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16년차 로스쿨 성패 가를 ‘변호사시험 개선 방안’은?-①객관식·주관식 이원화와 오탈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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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6년차 로스쿨 성패 가를 ‘변호사시험 개선 방안’은?-①객관식·주관식 이원화와 오탈제 문제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4.01 18: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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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집중형 실시로 인한 부담·선택과목 편중 등 문제
객관식·주관식 분리 실시 및 유급시험 활용방안 제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조인을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배출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16년째에 접어들었다. 변호사 배출 규모의 증가로 인해 법조인이 진출하는 분야가 다양화되는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로스쿨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변호사시험 합격에 치중해 운영되면서 당초 목표한 바와 달리 로스쿨의 고시학원화, 특성화 교육의 부실, 오탈제로 인한 변호사시험 낭인 발생 등의 문제 또한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변호사시험의 운영과 합격자 결정 방식이 꼽히고 있다. 로스쿨의 교육적 효과를 살리면서도 실력은 충실히 검증할 수 있는 시험 운영 방식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합격자 결정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로스쿨협의회가 지난달 29일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객관식과 주관식의 이원화를 통한 수험생 부담 경감 방안’에 대해 서보국 충남대 로스쿨 원장과 ‘CBT 도입에 따른 합격자 결정 절차 개선 방안’에 대해 권건보 아주대 로스쿨 교수가 각각 주제 발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최윤철 건국대 로스쿨 원장, 박정훈 경희대 로스쿨 원장, 정영진 인하대 로스쿨 원장, 장석천 충북대 로스쿨 원장, 오미희 교육부 인재양성지원과 사무관, 이재인 법무부 법조인력과 검사, 이진관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 회장, 이상연 법률저널 국장이 참여해 변호사시험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뤄진 여러 의견들은 수험생들의 변호사시험 수험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로스쿨 교육의 충실화를 도모하기 위한 ① 객관식·주관식 이원화 방안 및 오탈제 개선 방안과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식과 관련해 ② CBT 도입의 영향 및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에 관한 논의로 나눠 소개하도록 한다.

객관식 분리 실시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실시 시기 및 대상 등에 대해서는 이견

현행 변호사시험은 휴식일을 포함해 5일간 객관식, 사례형, 기록형 시험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인해 수험생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부담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수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수험 준비 방식, 선택과목 편중 등이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스쿨협의회는 지난달 29일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해 객관식, 주관식 시험의 분리 실시 및 오탈제 문제 해결 방안, CBT 도입과 관련해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결정 방식 등에 대해 논의했다.
로스쿨협의회는 지난달 29일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해 객관식, 주관식 시험의 분리 실시 및 오탈제 문제 해결 방안, CBT 도입과 관련해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결정 방식 등에 대해 논의했다.

서보국 원장은 “수험생들은 3학년 1학기 또는 여름방학부터 객관식 문제를 대비하기 시작해 변호사시험을 치르기까지 30~50%의 준비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민사법과 형사법 객관식 문제에 80% 정도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변별력 확보를 위해 시험의 난도 자체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 원장은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시험과목이 아닌 기초법 과목이나 전문과 과목은 로스쿨에서 이미 고사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화 과목은 5~10년 이내에 폐강 문제로 전임교원이 없어진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로스쿨의 취지는 유지하지 못하게 되며 예비시험의 부활 등의 쟁점은 다시 살아나게 돼 로스쿨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원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오탈제와 관련된 문제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관식(사례형·기록형)의 비중을 높이고 객관식과 주관식 시험을 분리 실시하면서 객관식 시험을 유급시험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1안으로는 객관식 시험을 법조윤리시험과 같은 날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2안으로는 변호사시험 마지막 날에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3안으로는 변호사시험 마지막 날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내놨다.

1안에 대해서는 수험생들의 피로도는 낮출 수 있지만 객관식과 주관식의 점수를 합산해 합격을 결정하는 현재의 점수제에서는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 합격 기준의 지속적 상승이라는 문제와 전문화 과목 폐강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시됐다. 2안의 경우 1안보다 분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교육 내실화 효과는 조금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2학년에서 3학년으로의 학년 유급 기준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봤다.

3안은 변호사시험의 객관식 시험을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진급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객관식 유급시험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오탈자 문제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2학년 진급 시험으로 운영함으로써 현행 제도보다 조속한 시기에 진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때 시험 범위는 1학년에서 학습 가능한 내용으로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에 대해 최윤철 원장은 “객관식 시험 실시 시기 조정과 시험 결과를 진급 여부 결정에 연계해 학사관리를 엄격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학적성시험 응시 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진급 시험과의 연계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유급을 한 학생이 법학적성시험에 재응시해 다른 로스쿨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학사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원장은 “객관식 시험을 3학년 1학기를 마친 후 실시하고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한 3학년을 대상으로 주관식 시험을 현재 변호사시험 시기에 실시하는 것에 의견을 같이 한다”며 1안에 공감을 표했다. 아울러 사례형과 기록형을 통합해 양 시험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가적으로 제시했다.

