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수석 합격기 - “무조건 붙는다는 동기부여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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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 수석 합격기 - “무조건 붙는다는 동기부여가 중요”
  • 법률저널
  • 승인 2009.12.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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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영 행시(재경) 수석 합격·서울대 경영학과 졸

 

Ⅰ. 들어가며

 

돌이켜보면, 1년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올 때의 불안하면서도 후련한 기분이 떠오릅니다. 회사를 다니며 내가 이 일을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이 일을 해서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계속해서 회의가 들었고, 오랜 고민 끝에 찾아낸 답은 행정고시였습니다. 회사를 그만둘 때 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던 동기와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붙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의 결심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오늘 진도를 내일로 미루게 되고, 보고 싶은 친구들을 불러 같이 놀게 되고, 피곤하면 낮까지 자게 되고 하면서 정신이 해이해지고 고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한 감을 잃게 되더군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대부분 현재 이러한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수험생들일 것입니다. 제가 했던 공부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드렸으면 좋겠습니다.

 

Ⅱ. 수험생활

 

1. 초시 (2006년 3월~2007년 6월)
신림동에 들어와서 방을 구하고, 일단 학원 예비순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행시과목 수업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학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니 재미있기도 했지만, 특히 행정법은 그 생소함과 방대한 분량에 치여 처음부터 헤매였던 것 같습니다. 계속 학원 순환을 따라가며 공부를 했고, 최고답안을 보며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경제학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3순환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답안스터디를 하게 되었는데, 스터디원 넷이서 너무 친해져서 공부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도 자꾸 공부를 안하고 놀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초시에서는 컷과 평균 6점 차이라는 엄청난 점수차로 떨어졌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버렸던 시간이 너무 아깝고 후회스럽습니다.

 

“고시는 3개월 싸움”

 

2. 재시 (2007년 8월~2008년 6월)
2차 시험을 망친 것을 알았기 때문에, 2차가 끝나고 나서 한 달 정도만 집에서 쉬고 다시 신림동으로 들어와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 때는 학원 2순환은 다니지 않고 답안스터디만 구해서 했었는데,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잘하시는 분들의 답안을 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초시를 볼 때 잘 이해를 못하는 상태에서 무조건 외워서 시험장에 들어갔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교과서를 천천히 읽고 문제를 풀어보면서, 실력이 갑자기 확 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운이 좋게도 입법고시 1차를 붙게 되었고, 입시는 3월에 2차를 보기 때문에 입시스터디를 구해서 빨리 2차 과목을 돌려보게 되었습니다. 이 때 일정이 경제학 3순환과 겹치게 되어있는데, 그래서 양자를 병행하느라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습니다. 입시 2차는 5월에 발표가 났었는데, 평균 0.5점차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낙방원인은 역시 처음부터 힘들어했던 행정법이었습니다. 경제학이 80점대가 나왔는데도 행정법은 40점대가 나와서 평균점수를 깎아먹었더군요.


그렇지만 이 정도면 조금만 더하면 행정고시는 붙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고, 3순환을 들을 때 최고답안도 몇 번 쓰면서, 자신감을 넘어선 해이함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시 때 낙방의 원인은 절대적인 공부량 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막판에는 분명히 여태까지 정리해 놓은 자료를 많이 외워야 하는 것인데, 절대적으로 공부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암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학원모의고사와는 달리 전 범위에서 문제가 출제되는 실제 시험에 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고시는 3개월 싸움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막판 3개월에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공부를 해야 붙는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3. 삼시 (2008년 10월~2009년 6월)
2차를 떨어진 충격을 추스르고 다시 신림동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때부터는 항상 하루의 총 공부시간을 스톱워치로 재서 다이어리에 기록해 놓고, 제가 기준으로 삼는 시간이 나오지 않을 때는 반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읽지 않았던 교과서를 사서 차근차근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던 행정법과 행정학의 경우 공부 방법을 많이 바꿨습니다. 3순환 때는 듣고 싶은 과목만 골라서 학원을 다니고, 답안스터디도 하면서 하루에 총 100점씩 답안 연습을 하였고, 4순환 때는 그렇게 총 200점씩 답안을 썼으나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중간부터는 스터디를 그만두고 학원모의고사 100점짜리만 썼습니다.


