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90)-‘당신의 무한한 가능성 중 단지 하나를 잃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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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90)-‘당신의 무한한 가능성 중 단지 하나를 잃었을 뿐이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5.2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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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당신의 무한한 가능성 중 단지 하나를 잃었을 뿐이다>
부제: 기업법무를 여행하려는 오탈자를 위한 안내서

곰돌리우스(필명)

1. 들어가는 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품었던 큰 뜻이 꺾임으로 인한 무력감, 법조인으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을 영영 얻지 못하게 됨으로 인한 좌절감, 그리고 앞으로의 진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이해합니다. 저 또한 불합격을 어느 정도 예상하였지만 고통스러운 마음에 결과를 확인하지 않다가 친구들로부터 위로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감정을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여러분들의 마지막 시험은 스스로의 역량을 한계까지 쏟아낸, 후회 없는 것이었을 테니 먼저 정말 열심히 싸우셨다,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는 시기에 따라 여러분은 조마조마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일 수도, 아니면 최종적인 불합격 통지서를 받아 들고 다소 어둡고 착잡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길을 궁금해하는 입장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어쩌면 다섯 번의 응시 기회를 다 소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망성이 없다는 판단에 아픔을 무릅쓰고 이 길을 포기하려는 입장일 수도 있겠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어떤 경우이든 간에 지금 느끼고 계실 감정들, 그중에서도 특히 미래에 대한 커다란 불안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여러분을 괴롭히리라는 것도 예상되는 바입니다.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러나 저는 진심으로 여러분이 그 감정들에 가려진 스스로의 높은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고 마음을 추슬러 또 다른 도전을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바람으로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리고 싶어 글을 씁니다. 그리고, 이 글을 지면에 실어 저와 같은 처지에 있던 많은 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사랑샘재단에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하여 취업시장이 전체적으로 얼어붙은 지금의 상황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앞으로의 대응 방안과, 여러분이 노력을 통해 유지하고 가꾸어 나아가야 할 것들을, 주로 기업법무담당 포지션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물론 각자의 경험이 다를 수 있고 목표하는 바가 다를 수 있지만, 변호사시험에 최종적으로 불합격하였으나 여전히 풍부한 법률 지식을 갖춘 ’준전문가’에게 있어서 기업법무, 그중에서도 특히 계약법무에 중점을 둔 계약실무자의 포지션은 굉장히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우리와 같은 로스쿨 출신 비변호사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중소·중견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들을 법무팀에 채용하여 법무 역량을 강화하려는 회사들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지만, 상당히 괜찮은 하나의 진로라 생각하고 한번쯤 과감히 추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2. 여러 가지 경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도 놓친 여러분이지만 여전히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제가 최종적으로 취하지 않은, 못한 가능성들 중 몇몇에 대하여 제 나름대로의 견해를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아마도 여러분들은 법률사무소나 법무법인의 ‘법률사무보조원’으로 채용되는 경로를 적어도 한 번쯤은 고려해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일터에서 이들은 그 업무의 현실적, 실무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숙련을 요하지 않는 단순사무처리직으로 취급되는 것이 보통이고(저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이 중에서 소위 ‘사무장’ 포지션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그나마도 최근 들어서는 변호사의 수가 많아지며 다들 ‘사무장’을 점점 줄이고 법률사무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업무영역은 변호사가 직접 수행하는 추세로 보입니다. 즉 여러분이 법률사무소, 법무법인에 법률사무보조원으로 채용되더라도 여러분들의 법률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급여나 처우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여러분은 보통 그 포지션에는 ‘오버스펙’입니다. 물론 개인의 운과 능력에 따라 대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측면에서 저는 이러한 포지션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둘째, 일부 공공기관에서 로스쿨 출신 비변호사에 대하여 특별한 포지션을 만들어 채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이와 같은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지는 못하였고, 작년(2023년) 경찰의 국가수사본부에서 로스쿨 출신 비변호사를 경사직(7급)으로 특채하려다가 불발된 사례를 볼 때 앞으로 이와 같은 기회가 잘 생길지 모르겠지만, 막상 앞으로 그런 기회가 생기고 대우가 나쁘지 않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23년에 그런 기회가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런 길을 갈 수 없었으나,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관련 소식들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일부 금융기관(은행)에서 로스쿨 출신 비변호사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이것 또한 아마도 굉장히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민·상사는 물론이고, 형사, 행정 등에 대한 지식까지도 복합적으로 요구하는 직장인 만큼 훌륭한 도전과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금융기관 특유의 엄격한 근무환경·태도 등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고, 보통 규모 있는 대기업인 만큼 입사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길을 택하실 수 있다면, 축하드리며, 건투를 빕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길이 있을 수 있겠고, 여러분에게는 여전히 꽤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법과 아무런 상관없는 직종을 택할 수도 있겠고 심지어 사업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들을 모두 논하는 것은 지면상 현실적이지 않을 것 같고, 이제부터 기업(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법무팀을 중점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3. 취업을 노려보기