박정훈 원장도 3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박 원장은 “각 로스쿨이 1학년 교과로 설정된 기본 교과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법무부가 1년 이내에 1학년 객관식 시험과 3학년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관식 시험을 수행할 인적, 비용적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 “1학년부터 시험에 몰아 넣을 경우 이 기간 내에 로스쿨에서 이뤄지는 실습 교과나 국제교류, 외국어 강의 등의 희생은 물론 2학년 진급시험 때부터 로스쿨 서열화가 이뤄지는 문제, 전국 균일의 입시와 교과로 인해 찍어 내는 교육을 가중할 우려도 있다”며 “객관식의 분리, 환신 비율의 개정을 통한 객관식 영향력 약화에는 동의하지만 유급시험과 연계해 교과 과정 진행 중에 객관식 시험을 실시하는 방안에는 더 많은 검토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오탈제 문제, 객관식 시험의 유급시험 연계 통한 조기 진로 변경 및 제3의 대안 제시

정영진 원장은 변호사시험을 졸업 후 4월 중간고사 기간에 치르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 원장은 “로스쿨 수업과 변호사시험은 연관성이 적을수록 교육 효과는 크다”며 “현재와 같이 변호사시험을 매년 1월에 치른다면 3학년 2학기 수업은 어쩔 수 없이 변호사시험 준비기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졸업 후 4월에 치른다면 로스쿨 수업을 열심히 들은 학생도 기말고사 이후에 충분히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며 “시험 문제 출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객관식과 주관식 출제를 분리하고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의 구축과 인공지능을 통한 난이도 조정 등을 종합하면 1주일 이내에 출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변호사시험 출제 및 채점 업무 지원과 관련해 사법연수원의 업무가 집중되지 않는 시기에 변호사시험을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1월에 3학년이 객관식 시험을 치르고 졸업 후 8월 법조윤리시험과 함께 주관식 시험을 치르는 방안, 1월에 3학년이 주관식 시험을 치르고 졸업 후 8월에 객관식 시험을 치는 방안, 법조윤리시험을 4월로 앞당겨 치름으로써 앞서 제시한 방안으로 인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지연되는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김기원 회장은 수험 부담이 수험생들의 실력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김 회장은 “시험 유형의 집중으로 인한 수험생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은 큰 방향성에서는 동의하지만 현재의 교육과정에서는 자칫 실무에 필요한 수준의 학업도 유도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객관식 시험 분리가 적성에 맞지 않아도 일찍 그만두지 않거나 객관식 풀이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게 하거나 학업성취 수준이 낮아지는 등 의도와 달리 변질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객관식과 주관식의 이원화를 통한 수험생 부담 경감 방안’의 주제 발표를 맡은 서보국 충남대 로스쿨 원장은 변호사시험의 객관식과 주관식 시험을 분리 실시하면서 유급제도와 연계해 오탈제와 관련된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객관식과 주관식의 이원화를 통한 수험생 부담 경감 방안’의 주제 발표를 맡은 서보국 충남대 로스쿨 원장은 변호사시험의 객관식과 주관식 시험을 분리 실시하면서 유급제도와 연계해 오탈제와 관련된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상연 국장은 객관식과 주관식의 분리 방안에는 동의하면서도 실력 있는 법조인이라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객관식 문항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법과 형사법은 각 40문항에서 50문항으로, 민사법은 70문항에서 100문항으로 늘려 법학 기초 지식을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객관식 시험의 형식을 실무 역량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실 패턴을 사용한 문제로 바꾸는 방안과 선택과목의 편중을 해소하고 전문적 법률과목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과목에 대한 학점이수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탈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는 최근 오리건주 등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추진 또는 고려되고 있는 ‘특별 프로그램’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는 오탈자를 대상으로 개인 변호사나 법조 단체의 지도 아래 실무 경험을 쌓은 뒤 그 경험을 문서화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변호사 자격을 인정받는 방식이다.

이 국장은 “시험 없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사회적으로 상당한 반감이 생길 수 있지만 로스쿨에서 교육을 받고 오랜 기간 공부한 이른바 오탈자들은 충분한 법적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을 넘어 실제 법률 실무에 필요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법조계 내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인 검사는 “5일간 시험을 치르는 것이 수험생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공론화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검사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실시 시기, 5년의 응시 기간 산정 기준, 유급 기준으로 하는 게 자율성 면에서 적정한지 등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선택과목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관련 용역을 발주하는 등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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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2024-04-07 13:55:36
사시 부활해야된다.. 로스쿨은 그냥 대학들 배불리기 밖에 안된다..그리고 응시제한은 개나줘라...패인이되든 낭인이되든 개인 선택이다..오탈자는 제도가 구해줄수 없다..로스쿨 졸업자들이 변시 안치면 뭐하냐??

ㅇㅇ 2024-04-06 07:59:35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응시제한이 왜있는지 모르겠어요.. 낭인이 아니라 폐인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피해가 엄청납니다. 교육과정 내에서 해결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객관식 주관식 분리되었으면 좋겠고 응시제한은 정말 불필요한 제도같습니다. 일본도 로스쿨 재입학 가능하고 미국도 응시제한 없는주가 더 많습니다. 약대나 다른 직업학교는 당연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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