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行試 난이도 조절 제대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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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行試 난이도 조절 제대로 했나
  • 법률저널
  • 승인 2007.04.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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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법시험과 행정·외무고시 제1차시험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아 변별력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공직적격성평가(PSAT)만으로 치러진 행정·외무고시의 경우 소위 '평락(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수준에서 합격선이 결정되었는데도 약 10배수의 선발인원도 채우지 못한 직렬이나 지역도 속출했다. 심지어 기술직의 해양수산직(일반행정)은 최종선발예정인원이 2명이지만 10배수는커녕 1명만 합격해 선발예정인원도 채우지 못하게 됐다. 이쯤 되면 문제의 난이도 조절이 실패했다는 수험생들의 비판에 중앙인사위원회가 해명할 여지는 없을 법하다.

시험을 치른 직후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수험생들의 반응에 중앙인사위원회는 선뜻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합격자를 통해 수차례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합격자의 평균이나 합격선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중앙인사위원회의 평가였다. 하지만 올해 합격선 폭락은 중앙인사위원회를 낯뜨겁게 만들었다. 점수분포를 보면 아무리 기존의 지식형 과목이 빠지고 종합적인 역량평가를 요하는 PSAT만으로 치렀다하더라도 성적이 형편없다. 응시자 중 '70점 이상'의 비율은 행정직의 경우 10% 남짓하고 기술직은 7%에 불과해 이번 시험의 난이도가 어떠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올해 사법시험도 예외는 아니다. '속기록 시험'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결국 합격선이 수십년 이래 최하를 기록했다. 역시 성적분포를 보면 응시자 가운데 '70점 이상'은 지난해의 경우 40%에 달했지만 올해는 20%로 반토막이 났다. 물론 8지선다형에다 문항별 배점 다양화 등으로 갑작스레 출제형식을 바꾼 탓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난이도 조절에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던 터였지만 과연 시험문제 출제와 선정, 검토 등 단계별 검증이 철저하게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법무부는 기존 합격자 등을 재검토 요원으로 위촉해 문제의 난이도를 수차례 조절했다지만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상대평가로 치러지는 시험에서 난이도 조절은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모르는 소리다. 모든 시험은 그것이 절대평가이든 상대평가이든 출제시 그 분야에 맞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합격할 수 있도록 시험 본래의 목적과 원칙이 있는 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난이도 조절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무조건 변별력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평락만 넘어면 합격하는 시험을 누가 변별력 갖췄다고 말하겠나. 더욱이 1차시험은 단 하루에 치러지는 시험인 만큼 적합한 인재를 확실히 가려 낼만큼의 난이도 조정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변별력은 속도 테스트가 아닌 역량 테스트에 주안점을 둬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문제의 지문이 지나치게 길거나 문항수를 늘려 변별력을 높이는 방법보다는 정치(精緻)하게 문항당 배점을 다양화하는 등 문제의 난이도에 차등을 둬 변별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는 자격증시험같이 몇 점이상 맞으면 합격이 아닌 성적순으로 자르는 시험이기에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난이도 조정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험출제를 위해서 합숙까지 하면서 낸 문제가 주어진 시간 내에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긴 문제와 난이도 높은 문제로 합격선이 폭락하고 변별력마저 해쳤다면 관리감독을 해태(懈怠)한 시험당국의 책임이 사뭇 크다. 시험당국은 이번 시험의 결과를 보고 진정 시험의 목적에 맞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합격할 수 있도록 문제 출제의 원칙이 지켜졌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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