가. 힘든 상황이지만 잘 버텨 봅시다

아까도 말했지만 현재 취업시장은 그다지 따뜻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직업을 얻게 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변호사시험을 5번 연속으로 도전한 여러분 중 상당수는 재정적으로도 그다지 넉넉하지 못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일거리가 있다면 뭐라도 하십시오. 비록 여러분에게 여전히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 가능성들이 여러분에게 편리한 시기를 골라 열린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급하다는 이유로 여러분의 전문성을 살리기 어렵고 조건도 좋지 않은 직장을 full-time으로 서둘러 들어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운신의 자유를 유지하며 구직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나. 취업 경로에 대하여

1) 직접 입사 지원을 하는 것은 실제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구직 사이트에 법무를 검색하면 포지션이 상당히 나옵니다. 그러나 입사 지원을 수십 군데 하더라도 실제로 응답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좋은 포지션이 그렇게까지 많지도 않을뿐더러, 있더라도 이를 판별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구직 사이트에 등록된 포지션들은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헤드헌터의 도움을 받읍시다

제 경험에 의하면 헤드헌터를 통하여 포지션을 추천받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헤드헌터는 일반적으로 여러분이 높은 연봉을 책정받으면 그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받게 되어 있어서 여러분이 현실적인 한도 내에서 최대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게 회사에 어필하기도 하고,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합격 확률도 높여 줍니다. 또한 회사와 구직자 사이에서 적절히 입장을 조절해 주기도 하고 회사의 인사팀으로부터 동향을 파악하여 구직자와 함께 공동전략을 수립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헤드헌터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이 보통 (여러분이 헤드헌터에게 컨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헤드헌터가 여러분을 찾고 포지션 제안을 해와서 그에 응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자기소개서와 경력기술서를 헤드헌터 눈에 잘 띄게 만들고 그들의 눈에 띄도록 여러 구직 사이트에 이를 공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잡코리아, 사람인, 리멤버 등 생각나는 구직 사이트 모두에 등록 해놓고, 특정 회사의 색을 넣지 않은 ‘일반’의 ‘파일 이력서’도 언제든지 보낼 수 있도록 준비 해둡시다.

3)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합시다

말할 필요가 있나 싶겠지만, 그리고 여러분은 이미 최대한 인맥을 활용하고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여러분이 로스쿨을 다니던 중 형성한 인맥으로 포지션을 소개, 추천받을 수 있다면 당장 급한 마당에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법률사무보조원 포지션은 실제 해당 일터 내에서의 역할과 지위를 잘 들어보고 신중하게 고려하도록 합시다.

다. 자기소개서 등 작성 요령

일반적인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은 모두가 이야기하고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① 로스쿨 출신 비변호사라는 점을 명확히 해 둡시다. 사내 변호사 포지션 제안은 많이 와봤자 짜증만 나고 어차피 지원도 불가능한데 시간 낭비입니다. 그러나 로스쿨 졸업을 했다는 언급은 제목에 반드시 넣읍시다.

② 상사와 행정, 소송절차법에 관한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지식을 갖추었다는 점을 최대한 강조합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을 통하여 위와 같은 지식을 습득하였고 이러한 지식을 다년간의 변호사시험 준비 과정을 통해 반복 학습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교육과 훈련으로 실무에 투입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합시다. 다만 형사에 대한 지식은 굳이 중점적으로 어필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여러분이 기업법무를 하면서 형사사건을 자주 핸들링해야 한다면 보통 그 직장에 아무래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③ 로스쿨에서 수강한 과목 중 기업법무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습니까?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기술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American Contract Drafting 과목을 A+로 이수하였다는 점을 통해 영문 계약서 검토 능력을 어필하였습니다.

