 살려 토목설계 회사에 입사했다. 처음부터 공직에 뜻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 그는 “부모님께서 공직자가 되기를 원하셨지만 스스로는 적성에 잘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소회했다. 그런 그가 공직에 호감을 갖기 시작한 것은 납품 등 직장 업무차 관공서를 드나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는 “바쁘고 활기차게 일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갖고 있었던 공직 이미지가 한 순간에 깨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술회했다. 무엇보다 단순한 호감을 넘어 고시준비까지 하게 된 것은 공직자 업무가 가진 매력이었다. 이 씨는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며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대민행정을 수행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행정고시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계기를 밝혔다.


이렇게 시작한 그의 도전은 수험생활 3년 반 만에 결실을 맺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였기에 더욱 부담도 클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합격소식을 듣고 아내와 마주보고 아무 말 없이 서로 웃기만 했다”고 당시의 기쁨을 전했다.

 

‘독주’ 로 시행착오, 면접 탈락 ‘좌절’도


이 씨가 본격적으로 수험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여름. 인터넷 수험 카페를 통해 시험 및 학습 정보를 얻으며 혼자 공부를 해 나갔다는 그는 반년 남짓 ‘독주’행을 이어 나갔다. 공부에 있어서 혼자 달린다고 빨리 가는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스터디에 비해 독주는 맥을 빨리 잡기가 어려웠다. 첫 번째 선택한 방법으로 시행착오를 겪은 이 씨는 그해 말부터 스터디에 참가했다. 그는 “혼자 공부한 반년이 수험생활에 있어 ‘가장 아까운 시간’이었다”며 “스터디원들과 같이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그 시간이 후회 되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2007년도 1차 시험에서 낙방했다. 그에 따르면, 부족한 읽기 능력 때문에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고배를 마신 이유였다. 1차에서 떨어지면 다시 1차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는 스터디를 통해 그해 7월까지 2차 공부를 계속해 나갔다.


지난해 1차와 2차 시험에 합격한 이 씨는 “1차에 떨어졌다고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면 아직도 독서실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면서 “2007년 1차 낙방 후 2차 공부를 계속 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면접에서 다시 한 번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이 씨는 “이 때가 가장 힘들었던 때였다”고 소회했다. 고지를 앞두고 오던 길을 내려가 처음부터 다시 올라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좌절감 속에서 토익시험부터 다시 준비하면서 9월부터는 마음을 다잡고 기본서를 읽고 서브노트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방법을 반복했다. 결국 그는 수험생활의 열매를 수석합격으로 맺게 됐다.

 

수석합격 비결은 ‘스터디’


수석합격을 하게 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단연 ‘스터디’를 꼽았다. 스터디를 통해서 이해도를 높이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더불어 다양하게 접근했던 것이 실력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터디원들과 다 같이 합격하자는 생각으로 서브노트도 공유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때도 토론을 통한 후 정리함으로써 짧은 시간동안 깊고 넓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가장 고전했던 측량학 과목 역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스터디가 주효했다. 그는 “측량학이 범위가 넓어서 어려웠는데 스터디원들과 서브노트를 바꿔 읽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토론을 통해 습득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면접시험에서도 스터디 도움을 많이 받았다. 면접시험은 그에게 있어 이론시험만큼 부담스러웠다. 전 해 면접에서 떨어진 쓰린 기억 때문이었다. 부담감에 살이 빠질 정도였다는 그는 “2차 시험이 끝난 10월, 면접 스터디를 구성해 실전 연습에 돌입했다”며 “일찍 시작한 만큼 불안감을 이기는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수석 합격자가 전하는 과목별 전략


▷응용역학 : “꾸준한 기본서 정독과 문제풀이가 정답이다. 스터디를 보통 주 4~5회 정도 수험서, 기출, 기술사 문제, 스터디원이 직접 출제한 문제 등 다양하게 풀어본 것이 정답률을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구조역학도 마찬가지다.”


▷토질역학 : “제일 무난하게 공부한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간 편차도 적고 공부 부담도 가장 적은 과목이다. 하지만 계산문제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3~4권의 교재에 나오는 중요 계산문제를 모두 풀어보면서 준비했다.”


▷측량학 : “해마다 바뀌는 트렌드 때문에 준비하기 가장 어려웠던 과목이다. 각 분야별 기본서는 물론이고 측량협회 자료, 최근 발간 서적, 논문 등도 적절히 참고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수험 시간의 60% 이상을 측량학에 투자했다.”

 

공부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여가로 풀어


아침잠이 많아서 아침 시간에 공부하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 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터디 시간을 9시 30분부터 점심때까지로 정하고 스터디를 진행했다. 밤에는 11시까지, 독서실과 집이 가까울 때는 1시까지 공부했다. 대신 주말에는 토요일 6시 이후부터 일요일까지 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주중에도 정 힘든 날은 한 두 시간 일찍 집에 들어가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는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 술도 마시고 약속이 없을 때는 수영이나 축구 등 운동을 통해 공부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다스렸다”며 “수험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소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 없는 수험생활 유지에 신경 써 온 그답게 수험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건강’을 꼽았다. 이 씨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운동하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수험기간 중의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시험 당일에 컨디션을 조절 하는 것도 모두 합격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꿈을 잃지 말라”


이 씨는 수험생들에게 “꿈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공부를 하다보면 억울한 일도 생기고 감당하기 벅찬 시련도 있을 것이다”며 “하지만 그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좌절하기 보다는 시련을 통해 꿈을 더 확고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라”고 말했다.


또 “더 큰 결실로 보답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씨 역시 수험기간 동안 사람들의 “넌 반드시 될 거야”라는 말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건설기술 선진화 기여할 것


이 씨가 꿈꾸는 공직자 모델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다. 그는 “관료로서의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학문 연구에도 꾸준했던 모습이 기술직 공무원으로서 본받아야 할 모범된 모습”이라며 “공직에 있는 동안 건설기술 선진화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공직에서 퇴직한 후에도 후배들에게 조언자로 남아 오래도록 일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부모님, 장모님, 장인어른, 그리고 기도해 주신 많은 분들의 염원이 아니었다면 합격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도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공부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아내와 많은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해 미안했는데 이제 여행도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겠다”며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아내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했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