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문제 있다”-주호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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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문제 있다”-주호영 의원
  • 법률저널
  • 승인 2006.12.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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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기획 인터뷰 - 주호영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부가 마련한 로스쿨 법안이 지금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로스쿨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 등로스쿨 지지자들을 앞세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로스쿨 지지자들은 로스쿨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한나라당과 변호사 숫자 증가를 바라지 않는 법조인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챙기기로 덮어씌우고 있다.


또한 이들은 로스쿨 법안 통과가 지연됨으로써 이미 막대한 돈을 투자한 대학들과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학생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편에선 로스쿨 법안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대로 도입될 경우 사법개혁이 아니라 사법개악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 반대의 목소리의 선두에 서 있는 게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이다. 법사위에서 교육위로 소속을 옮겨 로스쿨 법안의 문제점을 파헤치며 로스쿨 도입으로 얻으려는 효과는 정작 로스쿨로는 이룰 수 없음을 꾸준하게 외치고 있는 주호영 의원에게 로스쿨에 반대하는 이유를 들어본다.

 

-다음은 주호영 의원과의 일문일답.

 

1. 로스쿨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법안이 의도하는 목표가 좋다고 하여 기대하는 목표가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결코 없다.


로스쿨 제도 도입은 우리 사회에 숱한 혼란과 대가를 요구하고, 법조인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로스쿨 도입론자들이 기대하는 효과는 거두기 힘들 것이다.


로스쿨 법안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 ① 많은 변호사의 배출로 변호사 문턱이 낮아져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② 대학의 법학교육이 정상화돼 실력이 있는 법조인을 양산할 수 있으며 ③국제 경쟁력이 있는 변호사들을 배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외국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환상일 뿐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적정한 변호사수가 몇 명인지는 별도로 진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달리 변호사의 업무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을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 다른 직역에게 많이 내어주고 있다. 변호사 숫자나 로스쿨 정원이 로스쿨 도입 과정이나 로스쿨 운영 과정에서 로스쿨 인가를 위해 사활을 건 대학들의 로비에 의해 무한정 늘어나도록 방임해 놓아서는 안 된다.


또 완전경쟁시장이 아닌 전문노동시장인 변호사 시장에는 ‘(변호사) 공급증가에 비례해 (수임료)가격이 낮아진다’는 가설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부분적으로 수임료가 낮아질 수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당초 기대와 달리 국민들은 그만큼 늘어난 변호사들을 모두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 될 확률이 높다.


로스쿨을 도입할 경우 파행적인 현행 법학교육이나 대학교육과정이 정상화될 것이란 주장도 근거가 없다. 로스쿨이 학부성적을 입학의 중요한 사정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일부 개선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법조인이 되려는 사회적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한 로스쿨 지망자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전공과는 별도로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기 위한 공부를 따로 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 교육과정의 정상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로스쿨 학비가 연간 3천만원 이상이기에 가난한 사람은 변호사나 판·검사가 될 수 없고, 부유한 사람들만이 세습적으로 법조인이 될 가능성이 현저하다. 또 현 계획대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경우 ‘고시낭인’ 대신 ‘로스쿨 지원 낭인’과 ‘로스쿨 졸업 낭인’이 생길 것이다.


변호사의 실력이 나아질 것인가에 있어서도 회의적이다. 로스쿨에서는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법학을 배운다. 현행 법대 4년, 사법연수원 2년에 비해 절반의 기간밖에 법학을 공부하지 못한 실력 없는 변호사들이 양산될 공산이 크다.

 
국제거래 등 특정분야의 전문성은 변호사가 된 후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의 실무 경험을 통해서 확보되는 것이지 로스쿨을 졸업한다고 해서 저절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영국은 법대 3년을 졸업한 뒤 1년의 수습을 거쳐야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1년 동안 로펌에서 실무를 익혀야만 독자적으로 개업할 수 있다.


세계의 200여개 국가 중에서 로스쿨 제도가 있는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이제 갓 도입한 일본 등 3개 나라뿐이다. 영국도 로스쿨제도를 채택하지 않았고, 독일은 로스쿨 도입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14년간 시범 실시했으나 좋지 않은 제도로 결론을 내리고 폐기했다. 


현 정부의 로스쿨 안은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어설프게 만들어져, 사법개혁이란 미명과 환상 아래 오히려 사법개악과 극심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명백하다.

 

2. 로스쿨 법안 통과 이전에 이미 각 대학들이 시설 투자 등을 했는데 로스쿨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전국의 100여개 법대 중에서 40여개 대학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을 건물 신축 등에 투자했고, 실무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판, 검사들을 교수로 초빙해 놓아 이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수 부담만도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현 정부의 무계획성과 무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사개추위가 예정하는 로스쿨은 전국에 8개 정도다. 그렇다면 정부는 각 대학이 앞 다투어 투자하는 것을 만류하거나 제지했어야 했다. 로스쿨 도입이 확정되고 설치 · 인가 대학이 정해진 뒤에 건물을 지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마치 많은 비용을 투자해 좋은 시설을 갖추면 로스쿨을 우선 인가해 줄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 때문에 거액을 투자한 대학은 이만큼 투자해 놓았으니 로스쿨을 인가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떼를 쓰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모든 책임은 세밀한 계획 없이 추진한 사개추위와 현 정부가 전적으로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사실 정부는 이러한 실책을 덮고 넘어가기 위해서라도 로스쿨 도입을 밀어붙이고, 대학을 앞세워 여론몰이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로스쿨 도입이 과연 사법개혁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할 분위기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3. 로스쿨에 대한 한나라당의 당론은 모아졌나?