④ 로스쿨에서의 특이활동, 또는 로스쿨 입학 전 경력 중 역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빼놓지 않습니다. 법학 외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있다는 점이 강조되면 좋고 그것들이 실무적으로 유의미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⑤ 만일 여러분이 일과 변호사시험 준비를 병행해 왔다면 높은 확률로 법률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일을 해 왔을 것입니다. 이 경력은 로스쿨 졸업 후 그 전문성을 살린 사례이므로 반드시 최대한 경력기술서에 녹여내야 합니다.

⑥ 일반론 같지만 법무라는 업무분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법무가 요구하는 역량을 잘 갖추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법무적 관심이 필요한 사내 사건들을 빠짐없이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법령과 규정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정시에 회사가 필요로 하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는 능력, 회사가 쟁송에 돌입하였을 때 사외의 변호사와 사실관계 및 쟁점에 대하여 명확히 정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등이 있을 것입니다.

⑦ 우리 모두 응시횟수 제한 제도의 위헌성과 파행적인 변호사시험 합격률 조정에 대하여 할 말이 많겠지만 그것들을 자기소개서에 적는 것은 우행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전문적 지식과 실력을 어필하기에도 지면이 부족합니다.

라. 포지션 제안이 들어왔다!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를 잘 올려 두었으면 한 달에 한 2~3건 정도 포지션 제안이 들어올 것이 기대됩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회사들이 법무를 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회사가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좋고 지금 사시는 곳에서 좀 떨어져 있어도 좋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숙사를 제공하는 회사라면 주거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습니다. 상장사인 중견기업 정도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매력적인 이유는 아래 부연하겠습니다.)

다만 가급적이면 업력이 좀 오래된, 안정된 회사에 가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법무 ‘경력’은 아예 없거나 그다지 길지 않을 것이므로 체계가 잡혀 있으면서 사업계약이 상식적인 내용으로 오갈 것이 어느 정도 ‘보장된’ 회사의 조직에 속하는 것이 첫 성장의 터전으로 적합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어떤 조직의 법무 체계를 처음부터 잡아나가거나 노련하게 돌발상황을 핸들링할 자신이 없다면 역시 조직의 안정성에 살짝 기댈 수 있는 일터에서 오히려 배울 점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너무 작은 회사보다는 조금 규모가 있는 회사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그렇게 규모 있는 회사들이 헤드헌터와 계약하여 인재 발굴을 하므로 헤드헌터를 통해 들어오는 포지션 제안은 거의 그런 곳에 해당하는 편입니다.

마. 헤드헌터와 적극적인 태도로 소통하기

헤드헌터는 구직자의 상황을 잘 모르지만 어쨌든 구직자의 가능성을 보고 접근을 합니다. 그러니 내가 처한 상황과 내가 가진 스킬과 역량, 내가 이루어낸 성과들을 잘 전달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입니다. 구직자가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헤드헌터를 대하면 헤드헌터도 이 사람과 잘해볼 생각이 점점 줄어듭니다.

포지션 제안 이메일을 받으면 지체 없이 미리 준비해 둔 파일 이력서를 첨부하여 회신하고, 이메일 내 연락처를 찾아서 곧바로 연락을 취하여 방금 보내드린 이력서를 확인해 달라고 합시다. 회사의 홈페이지를 찾아서 이 회사의 주 업무영역을 확인하고 그 업무영역에서는 어떤 법분야가 주로 문제 될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헤드헌터와 상의하여 그 관련 법분야에 대한 언급을 더 하여 그 회사에 최적화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계속 수정해 나가는 것입니다. 결국 그 회사가 법무 지원자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 줘야 하니까요.

바. 면접과 최종합격

여러분의 서류 통과 확률은 꽤 높을 것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법학전문석사(J.D.)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법무에 적합한 인재라는 신뢰도를 부여하는 편입니다.

당연히 일반적인 면접 팁은 온갖 군데에 널려 있지만 역시 법무에서 신경 쓸 점 몇 가지만 짚어 봅시다.

