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호의 멘토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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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호의 멘토 논술
  • 법률저널
  • 승인 2007.11.0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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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칼럼] 논술에서 요구하는 창의성에 대하여

-법률저널 기고2


논술이란 무엇인가? 논술은 작문(作文)인가? 논술은 글쓰기다. 논술은 무엇인가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다. 다 알 법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갖는 좋은 논술에 대한 오해가 이 논술의 개념을 이해함으로써 풀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그렇게 되길 바라는 희망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논술에서 가장 부담을 갖는 부분이 바로 창의성이다. ‘당신의 생각, 글은 창의적인가?’ 하는 질문 앞에 자신감 넘치게 “예!”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먼저 다음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자.


B고등학교 1학년 1반 학급회의 시간의 일이다. 불우이웃 돕기에 관하여 회의하던 중, 가까운 A복지관을 도와주기로 의견이 모아졌는데, 성금에 관하여 두 가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음 두 가지 의견을 절충하시오


영호 : A복지관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난방기구인데, 각자 2000원씩은 내야 난방기구를 살 수 있다. 그러니 2000원씩 내기로 하자.

종혁 : 2000원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니 1000원씩만 내자.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 ‘1500원씩 내면 되지 않을까?’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에 왠지 좋은 해결책이 아닌 것 같은 불안감이 들 것이다. 왜일까? 많은 수험생이 그 이유를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해결책이 ‘너무 쉬운 답’, 혹은 ‘흔히 생각해 낼 수 있는 식상한, 즉 소위 창의성이 떨어지는 해결책’이기 때문이라고 착각한다.  ‘1500원씩 내자’는 의견이 좋은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은 창의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절충’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절충이란, ‘둘 이상의 서로 다른 견해 따위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의 좋은 점을 골라 뽑아 알맞게 조화시키는 일’을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작업은 두 사람이 그와 같은 각각의 주장을 하는 핵심적 근거, 즉 2000원과 1000원을 내자고 말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영호가 ‘2000원씩은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A복지관이 필요로 하는 난방기구를 사기 위해서’이다. 종혁의 ‘1000원씩만 내자’는 주장의 핵심은 무엇인가? 꽤 많은 수험생들이 종혁의 주장을 영호의 주장(‘난방기구를 사야 한다’)에 반대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나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결과이다. ‘다르다’고 말해야 할 상황에서 ‘틀리다’라고 말하는 경우를 아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사람은 나와 생각이 틀려’라고 말하는 심리 저변에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잘못 되었다’고 받아들이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라도)깔려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종혁의 ‘1000원씩만 내자’는 주장의 근거는 ‘2000원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주장의 핵심을 금액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하지 말고, 그 근거를 생각하여, 두 주장이 양립 불가능한 것인지를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주장은 모순관계가 아니다. 즉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난방기구를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 때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1500원은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나쁜 답안’이다. 즉 해결책이 전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의견을 모두(둘 중의 한 사람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1000원씩만 내자’는 주장은 종혁이가 바라보기에 1500원 역시 500원이라는 부담이 있으며, 영호의 입장에서도 2000원은 내야 살 수 있는 난방기구를 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2000원과 1000원 중 한쪽 편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도 ‘절충’하라는 출제자의 지시를 어긴 것으로 실격이 됨은 물론이다.

그러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우선 각자 1000원씩을 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무난한 접근 방법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 중 수험생들이 많이 제시하는 것 몇몇을 소개하자면, 그 부족분에 대해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다, 선생님의 지원을 받는다, 거리 모금을 한다... 등등이 있다.

이렇게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을 때에야 창의성 운운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가장 참신하다고 느낀 답안은, ‘난방기구 제조업체를 찾아가 사장과의 면담을 신청하여, 사장에게 자신들의 뜻을 전하고, 모금 현황을 말한 다음 도움을 청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생각을 해내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별로 특이하지 못한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이 답안 역시 창의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까? 그렇지 않다.

논술에서 요구하는 창의성이란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논술은 창작 공모전이 아닌 것이다. 논술은 단 한 사람만의, 1등을 뽑는 시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의 유일무이한, 아주 특이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거의 불가능한 과제의 부담을 수험생들은 가질 필요가 없다. 지난 원고에서도 필자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자신의 직․간접 경험, 독서를 통해 축적된 것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위에서 참신한 해결책이라고 예로 든 답안은 조금 더 유연한 사고, 조금 다르게 보기의 결과이며, 이것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가능하며, 타고난 뛰어난 능력보다는 직접 혹은 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고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리하여 보면,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할 기발한 아이디어가 무엇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리라, 문제에 요구하는 것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서 예로 든 경우로 돌아가서 설명하면, 절충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즉 단순히 1000원과 2000원 사이의 평균값인 1500원씩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각도의 생각을 통하여,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핵심적인 주장을 모두 충족할 최선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 찾아보려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로스쿨 정원을 1500명으로 정하여 발표한 일이 지금 생각나는 것은, 단지 1500이라는 숫자의 공통점 때문인가?

자 이제 이 글을 정리할 때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그렇다. 우리나라 한반도이다. 이것이 어색해 보이는 것은 북쪽이 위로 가 있는 지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남쪽이 위로 향한다고 해서 위의 지도가 잘못되었거나, 이상한 지도라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륙의 끝, 극동 아시아에 위치해 있다. 지도를 뒤집어 본다고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봄으로 인해서, 대륙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해양에 가장 선봉에 위치한 유리한 점을 생각해낼 수 있다면, ‘뒤집어 보기’의 의의가 획득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러한 조금 다르게 보기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다만 여기서 유의할 것은 무엇이든 거꾸로 보고, 뒤틀어 보려는 강박관념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을’ ‘왜’ ‘어떤 기준’으로 다르게 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판단력과 분별력을 기르는 것이다.


- 베리타스, 멘토LEET 논술/언어이해 송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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