그리고 막판에는 암기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Ⅲ. 공부 방법

 

이제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실 공부 방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무조건 자신감을 가져야”


1. PSAT
PSAT의 경우 죄송스럽게도 드릴 말씀이 많진 않습니다. 저는 보통 1월부터 학원모의고사 문제를 하루에 1과목씩 풀었기 때문에 절대적 공부량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PSAT과 같은 시험은 ‘감’이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감이라는 것을 학원모의고사가 오히려 저해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언어논리나 상황판단의 경우 답이 되는 것과 답이 아닌 것의 차이가 굉장히 미묘한 것인데, 그 미묘한 옳고 그름의 기준이 학원모의고사와 실전 기출문제가 약간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일부러 기출문제 분석을 미리부터 하지 않고, 시험보기 1주일 전부터 모든 기출문제를 하루에 한 세트씩, 옛날 문제부터 풀었습니다. 옛날 문제의 경우 난이도가 너무 쉽긴 하지만, 그 ‘감’이라는 것을 잡아주는 효용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렇게 1주일이 지나면, 시험 당일이 되어서는 사고방식이 기출문제에 맞추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PSAT는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에 무조건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잘 볼 것이라는 생각을, 사실은 불안하더라도 억지로 세뇌시키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2차 과목
제 2년간의 2차 점수를 공개해드리겠습니다.

 

                  2008년    2009년
경제학           74.66         67.66
행정법           51.33         67.66
행정학           52.33         64.66
재정학           58.00         69.66
국제경제학     29.00         35.00
평균               59.xx         67.70
커트라인         61.xx         60.59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의 작년 불합격의 대표적 원인은 행정법과 행정학의 저득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원래 점수를 잘 안주는 과목임을 감안할 때 이 두 과목이 오히려 수석합격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올해 이 두 과목의 공부 방법을 크게 바꾼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 과목별로 차례대로 공부 방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1) 경제학 

1) 학원 강의
학원 강의를 거의 다 듣긴 했습니다. 김진욱, 황종휴 선생의 강의를 해마다 번갈아가며 들었었는데, 결과적으로 두 분께서 강의 스타일이 많이 다르시기 때문에 둘 다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김진욱 선생의 수업에서 최고답안을 몇 번 쓰긴 했었는데, 부끄럽긴 합니다만, 혹시라도 궁금하시다면 3순환에서 일반균형 나오는 문제와 게임이론 나오는 문제가 제 답안입니다.

 2) 교과서 및 서브
미시의 경우 이준구, 이영환 교수의 교과서를 봤습니다. 역시 둘 다 다른 면에서 도움이 되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미시는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따라서 교과서 연습문제, 학원에서 주는 문제를 계속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거시의 경우 정운찬, 김경수-박대근, 이우헌 교수의 책을 보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김경수-박대근 교수의 책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시는 논리가 중요한 파트인데, 그 책이 논리 부분에서 굉장히 명쾌했습니다.
서브는 김진욱 선생의 ZIP을 중심으로 교과서나 다른 자료를 써넣는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3) 답안 작성
답안을 쓸 때 제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예를 들어 “재정정책을 하여 IS곡선이 우측이동한다”라고 쓰지 말고 IS곡선이 구체적으로 왜 우측으로 이동하는지를 쓰는 것입니다. 그냥 전자같이 쓰시면 깊이 없이 외운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소결이나 결론을 잘 쓰는 것입니다. 교수님이 어떤 문제를 냈다면, 그 문제를 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정책적 시사점이나 ‘자신이 생각하기에 왜 이런 답이 도출되었는지’를 결론에 써주시면 좋은 인상을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판례와 논거를 풍부하게 쓴 것이 고득점”

 

(2) 행정법

 1) 학원 강의
저는 한 강사만을 따라가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여러 강사의 강의를 다 들었습니다. 성봉근, 김정일, 정진, 김기홍 선생의 강의를 모두 들어보았습니다. 모든 강사들의 장단점이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올해 막판에 김기홍 선생이 판례의 외울 어구를 짚어주고, 학설 논거가 풍부하고, 법전을 읽는 부분이 특히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 교과서 및 서브
처음에는 홍정선저를 읽었었는데, 저와 안맞는 것 같아서 박균성저로 바꿨습니다. 그 책은 총 3~4회독 정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브는 처음에는 모 강사의 단문집에 정리를 했었는데, 양이 너무 적은 것 같아서 올해는 서브를 바꿨습니다. 요즘 행시생들은 잘 안보시는 것 같은데, ‘문갑단문집’이라는 책에 판례가 풍부하게 나와 있어서, 그 책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3) 공부 방식
제가 작년에 행정법 저득점을 한 이유는 논점을 하나 잘못 잡았고, 판례를 많이 쓰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실전에서 자꾸 논점을 잘못 잡는 경우가 많아서 굉장히 힘들었었는데, 이 약점은 교과서를 계속해서 읽고, 사례집을 많이 풀어보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사례집의 경우 김연태 사례집과 박정훈 사례집, 그리고 학원모의고사 자료 등 최대한 많이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판례의 경우 영어단어장 같이 만들어서 거의 달달 외웠습니다. 사건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판례의 주요 문구를 토씨하나 안틀리게 외우는 것입니다. 제가 암기했던 방법은, 수첩을 사서 종이에 적당히 세로줄을 그은 후, 왼쪽에는 예를 들면 “사정판결 판례” 또는 “~학설의 논거” 이렇게 쓰고 오른쪽에는 그 내용을 적어놓는 것입니다. 이것을 오른쪽 내용을 손으로 가리고 답을 머리로 생각해본 다음 못 외우는 것에 체크해놓고, 그 다음날은 체크된 것만 또 가리고 말해보고 역시 못 외우는 것에 또 체크하고, 그 다음날은 2번 체크된 것만 보는 식으로 4~5일을 반복한 후, 몇 주 후 다시 또 그렇게 보게 되면 기억력이 오래 가게 됩니다.