① 지엽적인 부분은 당연히 이야기해서는 안 되지만 이 회사에서 주로 문제 될 법분야에 대해서 미리 공부를 해 갑시다. B2C 중심의 인터넷 쇼핑몰 관련 업체인데 면접에서 전자상거래법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고 방위산업체인데 면접에서 국가계약법과 방위사업법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최근의 중요 판례가 있으면 미리 보아 두었다가 자연스럽게 면접에서 언급될 수 있도록 하고, 혹시 여유가 있다면 한두 달 정도 로앤비 프로와 엘박스를 등록하여 온라인 주석서를 열람할 수 있게 해 두고, 주요 법령들의 주석서를 잘 읽어 보면서 지식을 얻어 면접에서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② 본인의 성실성은 면접에서 당연히 부각해야 할 사항이나, 법무와 관련해서라면 특히 각종 제소기한, 단기소멸시효와 제척기한 등을 같이 언급하며 일정 관리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본인의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이런 것들을 잘 챙겨 나갈 수 있다는 어필을 하는 것도 꽤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③ 소송을 해 본 적이 있거나 다른 사람의 소송 절차를 도운 이력이 있다면 반드시 언급하고 실제 쟁송절차에 능숙하게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해 봅시다.

4. 법무팀에서의 업무 수행

가. 주로 하게 되는 일

1) 업무영역에 대하여

회사마다 법무의 형태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그러나 채권관리, 계약검토, 소송사건관리, 법령준수(컴플라이언스)는 거의 공통이며, 인사·노무의 경우 인사팀의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주주총회, 이사회 운영에도 관여하여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규 사업이나 서비스, 기능 등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해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당수의 기업이 자사 직원들에게 개인적인 법률적 조언을 구하기 위하여 법무팀을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므로, 소위 ‘생활법률’을 다루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2) 기업의 규모에 따른 실제 업무영역의 변화

기업 형태에 따라 나누어 보자면, 대기업의 경우 법무팀에 변호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변호사가 없는 경우가 많고, 있더라도 수가 적을 것입니다. 변호사가 있는 경우에는 소속 사내 변호사의 보조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없는 경우에는 본인이 좀 더 주도적인 위치에서 업무를 끌어나가야 할, 달리 말하면 ‘캐리해야 할’ 가능성이 크겠죠. 물론 대기업의 경우 더 체계화된 법무실에서 배우는 것도 많겠지만 반대로 여러분의 역할과 책임(R&R)이 제한적일 수 있고 그 때문에 단시간에 성장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변호사가 없으면 여러분의 역할과 책임이 더 클 것이고, 직급에 상관없이 여러분은 ‘특정 법분야’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법률 전반’에 걸쳐서는 그 회사에서 가장 전문가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회사의 모든 법률적 문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무엇이 더 나은지는 개인 판단이지만 저는 후자가 여러분의 빠른 성장에도 유리하고, 업무를 주도하는 준전문가로서의 자부심과 자기효능감을 챙기기에 더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중견기업은 기존의 체계가 있어 성장의 가이드로 삼을 수 있고, 많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조직에 자신의 전문성으로 기여를 했다는 것은 굉장히 짜릿한 일이기도 합니다. 중견기업이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어차피 사내 변호사의 유무와 관계없이 여러분은 가장 전문적인 수준의 법무검토회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며, 하게 될 것이므로, 이왕이면 똑같은 일이라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좋습니다.

나. 상급자를 존중하기

조직 생활에서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나의 전문성이 존중받는 만큼 상급자의 경험과 지식 또한 존중해야 합니다. 상급자가 변호사가 아니고 법률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이 없을 수 있지만 그 자리에서 여러분이 오기 전까지 일을 처리해 온 사람은 그렇게 하기 위하여 어떻게든 지식과 경험을 그러모아 어떠한 체계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체계는 대부분의 경우 분명히 취할 점이 있고 나름의 합리성이 있습니다.

특히 그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사람이라면 그 업무처리 방식은 해당 업계의 질서와 관행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것들이 위법하거나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면, 여러분은 그 질서와 관행을 익혀서 일단 그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것을 개선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다. 법학 공부는 끝나지 않는다

변호사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 점은 마찬가지겠지만, 라이선스를 통하여 어떠한 ‘외관’을 갖춘 변호사와는 달리 그러한 외관을 갖추지 못한 우리는 오로지 내실로써 매 순간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야 합니다. 법무를 담당하면서 최신 판례와 헌재 결정례에서 눈을 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커다란 오판입니다. 대법원 판례속보로 항상 최신판례를 받아서 읽어야 하고 개정법의 동향을 항상 살펴야 합니다.

