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 대한 언론과 대학의 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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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 대한 언론과 대학의 오바
  • 법률저널
  • 승인 2007.05.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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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을 없애고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내용의 소위 '로스쿨 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6월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면 2009년 3월 개교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물론 이번 국회가 내년 총선 이후 폐회할 때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만 한다면 2010년에라도 개교할 수 있지만 대선과 총선으로 이어지는 정국에서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로스쿨 설립은 아예 무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언론들은 일제히 '로스쿨 또 무산… 대학들 분통' 등의 제목으로 근거가 빈약한 기사와 사설로 비난을 퍼부었다. 로스쿨제도의 도입이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전제 하에 반대쪽 목소리나 객관적 자료와 통계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신념과 주장만 난무했다. 여기에 로스쿨을 준비해온 일부 대학들도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노무현 대통령도 민생사법개혁법안 처리가 무산되었다며 한나라당의 사학법 연계 전략은 인질정치 내지 파업정치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우선 언론과 일부 대학들은 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서둘러 로스쿨 준비에 나선 40개교가 이미 건물 신축 등에 2000억원을 썼고 교수도 372명이나 충원해 뒀지만 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게 주장의 핵심인 듯 하다. 정부안이 통과되면 많아야 고작 12개 대학 정도가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너도나도 로스쿨 하겠다고 섣불리 뛰어들어 놓고서 이제 와서 부담을 지게되니 3000명을 배출하는 로스쿨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건물을 지어놨는데 그것이 허공에 날아갈 판이니 통과시켜야 한다는 생떼같은 이기주의 논리다. 건물을 지어놨으니 통과시키라고 성화 떠는 대학들이 로스쿨 해봐야 갑자기 없던 국제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이 그냥 허투(虛套)로 들리지 않는다.

이 정도의 시설투자는 로스쿨 운운하기 전에 명색이 법대라는 간판을 내걸었다면 정상적인 법대교육을 위해서 진작에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지 뒤늦게 갖춘 것에 오히려 부끄러워할 일이다. 그동안 열악한 교육여건에 공부했던 학생들에게 오히려 낯뜨거움을 느껴야 할 판이다. 또한 언론이나 일부 대학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로스쿨을 두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절대 다수의 학생들은 로스쿨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오히려 소수의 학생을 볼모로 인질극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언론이나 대학이 우선 해야할 일은 지금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형태의 로스쿨제도가 과연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다.

사법개혁법안의 핵심은 국민을 위한 재판, 나아가 국민에 의한 재판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4월 임시국회에서 로스쿨을 제외하고 배심제, 참심제 도입 등 사법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요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민생사법개혁법안 처리가 무산되었다며 '인질정치 내지 파업정치'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오바다. 여기에 가세한 언론도 마찬가지다. 결론부터 말하면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사법개혁법이 아니다. 단지 법률서비스의 공급자인 법조인 배출방법만 바꿀 뿐이다. 사법개혁은 국민에게 사법의 문턱을 낮추어줄 수 있고, 법조계의 잘못된 기득권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현재 추진중인 로스쿨은 이런 것과 무관하다. 로스쿨을 민생사법개혁법안으로 포장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민생'과 '개혁'을 호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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