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의 함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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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의 함정(3)
  • 법률저널
  • 승인 2007.11.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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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의 함정 (3)  이진우 변호사

 

인가 기준으로서의 “법조인 배출실적”


교육인적자원부는 10월 30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 심사기준(이하 “기준”)”을 발표했다.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기는 하나, 심사기준에 법조인 배출실적이 1000점 만점에 25점이 반영되는 것으로 하였다.

2.5%에 불과하니 작은 비율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다른 기준들 예컨대  “교육목표의 적절성”이라던가 “사회적 취약계층의 배려”와 같은 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인 척도로 점수가 매겨지므로 (예컨대 매우적합 10점, 적합 8점 등) 대체로 평준화된 점수가 예상되는데 반해, 법조인 배출실적은 100명 이상 15점, 30명 이상 12점 등 매우 구체적인 숫자로 점수가 매겨지므로 현격한 점수차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법조인 배출실적을 반영하는 명분은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될 대학의 학생지도 및 성과에 관한 척도로서 법조인배출 실적을 반영한다.”라고 되어 있다(기준 25쪽). 그런데 바로 다음 페이지(기준 26쪽)을 보면 쩍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여기서 말하는 “최근 5년간 사법시험 평균 합격자수”라 함은 “법학전공여부는 불문”이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졸업생이 사법시험을 합격한 것도 당해 대학의 “학생 지도 성과”라고 본다는 말이다.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맞는 말이긴 하다. 다수의 사법시험 합격자를 배출하는 대학 치고 고시생들을 위해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는 학교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사법시험 제도를 비판하던 논리 중 하나인 “대학의 고시학원화”라는 목소리는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때는 “사법시험 때문에 대학이 고시학원으로 변해 버렸다”고 개탄하더니, 이제 와서 “고시학원으로 만드느라 수고했으니 상으로 로스쿨을 인가하여 주겠다”라는 것이 아닌가?

대학의 “학생지도및 성과에 관한 척도”가 사법시험 합격자수로 대변된다는 이 기괴한 논리는 어쩌면 우리 사회의 솔직한 가치관을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너무 솔직해서 탈이라고나 할까.

 

로스쿨 인가에서 탈락한 법과대학의 운명

저렇게 솔직하게 말해 버렸으니, 이제 로스쿨 인가에서 탈락한 법과대학의 명운은 그야말로 명약관화하다. 일본처럼 예비시험제도라도 도입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결국 학부 법과대학은 법조인을 배출할 수 없는 학교가 될 수 밖에 없다.

다른 말로 바꾸자면 “학생지도 및 성과”가 전무한 학교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런 학교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해도 뭐라 변명하기 어렵다. 이러니 각 대학이 로스쿨 유치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살아 남은 로스쿨의 운용에 관한 전망

안 그래도 로스쿨은 고시학원처럼 운용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는데 이번에 교육부가 아주 허심탄회하게 그 입장을 밝힌 이상 모든 것은 명백해졌다.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배출을 지상명제로 하는 하나의 거대한 고시학원이 될 것이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자에게 전문적인 법률이론 및 실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이념을 살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자가 로스쿨에 들어와야 한다. 다음으로는 전문적인 법률이론에 관한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로스쿨 입학 전형요소로서 학부에서의 성적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입학전형의 문제는 차회에 상술하기로 한다)에서 로스쿨을 지망하는 대학생들은 학부에서 점수가 박한 강의는 의도적으로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얕은 교양만으로 학점만 잘 관리한 수험생이 로스쿨 입학에는 유리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로스쿨에 들어온 자는 또다시 어려운 과목을 외면하고 학점을 잘 주는(그래야 임관 또는 법무법인 입사에 유리하므로), 또는 변호사시험에 도움이 되는 과목에만 몰릴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렇게 되면 로스쿨은 이상은 높으나 현실은 전혀 따라 주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회칠한 무덤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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