기존에 공부했던 것들, 특히 민법과 상법과 행정법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유지해 나가야 하고 흘러 나가는 것들을 다시금 잡아야 합니다.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면서 각자 정리한 자료들은 절대 버리지 말고 회사에 그대로 들고 가십시오. 일이 없을 때 현재 업무와 관련된 법분야에 대한 것들을 골라 다시 읽으면서 끊임없이 지식의 칼날을 날카롭게 갈아야 합니다.

회사에서 법률정보검색서비스(로앤비나 엘박스 등)를 구독하게 해 준다면 적극 활용하고 온라인 주석서를 읽읍시다. 온라인 주석서에는 당장 도움이 될 실무적인 내용이 가득하므로 정독할수록 업무 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또한 주석서는 법령이나 판례는 아니지만 상당히 신뢰성 있는 source이고(당장 그 법을 많이 다루어야 하는 필드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저명한 법률가들이 저술한 것이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러분이 검토 회신을 할 때 근거로 달아놓기 좋습니다.

라. 행정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여러분이 일을 하다 보면 행정청을 상대로 민원 등을 내야 할 때가 있고 일정한 처분 등을 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당연히 대외적 구속력 있는 법규명령이 대외적 구속력 없는 행정규칙보다 더 중요할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져왔을 것입니다. 물론 법학적인 관점에서는 그게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쟁송 위주의 사고방식입니다. 실제로 다투지 않을 때에는 행정규칙은 엄청난 위력이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보통 행정규칙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만 수동적·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웬만해서는 정해지지 않은 영역에서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정을 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행정계획이 끼어들면 처리 일정을 연 단위로 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명백한 위법을 지적한 경우에도 보통 그러한 위법을 제거하는 데 이런저런 절차를 거쳐야 함을 내세우며 곧바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그 절차가 대외적 구속력 없는 행정 내부의 사무처리절차를 규정한 것에 불과한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국민 입장에서는 알 바 아니라고 주장하더라도 결국 요지부동, 복지부동이기 때문에 결국 쟁송을 제기할 것이 아닌 한 행정·대관업무는 행정규칙이 지배합니다.

그러므로 실제로 업무를 처리할 때에는 중요한 법분야와 관련된 행정규칙들을 빠짐없이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모든 조문을 외울 필요는 없지만 어떤 행정규칙들이 있는지와 그것들이 개략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고 행정규칙들 간의 상호관계도 알아야 합니다. 이것들을 모르고 만연히 법-시행령-시행규칙의 3단 구조만 바라보고 있으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물론 변호사도 사건을 다룰 때 사건과 관련 있는 행정규칙을 모두 참고하겠지만 우리에게는 그 중요성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옵니다. 로스쿨에서 배운 것들이 쟁송적 관점을 벗어난 ‘일상 업무의 법영역’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합니다.

마. 계약서를 검토할 때는 사업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

회사가 법무팀을 두는 이유는 ‘회사의 입장에서’ 법률적인 고려를 거쳐 ‘informed decision’을 내리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서 ‘회사의 입장에서’라는 것은, 예를 들자면 법무 담당이 어떤 계약을 검토할 때 그 계약과 관련된 사업의 내용은 물론이고 그 사업에서 우리 회사의 지위, 상대방의 평판, 동종계약의 반복 여부 및 그 이행의 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약을 평가하고 위험을 판별하여 ‘실질적인’ 판단 결과를 내놓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하나의 조항이 의무이냐 재량이냐, 일방적이냐, 준거법과 분쟁해결절차는 무엇이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회사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일정 부분 협상을 하여 완화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과연 상대에게 사업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자체를 평가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업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어떤 사업이 법률적 장애를 만난 경우에 그냥 ‘불가’ 판단을 하지 말고, 타 부서 실무자들과 회의 일정을 잡고 사업의 내용에 대하여 이해를 공유하고 여러분이 평가한 법률적 장애를 그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대안이 있는지를 논의해 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계약서의 문언 하나를 근거로 이것은 상대방의 재량이니 리스크가 있다는 식의 검토 회신을 보낸다면, 그 정도는 ChatGPT도 훌륭히 해낼 수 있게 된 시대에 그 검토 회신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글로벌 거대기업 상대로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으로, 1심 전속관할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하는 조항을 관철하지 못하면 계약을 체결하지 말라는 검토 회신이 현실성이 있겠습니까? 회사는 우리가 준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가에 준하는 능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고 채용한 것입니다. 회사가 입게 될 수 있는 손실을 마치 내 통장에서 그 돈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생각하고 ‘회사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냅시다. 누차 강조하지만 우리는 오로지 내실로써 우리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야 합니다.

