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나라당의 로스쿨대안에 대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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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나라당의 로스쿨대안에 대한 검토
  • 법률저널
  • 승인 2007.03.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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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교수/경찰대

 

1. 서 언
정부의 로스쿨법안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도 별 진전없이 4월 국회로 넘어갔다. 2009년 시행을 위해서는 늦어도 4월까지는 통과되어야 하는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제 법과대학 교육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파행상태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국의 법과대학에서 로스쿨을 대비하여 행한 엄청난 투자를 법과대학교육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관점에서 한나라당의 대안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한나라당의 대안 골자
지난 2월21일 한나라당 로스쿨대책위원회(위원장 김기현 의원)는 사법시험법·변호사법·검찰청법·법원조직법 등 일부개정법률안을 내고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로스쿨제도는 “한국 현실에도 맞지 않고 일본에서 이미 실패로 판명난 제도라면서 장기적으로 사법시험 합격자 정원을 2,000명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 사법시험을 유지하는 쪽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법연수원제를 폐지하고 변호사 자격은 민간 사립기관에서 2년간 실무수습기능을 이수 후 취득하도록 하고, 전문적 법률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별도의 연수기관에서 3년 이상의 교육을 요하는 전문변호사 자격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판·검사 임용은 변호사 경력 3년 이상 근무한 자로 제한하면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법원과 법무부에서 별도의 연수과정을 개설토록 한다는 것이다.

 

3. 대안의 본질적 문제점 : 법과대학교육정상화 외면
한나라당의 대안이 미국식 로스쿨제도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는 입장에 서 있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안의 제안 이유에 대하여 “현행 법조인 양성제도는 법학교육과 사법제도의 연계가 부족하여 대학에서 충실한 법학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에 미흡하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되는 것은 법학교육과 사법제도가 연계가 부족하여 충실한 법학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진단자체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계가 부족하다는 것이 실무강의가 부족하다는 말로 이해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미국의 로스쿨도 실무위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잘못된 진단을 전제로 현재 파행을 겪고 있는 법과대학 교육은 앞으로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법시험을 조금 개선하고 숫자를 장기적으로 2,000명까지 늘려서 뽑아 놓으면 변호사회가 중심이 되어 2년간 실무교육을 시켜서 변호사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법과대학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로스쿨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된 것은 결국은 법과대학 교육을 정상화시켜서 미국의 로스쿨 같이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식 로스쿨은 우리 법체계와 현실에 맞지 않아 한나라당도 대안을 제시하게 됐다면 당연히 법학교육정상화 방안이 있어야 했다.

 

4. 법과대학교육정상화 : 법조전문화의 기반
법과대학교육정상화는 현재 사법시험과목 7개 이외에도 법철학·노동관계법·환경법·지적재산권법·국제거래법·국제금융법·공정거래법·세법 등 각 분야의 법들이 각 대학의 특성에 맞게 선택과목으로 학부에서 제대로 강의가 되고 대학원에서 그 내용을 보다 심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법조전문화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잘못된 사법시험제도 때문에 법과대학에서 사법시험과목 이외에는 강의가 되지 않고, 사법시험과목도 지나친 경쟁과 출제형식 때문에 제대로 된 강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법학교육정상화를 위해서는 사법시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과제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5. 사법시험제도의 근본적 개혁 방향 :‘학부 로스쿨화’
현행 사법시험제도의 근본적 개혁은 시험응시자격을 법과대학 졸업예정자 이상으로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와 같이 법과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법조인자격시험을 치르는 경우는 없다. 그러니 법학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고 대학의 다른 모든 학과에서도 사법시험 공부를 하여 대학교육전체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법과대학 강의도 사법시험 출제경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교수의 전문분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고 그렇다고 완벽한 학원 강사처럼 강의할 수도 없어 신림동 고시학원이 판을 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한나라당 안과 같이 법과대학교육정상화를 포기하고 변호사회 중심의 연수체제로 갈 것이 아니라,사법시험법을 개정하여 일정 규모 이상(현행 법정비율 25:1에 의하여 예컨대 한 학년 학생 100명, 교수 16명)의 법과대학에서 일정학점(예컨대 C) 이상 취득한 졸업자에게만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줌으로써 법과대학 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우선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말하자면 ‘학부 로스쿨화’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판사·검사·로펌 등 각 직역에서 임용시 사법시험 성적 이외에 법과대학 성적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선진외국의 경우에는 법과대학 성적이 거의 결정적임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신림동 고시촌도 없어지면서 이제까지 50여년 축적된 법학교육전통을 살려서 획기적인 법학전문화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전문변호사 양성에 진정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번 한나라당 대안에는 사법시험 2차시험에 법조실무능력의 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논술형과 사례해결형 문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그 정도는 당연한 것이고 사법시험은 현재의 1, 2차를 합한 한번의 시험으로써 헌법, 행정법,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법학기본과목)으로 하면서, 법률시장개방시대에 국제변호사 양성을 위하여 일부과목은 토플 상급 수준 이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과대학교육이 정상화되면 주관식 평가는 그 학교과정에서 검증될 것이기 때문에 사법시험을 미국 변호사(BAR)자격시험같이 객관식 중심으로 해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미국에서와 같이 문제출제전문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여 대학교수가 몇 달을 걸려서 채점하는 식의 비합리적 비효율적인 방법은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일부과목을 토플로 대체가능토록 한 것은 국제화시대에 영어교육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6. 법과대학교육정상화 방안
일정 규모 이상의 법과대학 졸업예정자, 일정 학점 이상 자에게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제도 하에서는 법과대학교육정상화 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과대학을 현행 학부제 130학점의 틀에서 독립시켜 과거와 같이 160학점으로 해야 하는데 의과대학 6년제를 보면 최소한의 요구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교양과목을 30학점 이상 40학점 이하, 법학기본과목 90학점 이하, 법학 기초 및 세부전공 과목을 30학점 이상 40학점 이하로 해야 한다.


