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무현 신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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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무현 신화'는 없다
  • 법률저널
  • 승인 2007.07.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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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까지만 해도 난망이었던 로스쿨법이 3일 밤, 상임위 의결도 거치지 못한 채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란 비상수단을 통해 전격 처리됐다. 로스쿨법이 국회에 상정된 지 22개월 만이고, 김영삼 정부 시절 논의하기 시작한 지로부터는 13년 만이다. 새 법에 따라 앞으로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이는 로스쿨을 졸업한 후 자격시험을 치러야 한다. 교육부는 현장 조사 및 심사를 거쳐 내년 10월쯤 로스쿨 설치 대학을 최종인가 한다. 이런 일정대로라면 로스쿨은 2009년 3월 첫 신입생을 받게 된다. 현행 사법시험은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2014년에 완전 폐지될 것이 유력하다. 이로써 새로운 법조인 양성 제도를 둘러싼 지리한 논란이 일단락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 여러 고비를 남겨놓고 있다. 법만 덩그러니 나왔을 뿐,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예상되는 문제와 관련한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우선 가장 뜨거운 쟁점인 로스쿨의 수와 입학생 정원 및 변호사 정원이 확정되지 않았다. 로스쿨법은 총입학정원을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 법조인의 수급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 정원을 1200명 수준으로 정하려는 법조계와 이를 3000명 이상으로 늘려야한다는 학계 및 시민단체 사이의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로스쿨을 하겠다고 나선 대학은 40개나 된다. 로스쿨 한 곳 정원은 150명을 못 넘게 돼 있어 많아야 20개 대학이 로스쿨 설치 인가를 받게 될 것이다. 어느 대학이 선정되더라도 적지 않은 휴유증이 예상된다.

지금의 '수험용 법학'으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우리 사회의 법률 서비스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법학적성을 갖춘 다양한 전공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법률이론과 실무지식을 동시에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 체계를 구축하여 여러 분야의 전문적이고 특화된 법률가를 길러내자는 것이 로스쿨 도입 취지였다. 교육내용도 법률이론뿐만 아니라 토론과 발표, 모의재판은 물론 현직 변호사를 보조해 공판에 참여하는 현장 수업이 중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로스쿨은 '무늬만 로스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법학교육 여건은 어느 대학이건 이런 교육내용을 채울만한 풍부한 교수진을 쉽게 찾기 힘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싼 등록금도 문제로 꼽힌다. 이번에 통과된 로스쿨법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일본의 경우 로스쿨의 학비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국내 로스쿨의 등록금 수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 학기 학비가 1000만 원을 훌쩍 넘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개천에서 용' 나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농촌에서 태어나 상고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해 판사가 된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소위 '노무현 신화'는 더 이상 나올 수 없다. 대학 교육을 받지 못 한 이들이 사법부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 봉쇄된 것 역시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쿨 졸업자만 판·검사로 임용될 수 있는 것은 공무원인 판·검사의 자격에 대해 학력 제한을 둔 셈이어서 또 다른 논란이 일 수 있다.

또한 문제는 로스쿨에서 3년을 배운다고 해서 지금 제도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 코스를 마친 사람보다 나은 실력을 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사시 열풍이 로스쿨 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고 너도나도 로스쿨에 몰릴 경우 대학의 인문학도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고 덩달아 대학교육의 파행 가능성도 있다. 로스쿨 제도는 이제 첫 단추를 꿴 만큼 그 성패는 이런 무수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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