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테러' 동정적 여론 곱씹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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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테러' 동정적 여론 곱씹어봐야
  • 이상연
  • 승인 2007.01.19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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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사법연수원의 밀도 높은 교육과정, 그리고 우수한 동료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법조인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을 모두 마치고 정든 사법연수원을 떠나 이제 법조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된 수료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그러나 이제 막 법조인의 길에 들어선 수료생에게는 기쁨은 잠시 뿐 보다 막중한 책무가 기다리고 있다. 법조인의 길은 안정된 직장과 남다른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법조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나 기대도 수료생의 생각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법조계를 외면하고 법조인을 불신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언론에 심심찮게 비리에 연루된 법조인들이 오르내리고 물질적인 풍요와 온갖 이익만을 발 빠르게 좇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급기야 전직 대학교수가 자신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한 부장판사의 집을 찾아가 퇴근길 판사에게 석궁을 쏴 상처를 입힌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졌다. 민사나 형사사건의 재판에서 사건 관련 당사자들이 판결에 불만을 갖고 법정 내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행패를 부리는 일이 그동안 적지 않았지만 해당 판사를 법정 밖에서 직접 공격을 가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기도 하다. 판사 개개인이 우리나라 사법부를 대표하고, 사법부가 법치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에서 법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일이다. 사법의 기능이 마비돼 법치주의가 무너지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공포사회가 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억울함이 아무리 크다 해도 석궁테러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떠도는 사법 불신이 이 사건의 근저에 있는 건 아닌지 이제 법조인계에 몸담게 될 수료생 여러분에게도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석궁테러라는 크나큰 잘못에도 동정적 여론이 일부 이는 까닭을 곰곰이 성찰하기 바란다.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법정 바깥에서 정설로 통하고, 전관예우가 횡행하는 법조계 내부 풍토에서는 사법부를 존중하고 신뢰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법의 권위는 국민의 일방적 사법 존중만으론 바로 설 수 없다. 사법부 구성원 역시 국민의 존중에 걸맞은 처신으로 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조인은 사회 정의를 추구하고 법과 원칙을 수호하여야 할 책무를 부여받은 존재라는 것을 수료생들은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한다. 고도의 청렴성과 투철한 윤리의식으로 자기 자신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진실에 바탕을 둔 성의 있는 자세와 양심에 한 점 부끄럼 없는 엄격한 처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사소한 흐트러짐이 법조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금 연수원을 떠나는 이 순간 품고 있는 꿈과 이상을 잊지 말고 항상 마음에 간직하길 바란다. 이제 여러 직역으로 나가게 되지만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장한다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또한 자칫 법조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서 법조인의 시각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특히 공직자가 될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권한이 결국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늘 가슴에 새겨야 한다. 수료식 날 법조의 선배와 국민 앞에 '사물의 본성과 사회의 발전에 대한 바른 인식이 법의 진정한 형상을 이루는 요체임을 명심하여 부단한 정진으로 식견을 넓히고 지성을 함양하겠다'는 결의가 결코 변치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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