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66 - 법원의 문제 -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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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66 - 법원의 문제 - 조정
  • 법률저널
  • 승인 2009.05.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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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변호사 공학박사, 법무법인 세광 http://cafe.daum.net/Pass50

 

우리나라 법원이 전세계에서 매우 우수한 쪽에 속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고쳐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다. 지금 신영철 대법관 문제가 사회의 핫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들이 지금도 매일 수천건씩 일어나고 있다. 바로 조정이다. 조정의 폐해다.

 

조정이 도입된 것은 다 아시겠지만, 칼로 무자르듯이 일도양단으로 판결을 하는 것이 적당치 않은 사건에서 법원이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공평타당한 해결을 끌어내고, 또 분쟁의 양 당사자를 감정의 앙금까지도 없앨 수 있도록 화해의 마당으로 끌어내어 손잡고 나가게 하여 사건을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목적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어느 판사에게서 들었듯이(정확한 것은 법원행정처에 확인을 해봐야 하겠지만) 판사 인사 평정에서 조정성공률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판사들이 조정성공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부산경남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조정율이 높은데 30%에 육박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꼭 조정이 필요한 사건에서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건에서도 무리하게 조정을 추진한다. 조정율을 판사 인사 평정에 넣은 것은 정말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조정으로 사건이 끝나면 법원의 재판 부담이 경감되어 경제적이라서 조정률을 인사평정으로 삼은 것인지 대법원에 묻고 싶다.

 

조정이 변호사나 당사자에게 왜 나쁜지 설명해보겠다. 예를 들어 약 3억원 정도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있다고 하자. 재판부는 6500만원을 강제조정안으로 내놓는다. 강제조정안은 조정안 수령 후 2주 내에 이의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긴다. 그 조정안을 받고나면 변호사나 당사자나 고민을 한다. 이의를 하고 판결로 갈 것이냐, 이의 안하고 조정으로 끝낼 것이냐의 고민이다. 판사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원래는 3-4천 정도만 판결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 당사자의 사정이 딱해서 6500으로 조정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한 7-8천 정도 판결을 해야 마땅한 사건인데 조정으로 끝내고 싶고, 또 조정이라 하면 양쪽이 모두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하니까 6500으로 조정안을 내놓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판사에게 그것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변호사나 당사자는 도박을 해야 한다. 매우 고통스런 고민이다.

 

모든 사건이 다 양쪽에 고려할만한 사정이 있다. 그러나 판결을 해도 그런 사정을 모두 감안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손해배상에서도 원고의 책임을 과실상계로 고려하여 1% 단위까지 세세하게 정하여 피고의 책임을 줄여줄 수 있다. 예를들면 교통사고무단횡단으로 사망한 사고에서 원고 책임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조절할 수 있다. 횡단한 시간이 밤이 늦었는지, 사고 지점의 조명이 어두웠는지, 횡단자가 술을 먹었는지, 횡단자가 입고 있던 옷의 색깔이 어두웠는지, 뛰어서 건넜는지... 그렇다면 피고 책임은 경감된다. 반대로 피고가 과속을 했는지, 다른 부주의는 없었는지 등도 고려한다. 판결을 하더라도 얼마든지 조정에서 고려할 요소를 감안하여 판결을 할 수 있고, 그런 내용을 자세히 판결문에 적시할 수 있다.

 

나와 내 의뢰인은 며칠 전 법원이 보낸 조정안을 받아들고 고민 중에 있다. 의뢰인에게는 수천만원 혹은 억대에 이르는 돈이 왔다갔다 하는 중대한 사건이고 나에게도 4년간 재판을 해오면서 1,000페이지 넘게 쌓인 소송기록과 13번의 재판 출석을 위한 지방 출장의 결과가 달려있는 사건이다. 차라리 조정 없이 판결로 바로 갔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청구금액은 3억원, 법원의 조정제시금액은 4,500만원이다.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최악의 경우 전부 패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정에 응하지 않고 판결로 갈 경우 4,500보다 많이 인정될 가능성도 꽤 높다. 판결로 가자니 모 아니면 도가 되는 형국이다. 나고 고민, 의뢰인도 고민 중이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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