당론이 모아진 것은 아니다. 로스쿨 제도에 대해 찬성하시는 분도 있고, 나처럼 반대하시는 사람도 있다.


일부에서는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로스쿨 법안 통과를 합의해놓고 이제 와서 사학법개정과 연계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합의를 한 적은 없다.


이 정권은 로스쿨 도입이 마치 사법개혁 그 자체인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하고, 자신들이 개혁세력인 것처럼 여기게 하는 정치적 목적만 달성하려 하고 있다. 로스쿨이 진정한 사법개혁이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인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다행히 로스쿨 인가를 위한 대학들의 죽기살기식의 경쟁과 로비, 무능한 변호사의 양산, 국가적 차원의 고급인력 배분 실패 등 로스쿨 도입에 따르는 폐단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의원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4. 변호사 출신이라 이 문제에 대해 객관성을 가질 수 있나?


내 스스로 그러한 점을 늘 우려하고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 출신이 밥그릇을 위해 로스쿨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의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은 악의적이다. 로스쿨을 한다고 해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변호사들이 얼마나 타격을 받겠는가. 더구나 나는 국회의원이 되면서 휴업계만 내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변호사를 그만 둔 것과 마찬가지다.   


현 정부와 여당은 로스쿨 도입이 사법개혁의 완성인 것처럼 떠들고 있고, 몇몇 시민단체들은 로스쿨 반대를 ‘밥통 지키기’로 몰고 있다. 그 바람에 로스쿨 도입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반대가 다수의 국민에게는 마치 ‘반개혁’으로 비치고 있다. 나 자신이 로스쿨 도입을 반대해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손해보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이를 걱정해주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손해를 보더라도 로스쿨 제도 도입은 잘못이며,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오랫동안 끼칠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기에 용기와 소신을 가지고 반대하는 것이다.

 

5. 로스쿨이 아니면 어떤 대안이 있으며, 법조인 선발제도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문제가 적지 않지만 현행 법학교육제도도 60년 이상의 경험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행 법학교육제도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과감하게 고쳐 나가면 된다.


첫째, 법대교육의 파행화는 절간이나 고시원에 앉아서 혼자 공부하거나 학원 수업에 의존한 사람보다 대학 강의실에서 법학 수업을 충실히 들은 사람이 높은 득점을 할 수 있도록 사법시험 출제방향을 바꿔야 한다. 동시에 법대 교수들은 학원 강의나 독학보다 수업을 듣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여기도록 충실하고 알차게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비법대교육의 정상화는 로스쿨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로스쿨이 도입되면 비로스쿨 출신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법대출신은 사법시험을 응시할 수 없도록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법조인 선발을 위한 사법시험 응시 자격을 순수 법대 출신에게만 줄지, 아니면 최소한 법학을 부전공으로 한 사람에게 부여할지 등의 기준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다.


또 매년 1,000명 이상의 합격자들이 배출되고 있는 현행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 판사, 검사 중의 일정 비율을 기존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임용하는 등 판·검사 임용방안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6. 로스쿨 법안 통과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수험생에게 한 말씀.


정부가 2008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다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2009년으로 늦췄다. 이러한 과정에서 진로를 정해야 하는 수험생에게 장기간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도입가부를 빨리 결론내리지 못한 데 대해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나 제출되면 통과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게 법안이다. 정부가 제출했으니 무조건 통과돼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비민주적 사고이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무조건 옳다는 전제는 틀렸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로스쿨 도입여부와 관계없이 현 제도를 기준으로 열심히 공부에 임하고, 모두 좋은 결과를 보기를 바란다.  

 

7. 최근 한겨레 신문에서 진행되는 로스쿨지지 인사들의 편지가 릴레이 형식으로 보도되고 있다. 앞으로 로스쿨 법안 반대 활동에 대한 계획은 무엇인가?


제게 온 편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편지와 로스쿨 도입론자들의 주장이 환상과 허구임을 밝히는 글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든 로스쿨 도입론자들과 토론할 자세가 되어 있다.


로스쿨 법안은 현재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국회가 빨리 심의해서 가타부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법안심사소위에서 현재의 안을 조금 손을 봐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이 법안이 학제에 관한 것이어서 교육위에서 다루지만 이는 법조인 양성과정을 근본적으로 변경시키는 법안이다. 로스쿨에 관한 한 교육위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교육위원회와 법사위원회가 함께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법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로스쿨 도입이 가져올 엄청난 혼란을 생각하면 충분히 논의하는 것은 절대로 필요하다. 실패한 개혁은 시도하지 않는 개혁보다 훨씬 나쁘다. 그것은 숱한 혼란과 불신과 개악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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