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기] 제18회 입법고시 수석합격-강연호
상태바
[합격기] 제18회 입법고시 수석합격-강연호
  • 법률저널
  • 승인 2002.05.15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8회 입법고시 수석합격(23세)·

고려대 경영학과4년

강연호

첫 번째 바위를 언덕에 올리며...

 

Ⅰ. 글을 시작하며


 부족한 내가 운이 좋아 수석합격의 영광까지 안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죄송한 생각도 든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이 많으셨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신문사에서 합격수기를 써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남달리 열심히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이야깃거리가 있겠는가 하고 처음에는 무척 망설였다. 부끄럽지만 그 동안의 수험생활과 공부방법이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Ⅱ. 수험생활

 

1. 수험생활의 시작
 98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고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다른 친구들과 같이 평범한 대학교 1학년 시절을 보냈다. 우연찮은 기회에 동아리를 통해 야학 강사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좋은 직장 얻어서 나중에 돈 많이 버는 고용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품은 평범한 경영대생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제 관료의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클 것 같다는 생각에 공무원 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99년 봄부터 군입대를 미룰 결심을 하고 행정고시와 입법고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 행정고시 가이드라는 책을 통독하고 무작정 거기 적힌대로 수험 교재를 구입해서 고대 중도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는 시행 착오가 많았던 것 같다. 여름에 경영대 고시반인 탁마정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선배들에게 수험교재나 공부방법을 많이 물어보고, 어깨너머로 엿보면서 본격적으로 수험 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2. 2000년 행정고시 1차 합격
 겨울방학에 신림동에 가지 않고 탁마정에서 아침 저녁으로 출석 체크를 하며, 주말마다 신림동 모의고사를 구해서 보고하면서 1차 준비를 했다. 3월에 1차시험을 보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듯 하여 (당시에는 시험문제를 공개하지 않았다.) 떨어지면 군대에 갈 결심을 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5월에 있은 합격자 발표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평균 77점, 합격선 72.5점) 생각해 보면 최종 합격했을 때보다도 처음 1차 합격했을 때 기쁨이 더 컸던 것 같다.


 6월에는 고대 행정고시동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2차 공부를 시작했다. 이 시기에 상식형(행시 43회 최연소 합격)이 전과목의 틀을 잡아주었던 것, 범식형(행시 45회 합격)이 가르쳐준 통계학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수험 기간을 단축시킨 계기가 된 것 같다. 2학기에는 신림동에 가지 않고 학교에 다녔는데 회계학과 통계학 학과 수업을 집중적으로 수강했다.


 겨울이 되면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신림동에 가서 G.S. 강의를 들었다. 다른 합격생들의 공부범위를 파악한 것과 답안 작성 요령을 익힌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때 매일 매일의 시험성적에 신경을 쓰다보니 학원 진도에 매몰되어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나중에 많은 후회가 되었다. 그 해 겨울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려 얼어붙은 신림동 골목에서 자주 넘어지곤 했던 일들이 기억이 난다.

 

3. 2001년 2차 불합격
 5월에 다시 학교로 와서 마지막 정리는 행시동에서 했다. 4, 5월에는 다른 과목은 정리하는 것을 포기하고 전략 과목인 회계학과 통계학만 Sub-note를 만들었다. 시험 둘째날 두 과목을 다 보려면 요약된 것이 있어야 하고, 또 써 보면서 공부할 필요성이 가장 큰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과목은 단권화 위주로 정리했으며 마지막 6월에는 과목당 30장 정도의 암기노트를 만들었는데 시험 직전에 큰 효과를 발휘했던 것 같다.