어쨌든 이번 시험에서는 판례와 논거를 풍부하게 쓴 것이 고득점의 비결이 된 것 같습니다.

 

(3) 행정학

 1) 학원 강의
저는 올해 학원 강의를 일부러 듣지 않았습니다. 사실 작년에 답안스터디를 할 때도, 스터디원들이 저는 5과목중 행정학을 가장 잘하는 것 같다고 하였으나 실전에서 오히려 저득점을 한 것은 너무 정형화된 답안을 썼기 때문이고, 학원에 다니면 나만의 답안을 쓰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2) 교과서
대신에 학원에 갈 시간에 교과서를 정말 많이 읽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교과서를 말씀드리고 그 특징을 적어드리겠습니다.


- 유민봉, 정정길 교수 책: 이 두 책은 많은 분들이 보시기 때문에 대강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유민봉 교수의 책이 행정학의 체계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테마행정학: 이 책은 막판에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봤습니다. 특히 어떤 토픽에 대한 교수님들의 생각같은 것이 짤막하게 정리되어 있는 부분이 시험을 보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 테마행정학 사례연구: 사실 이 책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행정학 수업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교수들의 사고방식이나, 교수들이 원하는 답안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는데, 이 책은 교수들이 합격자들의 답안에 대하여 강평을 해놓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스터디를 할 때도 이 책의 문제를 풀고, 교수 강평을 보는 식으로 했습니다.


- 행정학의 주요 이론: 이 책은 편하게 읽히지는 않는 책입니다. 내용이 좀 어렵기 때문인데, 따라서 저는 제가 써먹을 수 있을 만한 토픽만 골라서 읽었습니다. 학자들의 깊이 있는 주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깊이 있는 답안을 쓸 수 있습니다.


- 재무행정학: 예산론의 경우 경영학과인 저도 처음에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럴 경우 책방에 가서 모르는 부분만 보고 이해하고 나왔습니다. 예산론은 기본지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히 단순히 외우고 넘기지 마시고, 교과서를 보시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그냥 술술 읽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이 책에 있는 이론이나 학자의 주장, 모형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서브에 그렇게 써먹을 수 있는 주제에다가 포스트잇으로 간단히 교과서의 내용을 적어서 붙였습니다.


서브는 모 강사의 책에 정리를 했는데, 저는 사실 그 책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워낙 써놓은 내용이 많아서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내용을 붙여가다보니, 막판에는 거의 제가 손으로 서브를 쓴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3) 공부 방식
저도 처음에 행정학을 공부했을 때, 학문이 깊이가 없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공부 방법을 바꾸고 나니, 그런 생각을 한 것은 행정학이 깊이 없는 학문이어서가 아니라, 제가 깊이 없는 공부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행정학은 분명히 근간이 되는 이론과 모형이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외우기만 하지 마시고, 기본 실력을 키우시면 행정학 답안을 잘 쓰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사례의 경우, 너무 여러 개의 사례를 외우기보다는 교수들이 아실만한 대표적 사례를 좀더 자세히 공부했습니다.

 

4) 답안 작성
저는 답안 작성시 서론에는 주로 사례를, 결론에는 주로 학자의 주장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결론의 경우 할 말이 마땅치 않아 대강 유려한 어구를 쓰며 “모방적 동형화를 경계해야 한다” 거나 “~~양자를 조화시켜야 한다”고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는 현실적 대책이나 저만의 생각, 또는 학자의 생각을 첨가하여 쓸려고 노력했습니다.

