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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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3.29 10: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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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철로 만들어진 통 속에서 평생을 살았던 사람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소아마비에 걸려 70여 년에 달하는 긴 시간을 철제 인공호흡 장치 안에서 살아온 폴 알렉산더가 코로나19로 인해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폴은 6살의 나이에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폴리오 바이러스는 소아마비의 병원체로 그로 인해 폴은 전신이 마비됐다. 폴이 발병한 1952년에 미국에서는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유행하며 6만 건이 넘는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병의 악화로 자가호흡이 어려워진 폴은 인공호흡기의 일종인 ‘철제 폐(iron lung)’에 들어가야 했다. 이 기계는 목 아래부터 온몸을 철제 폐 안에 넣고 음압을 통해 폐를 인공적으로 부풀게 하는 장치라고 하는데 글로만 읽어서는 어떤 형태인지 상상이 잘되지 않는다. 다행히 기사에는 부족한 상상력을 채워줄 수 있는 사진들이 있었다.

어린 소년 시절의 모습부터 70년의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모습까지 담긴 여러 장의 사진을 통해 폴의 인생이 얼마나 큰 고난으로 가득했을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철제 폐 속에 갇혀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삶,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인 호흡조차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상태로 70년을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고통이었으리라.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진 속에서 폴은 웃고 있었다. 득도한 성인이라도 감내하기 어려울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소년 폴은 입에 붓을 물고 인디언을 그리며 웃었다. 노인이 된 폴은 펜 같은 것을 테이프로 고정한 막대를 물고 키보드를 누르고 있었고 또 다른 사진에서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비록 철제 폐 속에 갇혀 살아야 했지만 그는 삶을 가졌다. 사진에서와 같이 폴은 입에 붓이나 펜을 물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썼다. 또 철제 폐 밖에 있는 시간을 늘리는 훈련을 거듭해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도 다녔다. 하루에 4~6시간의 시간을 철제 폐 밖에서 보낼 수 있게 된 그는 1978년에는 텍사스 대학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1984년에는 법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변호사시험까지 합격했다.

폴은 마비된 몸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특수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했고 사무실이나 집에서는 다시 철제 폐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변호사 활동을 했다. 나이가 들어 호흡이 점점 더 힘들어지면서 다시 철제 폐 안에서만 생활을 하게 됐지만 폴은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입에 도구를 물고 키보드를 누르는 방식으로 8년에 걸쳐 자서전을 써냈고 최근에는 SNS 계정을 만들어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폴은 병에도, 나이에도 지지 않고 끊임없이 꿈을 꾸고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나는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은 목표와 꿈이 있다”며 소아마비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수백만의 어린이들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폴은 자신을 평생 철제 폐라는 이름의 통 속에 가둔 병마뿐 아니라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남들과 다른 모습 때문에 첫 대학교 수업에 들어갈 때 죽을 만큼 두려웠다는 폴은 “나는 항상 내가 집단을 대표하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에게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과 항상 싸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의 배경이나 마주한 어려움과 상관없이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 이야기는 당신의 과거와 걸림돌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며 꿈을 꾸고 도전하는 용기와 희망을 전했다.

지금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또 일을 하고 있다. 폴과 같이 병을 앓거나 장애가 있어서, 혹은 학벌이 좋지 않아서, 나이가 많아서, 남다른 외모 때문에, 관련 경력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라는 이유들이 걸림돌이 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폴의 삶과 도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오늘 하루 웃으며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응원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마침내 꿈을 이룰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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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04-08 22:20:25
어린 나이에 걱정없이 대학에 대학원까지 졸업해야만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장벽을 만든 우리 나라와는 다른 감동적인 스토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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