 고대에서 있은 7월 2차 시험에서 원래 시험에 대해서는 낙천적인 성격이라 아는 문제가 나오면 ‘나만 찍은거다’ 하고,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다른 사람도 모를거야. 그래도 내가 잘 쓰겠지’ 하고 자기 암시를 하며 자신감 있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오만이었던가. 떨어지고 말았다. 10월 어느 오후 합격자 명단을 보면서 내 수험번호가 건너뛰었을때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합격선을 넘고도 행정학 과락으로 떨어진 것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너무나도 억울했고, 기약 없는 고시 생활을 다시 시작할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했다. (통계학 74.33, 경제학 73.33, 회계학 61.33, 행정법 56.00, 재정학 51.33, 행정학 38.66 - 평균 59.33, 합격선 53.33)

 

4. 2002년 입시1차, 행시1차 합격, 입시 최종합격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아직 부족한 면이 많기 때문에 더 실력을 쌓으라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때 떨어진 것이 인생에 있어서 잃은 것 보다 얻은 것이 더 많으리라고 믿는다. 부모님의 격려에 다시 마음을 잡고 행시동에 다시 들어갔다.


 1월 1일에 1차 교재를 새로 구입해서 다시 시작했다. 공부 범위는 넓히지 않고 예전에 했던 기억만 되살리는데 집중했다. 헌법, 영어, 국사 위주로 공부했다. 2월에 있은 입법고시 1차 시험에 운 좋게 꼴찌로 합격했다. 알고 보니 커트라인에 동점자가 많아 구제해 준 경우였다. (77점)


 2월 말에 행시 1차를 치르고 (평균 87, 합격선 74.5), 곧바로 입법고시 2차 준비에 들어갔다. 10일 밖에 시간이 없어 예전에 보던 단권화된 책, sub-note를 1회독할 시간 밖에 없었다. 이 때에도 과목마다 30여장 분량의 암기노트가 있었던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시험장에서 생소한 문제가 정말 많았는데, 어차피 떨어져도 된다는 생각에 당황하지 않고 써내려 갔던 것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통계학 계산문제, 회계학 부의 영업권 문제 등 운이 많이 따라서 수석 합격의 영광까지 누리게 되었다. (평균 66.97, 합격선 62.26)

 

 

Ⅲ. 공부방법과 수험교재

 

1. 1차 수험교재
 1차 시험은 과목별 단권화된 교재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문제는 기출문제만 반복해서 풀어보면 된다고 본다. 여기서의 단권화는 밑줄을 잘 그어서 빨리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로 여러 권의 책을 보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객관식 문제 풀이를 위한 공부만 해야한다. 학원 강의와 관련하여 처음에 과목별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기본 강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시험 직전의 오히려 범위를 넓히는 강의는 기본적인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만들고, 회독수를 늘릴 시간을 빼앗을 뿐이다. 시험장에서의 시간 안분을 위해 2∼3회정도의 전과목 모의고사를 볼 필요도 있다.


헌법 - 김학성 객관식헌법 (다른 책은 일체 보지 않았다.)
국사 - 이영철 한국사총론, 김윤수 기출문제집
영어 - 고시기출문제모음, 대학모의고사 (매일 시간을 정해 모의고사만 보았으며, 단어나 문법책은 따로 보지 않았다.)
경제학 - 이준구교수님 미시, 거시는 김기화교수님 책에서 김준영교수님 책으로, 정병렬 미시, 거시 문제집
재정학 - 이준구교수님 재정학, 정병렬 문제집

 

2. 2차 수험교재
경제학 -
경제학은 sub-note나 마지막 정리가 그렇게 중요한 과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과서의 기본적인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느냐가 점수로 연결되는 것 같다. 미시는 이준구 교수님 책을 기본으로 하고, 각종 연습문제나 모의고사문제를 많이 풀어보았다. 거시는 전반적인 틀이 중요한데, 이점과 관련하여 맨큐 거시경제학을 적극 추천한다. 비슷한 체제로 서술된 김준영 교수님 책도 괜찮다. 


재정학 -  이준구 교수님 책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했다. 부족한 부분은 임봉욱 교수님, 이만우 교수님 책으로 보충했다. 최근 들어 논술형 문제가 아닌 미시경제학 문제식으로 많이 출제되는데, 미시경제학의 연장선상에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행정법 -  재경직이기 때문에 행정법은 최소한의 투입으로 방어하는 과목으로 생각했다. 사례문제는 이병철 변호사 책으로 틀을 잡았으며, 약술문제는 기출문제와 예상문제를 선정해서 개념정의, 목차,  keyword 위주로 암기노트를 만들었다.


