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발표가 기다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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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발표가 기다려지는 이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4.04.1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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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이 친구, 진짜 실력 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도 시험만 치면 떨어집니다. 제가 판단컨대, 너무 악필이라서 채점에서 늘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글을 쓸 때면 꾹꾹 눌러 쓰다 보니 답안지가 늘 지저분한 데다 잘 알아보기도 힘드니까요.”

십수 년 전, 어느 해 연말쯤 수험가에서 두 명의 사법시험 준비생과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한 명은 그해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지만, 다른 한 명은 그해에도 2차 시험에서 탈락했다며 진로를 고민하던 중 기자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합격생 친구가 전하는 탈락자의 실력은 자타가 공인하며 2차만 해도 여섯 번이나 응시했지만 결국 탈락한, 인재 중의 인재라고 거듭 칭찬했다. 그다음 해 연말경, 전년도에 불합격한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안부를 묻자 “올해 법무사시험에도 도전을 했는데 최종 합격했다”면서 “사법시험과는 인연이 아닌 듯하여, 이 길로 가려고 합니다”기에 앞날을 응원해 줬다. 그는 그해에도 사법시험 2차 시험에서 탈락했다고 했다.

기자가 전한 이러한 일화는 수험가에서는 종종 있는 사례다.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운이 없어서인지, 실제 악필의 영향인지, 기자가 채점위원이 아니었기에 알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유사한 사례가 실제 발생해 왔고 지금도 종종 들리는 수험가의 슬픈 이야기들이다.

소위 5급 공채, 법무사 등 고등자격시험, 지금의 변호사시험(구 사법시험) 등에서는 제1차 객관식 필기시험에 이어 수일에 걸쳐 논술형 필기시험을 실시하고 그에 합격해야 한다. 과목별 2시간 이상을 들여 적게는 4매, 많게는 8매의 답안지를 작성하면 시험위원들이 블라인드 채점을 한다. 답안 분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논점을 벗어나는 등의 실력 부족으로 인해 어느 한 과목에서 40점 미만을 받으면 전체 총점에서 월등하더라도 과락으로 탈락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악필일 경우에도 탈락할 수 있다는 미묘한 정보들이 수험가에 적지 않게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사실검증을 위해 종종 출제위원들에게서 듣는 뒷이야기로는 “아니다. 그렇지는 않다”가 정설이다. 악필이어서 해독까지 해야 하는 경우라도 ‘남의 인생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는 의무감으로 부모, 스승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채점하므로 그 과정에서는 실력 외적 요소는 작용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그럼에도 수험가에서는 ‘악필’은 늘 공포의 대상이 된다. 흔히들 글씨를 이쁘게 쓰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높은 것은 글씨의 영향도 있기 때문이라는 괴설(?)이 나도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래서, 기자는 다가오는 금년도 제1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에서 남녀 합격률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선발 및 자격시험 중에서 논술형 필기시험을 컴퓨터로 답안작성 하는 CBT 방식이 올해 처음으로 변호사시험에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12회 시험에서는 성별 응시자 합격률은 남성이 53.2%, 여성이 52.8%로 남성이 0.4%포인트 높았다. 회차에 따른 남녀 고저가 있었지만 지난 12년간 성별 응시자 대비 평균 합격률은 남성 57.5%, 여성 57.0%였다. 제8회 시험까지는 여성 합격률이 높았지만 근래 들어 남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첫 CBT 시행에서 이러한 추이에 어떠한 변화가 감지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29일 로스쿨협의회가 주최한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 방안’ 심포지엄에서 아주대 로스쿨 권건보 교수는 ‘CBT 도입에 따른 합격자 결정 절차 개선 방안’ 발제에서 수기로 시행한 2022년 교내 변호사시험 모의고사와 CBT로 시행한 2023년 모의고사 간 총점을 비교 분석한 결과,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기자는 궁금하다. 법무부로부터 CBT 시행 소식이 나오던 그 순간부터 ‘악필 문제 해결되겠네?’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 검증자료로 남녀 합격률부터 호기심이 갔다. 그래서 4월 16일이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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