바. 소송에 선제적·적극적으로 대응하기

1) 물 만난 고기

회사가 송사에 휘말렸을 때 대기업이라면 아마 상사인 사내 변호사의 업무지휘에 따르면 여러분은 할 일을 다 한 것이고 사실 사건관리도 사내 변호사가 주도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면 여러분은 그 소송을 직접 ‘관리’하고 승소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회사의 각종 내부 사정에 정통해지고 사업을 이해하며 회사의 입장에서 냉철한 법률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준전문가인 여러분의 능력을 발휘할 때입니다.

2) 외부 변호사와의 소통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의 이야기는 당연한 것이고 누구를 선임할지는 회사의 통상적인 의사결정과정에 따르는 것인 만큼 여기서는 모두 생략하기로 합니다.

소송 수행은 기본적으로 외부 변호사가 하지만, 결국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하여 전달하고 변호사와 직접 대면하여 소송의 방향성을 협의하는 것은 여러분입니다. 그리고 사실관계를 정리함에 있어서도 요건사실론에 입각하여 어떠한 법조를 적용할 것인지 1차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도 여러분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내린 그 판단은 이변이 없는 이상 소송대리인도 납득하고 서면을 정리하는 데에 있어서 기본 바탕으로 삼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서면을 작성할 필요는 없지만 (변호사가 그의 일을 하게 합시다) 서면에 들어갈 데이터는 어쨌든 제공해야 하고, raw data를 그대로 던지는 것보다는 1차 가공과 정제를 거친 clean, structured data를 던지는 것이 회사와 소송대리인 모두를 편하게 만들고 승소의 확률을 높인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미리 모든 것을 정해놓고 그 요건사실에서 벗어나는 사실관계를 싹 누락해 버리는 것은 곤란하고, 하여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실관계는 빠짐없이 전달해야 하겠습니다.

3) 전자소송 관리

사건번호가 나왔으면 두 가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소송대리인에게 확인하거나 법원에 직접 확인하여 전자소송인증번호를 받고, 법원 전자소송시스템(https://ecfs.scourt.go.kr)에 접속하여 회사 명의의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사건을 등록합니다. 아마 앞으로 ‘송달문서확인’과 ‘나의전자소송’ 메뉴를 단골로 누르게 될 것입니다.

또 하나는 엘박스의 ‘사건일정관리’에 회사 사건을 모두 등록해 두는 것입니다. 구글 캘린더 연동도 해 두고, 알림 설정에 들어가서 카카오톡 알림도 모두 켜 둡니다. 서류가 송달되거나 기일이 잡히는 것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특히 서류 송달 알림이 오면 위 전자소송시스템에 접속하여 내용을 바로바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소송대리인에게 연락하여 대응 방안을 논의합니다. 사실 이 사건일정관리는 법원의 ‘나의 사건검색’을 엘박스가 자동으로 확인하여 그 중 서류나 기일에 관한 것들을 골라 알림을 보내 주는 것인데 아주 유용합니다. (물론 사내에 이미 사건관리 솔루션이 도입되어 있다면 그것을 주로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만 부수적으로 사건일정관리 기능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구글 캘린더를 연동하고 바탕 화면 위젯 등으로 항상 눈에 들어오도록 환경을 구성하고, 위와 같이 법원이 정한 기한 또한 모두 캘린더에 등록하여 관리하도록 합시다.

특히 알림에 ‘(도과기간확인)’ 같은 문구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들은 특히 긴장해야 합니다. 주로 석명준비명령 같은 데에 붙는데 비록 불변기간은 아니더라도 이 기간을 넘겨 준비서면을 내면 절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것이므로 소송대리인이 이 기간을 준수하도록 며칠 전부터 연락을 취하고 필요한 내용을 신속하게 전달합시다. 이 기간을 확인하려면 실제 송달된 문서의 내용을 보아야 하므로 전자소송 등록이 중요한 것입니다.