회계학 - 재무회계는 과거 이론 문제에서 점차 구체적인 기업회계기준에 다른 회계처리를 묻는 문제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영덕 중급회계, 고급회계 책을 이해하고 sub-note를 만들었다. 관리회계는 기본적인 내용은 오경수 책으로, 최신 내용은 학교수업 교재인 유관희 교수님책, Kaplan 외 4인공저 책으로 보충했다.
통계학 - 흔히 말하는 high risk, high return 과목이다. 고득점도 많지만, 계산문제가 나왔을 때 실수한다면 치명적이다. 계산문제를 많이 풀어보면서 이해위주로 공부했다. sub-note는 5월에 만들었는데, 현대통계학 책을 위주로 부족한 부분은 이종원통계학, 김두섭 회귀분석 등을 참조했다.

 

3. 단권화 vs. Sub-note
 
일장일단이 있다. sub를 만들면 자신의 논리와 체계로 정리할 수 있어 이해에 도움이 되고 시험이 다가올수록 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으며 마지막 회독수를 늘리는 데도 유리하다. 할 수 있으면 전과목 sub-note를 만드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으며,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 마지막까지 불안하여 별 효용이 없다. 나는 두 과목만 sub를 만들고 나머지는 단권화를 했다. 대신 마지막에 빨리 보기 위해 30장 분량의 요약sub를 따로 만들었다

 

4. 답안 작성 연습
 시간이 촉박한 마지막까지 답안 작성을 해봐야 하는지 많이 혼란스러웠다. 흔히 수험가에 도는 말 중에 4할 타자도 한주만 쉬면 1할대로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약간은 과장된 말인 듯 하다. 자기한테 자신 있는 과목이라면 기교와 관계없이 어떻게 써도 답안에 실력이 우러나는 것 같다. 다만 내용에서 자신 없는 과목이라면 마지막까지 답안 연습을 함으로써 실전에서 모르는 부분을 가리고, 실력 이상으로 포장할 수 있는 것 같다.

 

5. 스터디, 학원 강의
 ‘백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고, 백 번 보는 것 보다 한번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고 하면 어울리는 조어인가?  학원 강의는 공부방향을 잡기 위한 의미만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혼자 앉아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부하느냐가 중요하다. 스터디는 한 사람이 정리해서 나눠주는 주입식 스터디는 학원 강의보다 못하며, 중요한 내용을 이야기를 통해 반복함으로써 혼자 하는 공부의 무료함을 달래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6. 시험장에서
 최근 시험문제가 암기한 내용을 쓰는 것보다는 깊이 있는 사고를 요하는 문제가 많아지고 있다. 시험장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을 많이 자야한다고 생각한다. 답안작성과 관련하여 최근 재경직 과목은 사실상 10점짜리 10문제가 출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배점이 구체화되고 있다. 배점에 맞게 답안을 쓰기 위해서 미리 각 페이지 첫 줄에 문제의 목차를 써 놓고 시작했다. 글씨는 잘 쓰는 것이 유리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촉박해 자기 글씨가 나오지 않게 된다. 내용 쓰기에 바쁜 행정법과 같은 과목은 글씨를 신경 쓰지 않았으나, 그림이나 수식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경제학, 통계학 등은 글씨를 잘 쓰는 전략을 택했다.
 
Ⅳ. 글을 마치며
 
며칠 전 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고시생이었는데 이렇게 합격기를 쓰고 있으니 아직도 얼떨떨하다. 지난해 떨어지고 마음 고생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험생 여러분도 단지 시간의 차이일 뿐 모두들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시리라 믿는다. 다시 한번 나 때문에 고생하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힘들었던 수험기간 동안 곁에 있어주었던 사랑하는 P 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언덕에 올려놓은 바위는 곧 굴러 내릴 것이다. 앞으로 또 다른 바위를 짊어지고 시지프의 언덕을 오르게 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