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사태, 전 후보자가 결자해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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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소장 사태, 전 후보자가 결자해지해야
  • 법률저널
  • 승인 2006.11.1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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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5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날선 대치를 계속한 끝에 결국 4번째 처리 시도도 무산됐다. 열린우리당은 그간 3차례나 무위에 그친 인준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전날 저녁부터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 임명은 위헌"이라며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아 본회의는 개의 조차 못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여전히 '여야의 정치력 발휘'를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여야 각당 역시 인준안 처리강행이 불러올 비판을 뒤집어쓰지는 않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소장의 임명동의를 위한 절차는 우리 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청와대는 전효숙 헌재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에 내정하면서 대통령이 지명하는 6년짜리 헌재소장으로 만들기 위해 전 재판관을 현직에서 퇴직시켰다. 이 때문에 민간인이 된 전효숙 재판관의 법적 자격 여부가 논란거리가 됐다. 이번 절차는 출발부터 실정헌법의 규정에 대한 고려가 없었고,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실정법이 수시로 무시되는 그런 모습만 국민에게 비쳤다. 더구나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하자(瑕疵)있는 절차를 그대로 진행시킴으로써 무능과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 절차 논란이 해결되었기 때문에 국회가 국회법에 따라 임명 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법적 차원에서 하자 여부만을 따져 쉽게 넘어갈 간단한 사안은 아니다.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헌법 규정에 위반된 사실까지 치유될 수 없고, 그 적법성은 확보될 수 있겠지만 헌법적 정당성은 치유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입법, 사법, 행정권력 외의 제4권력기관으로 국가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이러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헌재소장의 정치적 중립성은 그 중요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현직 헌재 재판관이던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 편법 내정을 뿌리치지 않고 승낙하면서 커다란 파장을 빚은 헌재소장이 그 과정상의 문제는 물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원만히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여론도 전 후보자에 대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여야간의 끝없는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전 후보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사태 해결책이라는 종용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5일 논평에서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전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것만이 해법"이라며 "훼손된 헌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회복하고, 정국 갈등과 민심의 이반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누구도 풀 수 없을 정도로 무리수와 자질부족의 두 끈이 꽁꽁 묶여있다. 해지(解之)는 결자(結者)의 몫이다. 더 이상 전 후보자는 정치적 역학관계에 숨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전 후보자가 단연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자 한다면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전 후보자의 책임은 국민에 대한 책임이기 전에 양심에 대한 책임이다. 전 후보자가 진정으로 책임지는 후보라면 사태의 심각성에 비추어 대통령의 결단에 앞서 전 씨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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