기억합시다. 사건의 처리를 전적으로 변호사에게만 맡겨 두고 방치하면 우리가 얻을 것은 패소판결뿐입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합니다. (vigilantibus non dormientibus aequitas subvenit.)

사. 처리한 사건들을 기록하고 관리하기

1) 기록의 중요성

회사 업무를 처리하면서 업무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법무는 일회단발성 사건보다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사건이 더 많기 때문에 사건 자체는 물론이고 경과도 같이 기록을 해야 합니다.

물론 각자 나름대로 기록을 하는 노하우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기존에 딱히 정해진 포맷이 없다면 막막할 것입니다. 제가 채택한 방법을 잠시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2) 사건분류를 만들고 일련번호를 붙이자

여러분은 아마도 다양한 사건을 다루게 될 것이므로 일정한 분류를 만들어 두고 번호를 붙여 관리해야 나중에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과 같이 사건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일반검토 / 사내사건 / 계약사건 / 쟁송사건 / 채권관리 / 행정처분 / 사고대응 / 기타사건 (계약사건은 필요한 경우 다시 ‘일반계약’, ‘비밀유지계약(NDA)’, ‘양해각서(MOU)’ 등으로 나누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카테고리별로 문자 하나를 선정하여 사건분류코드로 정하고 그 뒤에 일련번호를 붙입시다. 일련번호는 단순 숫자로 붙여도 되고 연, 월을 코드화하여 붙여도 좋을 것입니다. 사건분류코드와 일련번호 조합으로 관리번호 체계를 만듭시다.

3) 요약기록표를 관리하자

위에서 만든 관리번호를 기준으로 사건 요약기록표를 만듭시다. 요청부서, 사건개요, 처리내용, 요청일자, 처리일자 등의 정보가 들어가면 좋습니다. 나중에 “그뭐냐 그때 그 사건 있잖아요, 누가 뭐 했는데 외부업체가 어쩌고저쩌고 해서…”라는 질문을 받으면 얼른 요약기록표를 보고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하게 할 수 있고 그 당시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쉽게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 회계를 공부해 두자

법무팀의 업무 중에는 회계에 대하여 기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도 회사마다 다르긴 한데, 재무제표를 읽는 법이나, 특히 제조업과 관련된 회사라면 원가회계에 대한 지식이 조금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수준으로 통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초적인 수준에서 틈틈이 공부해 둡시다.

자. 일 처리는 소신 있게

여러분이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여 법질서에 대한 신념을 접고 경영진의 의견에 맹종해서는 안 됩니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부적절’, ‘위법’, ‘부당’ 의견을 개진합시다. 법학전문석사가 내놓는 불가 취지의 법무검토회신은 커다란 울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명백하게 위법은 아니지만 법의 이념에는 어긋나는 경우에도 얼마든지 “직접적인 위법사항은 아니나 관련 법령의 입법취지와는 불일치하는 면이 있으며 강행 시 reputational risk 존재함” 정도의 코멘트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할 말은 다 하고 삽시다.

5. 마치는 말

이 글에서는 비록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였더라도 기업법무 실무가라는, ‘전문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고 대우도 나쁘지 않아서 꽤나 괜찮은’ 대안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이 길을 걷기 위하여 가져야 할 마음 자세, 이 길을 걷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제가 가지 않은 다른 훌륭한 길들을 더 찾아내어 그 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다른 길들에 대한 소개는 이 마중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이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어떤 길이 되었든 간에, 로스쿨 출신 비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며, 정말 많은 길이 열려 있다는 것과, 그 길들이 대부분 일확천금은 아니더라도 좋은 보상을 준다는 점을 항상 기억합시다. 그리고 어디서든지 법을 다루는 일을 할 때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닦아 나가야 하며 항상 전문지식에 걸맞은 긍지와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 또한 잊지 맙시다.

자격은 얻지 못하였지만 그 대신 변호사에 못지않은 전문지식을 유지하며 어떤 실무에도 투입될 수 있는 유연성을 새로이 얻은 여러분들이 사회의 모든 틈새에서 빛을 발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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