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어봐야 할 일본의 '로스쿨 실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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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씹어봐야 할 일본의 '로스쿨 실패론'
  • 법률저널
  • 승인 2007.07.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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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은 시작 전부터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설마 하던 상황에서 로스쿨법이 졸속으로 변칙 통과되는 바람에 로스쿨을 유치하겠다며 단식까지 해가며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외쳐댔던 대학들이 이제 와서 '아무 준비가 안되었다' '지침이 없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인가신청 기일이 촉박하다'는 등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허덕이는 우스운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로스쿨 유치가 유력한 대학의 교수들조차 2009년 3월 개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로스쿨법은 이와 같이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변칙으로 통과된 탓에 앞으로 수많은 대립과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예견된 일이지만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놓고 정부와 법조계, 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로스쿨 정원을 두고 한국법학교수회와 시민단체는 3천∼4천명을 주장하는 반면 국회 교육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2천∼2천500명, 대한변협은 1천200명 선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로스쿨의 총 입학 정원을 적정 규모로 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부득이한 경우 대학별 배정 정원을 줄이고 설치 대학 수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런 방침은 전국 97개 법대 중 40개가 사활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로스쿨법 설치나 정원보다 변호사의 적정한 숫자를 얼마로 할지 여부다. 새로 제정될 변호사 시험법이 선발인원을 크게 줄이면 로스쿨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학계의 요구대로 로스쿨의 정원을 3천명으로 하더라도 변호사 선발인원을 천명으로 묶어 둔다면 이른바 '로스쿨 낭인'이 쏟아지고 로스쿨은 필연적으로 실패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합격률이 현저히 떨어져 로스쿨 수료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에는 180여개의 로스쿨이 있으며 각 주별로 변호사 시험을 치른다. 주마다 합격률이 다르지만 가장 최근의 변호사 시험(2월)에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합격률이 36%에 불과해 졸업생들이 합격률 공포에 떨고 있다. 응시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뉴욕주도 44%에 그쳤다.

지난 2004년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은 현재 74개 로스쿨이 운영되고 있다. 전체 로스쿨의 입학정원은 3000명이며 로스쿨을 졸업한 후 신사법시험을 통과해야 변호사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해 수료생을 배출한 58개 로스쿨 가운데 34곳이 10명 미만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특히 지난해 실시된 1회 신사법시험의 합격률이 48%로 로스쿨을 도입할 때 예상했던 합격률 70∼80%에 크게 미달했다. 심지어 교토산업대 등 4개 로스쿨은 단 한명도 합격자가 나오지 않았고 7개 로스쿨은 1명 합격에 그쳐 일부 로스쿨이 '고시학원화' 되는 등 '로스쿨 실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보도다. 정부와 법조계, 학계 등이 협의할 때 이런 것들을 꼭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로스쿨 총 정원과 변호사의 적정 수는 이해관계가 다른 3자가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많은 로스쿨 설치와 양질의 변호사 대량 배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절충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법률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과 시장의 원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이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또한 로스쿨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 무엇을 가르칠 것이냐가 중요하다. 로스쿨이 기존 교육을 답습하고 졸업생만 쏟아낸다면 일본처럼 불행한 답보사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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