 

(4) 재정학
재정학도 역시 김진욱, 황종휴 선생의 강의를 들었고, 교과서는 이준구 교수의 책을 중심으로 전영섭-나성린, 임봉욱 교수의 책을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어려운 수학적 내용은 깊이 읽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재정학도 외울 부분이 좀 있기 때문에 역시 암기장을 만들어서 실증연구자료 등을 외웠습니다.

 

(5) 국제경제학
국제경제학의 경우 처음 공부할 때 너무 어려워서 좌절하기도 했었는데, 교과서에 있는 지나치게 어려운 수식을 포기하니 공부가 쉬워졌습니다. 김인준, 김신행-김태기 교수, 그리고 크루그만의 책을 봤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김신행-김태기 교수의 책이 이해도 측면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또한 실전에서 답안을 쓸 때 DD-AA 모형 문제에서 DD-AA 그래프 옆에 UIRP와 자산시장을 합친 그래프를 같이 그려서 논리를 전개하여 고득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Ⅳ. 기타 이야기들

 

1. 2차 시험 기간

저는 신림동에서 학원 버스를 타고 통학했습니다. 그리고 잠은 일부러 충분히 잤고, 체력이 딸리는 것이 느껴지면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았습니다.


사실 제가 수석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것은, 2일을 연속으로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첫째날 행정법 시험에서는 어이없게도 페이지를 착각을 해서, 1문 40점짜리 문제를 5장을 써버렸고, 그걸 2문까지 푼 다음에야 알아차렸습니다. 그 후로 당연히 시간도 모자르고 답안지도 모자르다보니 너무 당황을 해서, 3문과 4문은 논리도 꼬이고 글씨도 날라가고 쓰려던 말이 생각도 안나는 상황에서 억지로 다 쓰고 나왔습니다. 둘째날 경제학에서는 또 어이없게도 시계를 잘못 보는 바람에 중간부터 시간이 심히 모자르게 되었고, 그래서 역시 3문을 날림으로 쓰고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사실 정말 울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어떻게든 잘 썼을 것이라고 자신을 세뇌시키며 2차 시험기간을 버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좋게 나온 것은,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목차를 연결시켜 쓰려고 노력을 했고, 어쨌든 교수님이 묻는 것에만 답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혹시 실제 2차 시험장에서 이런 일이 생겨도, 절대 중간에 좌절하지 마시고 끝까지 묵묵히 시험을 보신다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2. 수면장애
저는 고시를 하는 내내 수면장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불면증이 있는 편이라 밤에 잠이 잘 안오고, 늦게 잠들기 때문에 자꾸 늦게 일어나고, 늦게 일어난 날은 심리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일이 계속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어쩔 수 없이 수면제를 자주 먹었는데, 제가 여러 가지를 먹어본 결과 인터넷의 미국비타민쇼핑몰에서 파는 멜라토닌이라는 약이 순하고 다음날 머리도 안아파서, 시험 전날에도 그냥 먹고 잤습니다. 혹시 불면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정보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3. 스트레스
저는 올해 수험기간에는 스트레스를 주말마다 집에 가서 TV나 컴퓨터를 하며 쉬는 것으로만 풀었습니다. 고시생이 아닌 친구들을 만나거나, 게임을 하거나, 술을 먹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방법이 공부에 도움이 되고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잘 판단하셔서,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을 잘 구별해서 기준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4. 공부 시간
제가 인터뷰에서도 썼지만, 사실 절대적 시간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체질에 따라, 적당한 공부시간을 목표로 삼아 놓으시고 이를 꼭 실천하려고 하루하루 노력하시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 10시간을 공부하면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집중도 안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껴서, 하루에 스톱워치 기준으로 8~9시간을 공부하되, 공부하는 시간에는 옆자리 사람이 어떤 소리를 내도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서 했습니다.

 

5. 승부욕
고시생들의 경우 어떤 경쟁의 대상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대상이 사람은 아니고, 문제였습니다. 경제학 3형제의 경우 제가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굉장히 기분이 나빠져서 다음에는 어떻게든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옆자리 사람이든, 문제든 승부의 대상을 찾으시는 것도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Ⅴ. 나가며

고시공부가 힘든 것은 가면 갈수록 자신도 없어지고,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언제나 나는 무조건 붙는다! 고 믿으시고 합격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역시 동기부여가 중요합니다. 내가 왜 행시를 하고 있는지 그 긍정적 이유를 억지로라도 만들어내서 항상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특히 여성들의 경우 감정기복에 조심하시고, 모든 일에 무덤덤해지려고 노력하시면 장기적으로 공부도 잘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수석을 차지할 자격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저에게는 너무 과분한 결과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공부하며 힘드실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정보를 드릴 수 있어 이 글을 쓰면서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부족한 수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모두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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