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28)-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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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28)-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들
  • 박준연
  • 승인 2024.04.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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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2021년 12월 자 음악 비평을 읽다가 이런 표현을 보았다. “우리가 운이 좋게 팬데믹에서 살아남아 이 시기를 회고할 수 있다면.” 지금 읽으면 다소 과장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때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업무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팬데믹이 끝나고 예전으로 돌아간 부분도 있지만 100% 예전으로 복귀한 것은 아니다.

출장의 감소

팬데믹 이전에는 내외부 회의, 인터뷰라고 하는 정보 청취도 직접 만나 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전화로 회의를 했는데, 당연하지만 목소리만 들어서 놓치는 정보가 많았다. 그러던 것이 팬데믹 시작 직후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와 줌이 급속도로 보급되었다. 처음에는 다들 비디오 회의에 익숙하지 않아서 회의 시작 때 말하는 사람에게 너 음 소거 상태라도 알려주는 것이 일이었던 기억이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비디오 회의는 대면 회의를 대체했고, 따라서 출장은 팬데믹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출장 때 이동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비디오 회의의 효율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 대면 접촉을 통한 신뢰 관계 형성, 화면을 통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보디랭귀지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등, 비디오 회의를 통해 잃게 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대면 회의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될 수 있으면 잊지 않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재택근무의 확대

팬데믹 시절 전면적으로 실시되었던 재택근무는 현재 많은 회사에서 축소되었다. 재택근무를 금지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회사 출근 일수를 상여금 책정에 반영한다는 회사도 있다. 그러나 근무는 반드시 사무실에 출근해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변했고 그 변화까지 예전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지금 회사가 재택근무에 비교적 큰 재량을 주고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에서도 필요한 경우 재택 근무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내부 승인 절차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결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에 출근할 의무가 완화된 만큼, 업무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진 부분도 있다고 느낀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없다는 말을 떠올려 본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그룹

상기의 변화로 업계에서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그룹은 누구일까. 팬데믹의 와중에 그 이후에 업계에 진출한 주니어 변호사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선배와 가깝게 일하면서 업무를 배우는 게 당연했다. 이제는 선배도 후배도 회사에 나오는 일수가 줄어들면서 가까이서 보고 배울 기회가 줄었다. 게다가 조용한 사직 같은 근로 환경과 문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배의 필요불가결한 업무 지도와 지나친 간섭의 경계선도 애매해진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느끼는 것은 적극적으로 업무를 배울 의욕이 있는 주니어들이 믿고 의지할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조직 내외에서 업무 지식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리소스를 찾고 또 그런 리소스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나 역시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변호사의 정신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니어 변호사들뿐 아니고 로스쿨 학생들에게서도 우울증, 알코올과 약물 남용 등의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물론 과거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급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전면적인 재택근무를 하면서 또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출근이 늘어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할 때가 있고 주변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듣는다.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조직 내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또 도움을 줄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동시에, 누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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