전국의 법과대학의 성적관리는 균일한 기준에 의한 엄격한 상대평가를 해야 하며 주관식 논술시험이나 레포트(사법시험이 객관식 중심으로 되면 객관식 시험 배제)에 의하여 실시한다. 예컨대 A 20%, B 40%, C 20%, D 20% 정도로 하면 학생들의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대학교육이 정상화 될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된다는 것을 전제로 평균 C 학점 이상의 졸업자에게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주어야 한다. 평균 D 학점 이하를 배제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아무리 우수한 대학이라도 80% 이상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경우는 없고, 각 대학 수준의 편차는 감내함으로써 지나친 일류대학 선호경향도 방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과대학의 교육여건을 개선(예컨대 교수 1: 학생 25 비율<현재 법정요건>, 학생수 한 학년 100명 이상)해야 한다. 당연히 법정요건을 지킨 법과대학 졸업자에 한하여 사법시험에 응시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많은 수의 교수충원이 예상되고(현재 각 대학에서 로스쿨을 예상하고 충원하는 숫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그것으로 세부 전공과목의 강의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의미의 법학교육전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의 로스쿨도 많은 수의 전문분야교수가 있을 뿐이지 그곳을 졸업하는 학생이 특정분야 전문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7. 사법연수원제의 폐지 등에 대한 검토
현재 사법연수원은 변호사·검사·판사 기능을 두루 아우르는 교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나, 변호사 자격취득으로는 조금 과도한 측면도 있다. 따라서 변호사 자격취득은 사법시험 합격 후 1년 정도 연수로서 가능하도록 하고, 수업료를 유료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변호사가 되려는 자를 국가에서 비용을 대준다는 것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판사·검사가 되려는 자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이 경우 비용은 임용자인 국가·로펌 등이 대주는 것은 관계없다), 그 후 각 직역에서 1년 정도 시보를 거쳐 임용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대안 중 사법연수원제 폐지는 바람직하지만, 변호사되기 위한 연수 2년은 1년 정도로도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또한 대안 중 변호사 경력 3년 이상인 자를 판사·검사로 임용하고, 3년의 특별연수로 전문변호사 자격을 인정하는 제도는 바람직하다.


참고로 영국은 법학부가 다른 학부와 같이 3년이고 이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자만이 1년간의 유료 실무로스쿨과정 10여 과목을 합격한 후 로펌, 검찰 등 각 직역에서 2년간 연수를 함으로써 법조인자격을 취득하는 체제이다. 그리고 런던의 8대 로펌(일명 Magic Circle) 등 각 직역에서 학부 2년차까지의 성적을 보고 선발하여 로스쿨 비용을 대주고 졸업 후 채용한다. 독일, 프랑스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로펌 등 각 직역에서 구체적으로 전문화 되어가는 것이다.

 

8. 결어
정부 로스쿨법안이 우리 법체계와 현실에 맞지 않은 상황에서 로스쿨제도를 부정하는 한나라당의 대안은 그런대로 의미를 갖는다고 보여지지만, 법과대학교육정상화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대책위원 7인 중 6인이 변호사 출신이어서 대안이 지나치게 변호사 중심적이고 법과대학 측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지금 열린우리당은 분열되어 로스쿨법안이 추진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전혀 상이한 방향의 대안 제시는 결국 로스쿨은 물 건너간 것 아닌가 생각되지만, 가장 시급한 과제가 지금까지 로스쿨에 대비해서 전국의 법과대학이 행한 엄청난 투자를 어떻게 유의미하게 만들 수 있겠느냐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시바삐 상술한 대로 사법시험법 등을 개정하여 법과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길 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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