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2)-미국 변호사의 전문 분야: 언제, 어떻게 결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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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2)-미국 변호사의 전문 분야: 언제, 어떻게 결정할까
  • 박준연
  • 승인 2024.06.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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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어떤 직업이나 그렇지만 비교적 주니어 시절부터 전문가로 불리기 시작하는 변호사의 길로 발을 들여놓은 새내기 변호사에게 전문 분야를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고 또 어려운 문제이다. 게다가 한 번 전문 분야를 정했다고 해도 여러 상황에 따라 바꾸는 일도 없지 않다.

벤 다이어그램으로 생각해 보면

이상적으로 말해서 전문 분야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 잘하는 분야, 그리고 시장의 수요가 있는 분야의 교집합이 되면 좋다. 하지만 문제는 세 집합의 범위를 완벽하게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또 잘하는 분야는 물론 내가 제일 잘 알겠지만, 경험과 지식에 따른 제약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제껏 해본 적이 없으면 잘할 수 있을지, 좋아하게 될지조차 알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업무에 대한 시장의 수요도 마찬가지이다. 경제 상황을 비롯해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어떤 분야에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한지도 변하기 때문이다.

우연성이라는 요인을 인식하기

결국 이러한 선택은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은 일로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뉴욕에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선 당연히 M&A를 비롯한 기업 법무를 메인으로 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외국 (미국 밖) 출신으로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이쪽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회사에서 부서 로테이션을 마치고 여러 이유로 소송 분야 업무를 시작하게 되고 나서는 이게 맞는 방향인지 조금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여러 우연이 개입하여 커리어의 방향이 이렇게 잡힌 것이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우연의 요소가 개입된 것은 뉴욕에서 도쿄로 오면서 반독점법, 해외부패방지법과 관련된 미 정부 당국의 조사와 한국, 일본 기업이 당사자인 미국 소송 등을 주로 돕게 된 것이었다. 그때가 마침 일본 제조업 클라이언트들에 대한 소송과 정부 조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때였다. 업무를 하면서 롤모델로 삼고 싶은 선배들도 여럿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우연에 우연이 겹쳐 현재 전문 분야라고 내세울 수 있는 분야에 이르게 된 것이다.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

물론 100% 우연으로 커리어 경로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우연이 있어도 내가 싫었다면 방향을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연은 기회에 불과하므로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나 자신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개방적 사고를 유지하며 이제껏 해보지 않은 일이라도 필요하면 손을 들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주니어의 특권이기도 하다. 연차가 쌓이면 여러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여건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미국 로스쿨 재학 중이거나 진학을 앞둔 독자분들이 계신다면, 수강과목 역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보라는 말도 전하고 싶다. 로스쿨 마지막 학년에 교수님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수강한 반독점법 수업은 몇 년 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로스쿨 수업을 수강할 기회는 없지만, 시간이 있을 때는 업무 분야 외에도 인접 분야의 CLE(continuing legal education) 강좌를 듣는다. 업무 자체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다는 측면도 있지만, 업무 분야의 지평을 넓히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바꿀 수 있는 용기

첫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몇 개월의 경험으로 변호사로서의 커리어 방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니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한 선배 본인이 처음 시작한 분야와 영 다른 분야로 바꾼 경험을 한 사례라 더 설득력이 있었다. 처음 업무 분야를 정하는 것은 무겁고 중요한 결정이지만, 필요한 경우 방향을 바꾸는 결단력 역시 필요한 경우 발휘할 필요가 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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